질병은 기회이자 축복이다
‘질병은 기회이자 축복’이라는 이 말에 동의하는가? 질병에 걸려 비록 몸은 괴로워도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드는가? 내 몸에 소홀히 한 지난 삶을 돌아보고 건강한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이런 마음이 들고 느낄 때 비로소 완전한 건강으로, 완전한 치유로 한발 더 내딛게 된다.
사람은 불안전하다. 그리고 연약하다. 그래서 잦은 실수(?)를 한다. 한번 두 번이 아니고 일생을 통해 수천 번 아니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남에게 직간 피해주는 실수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남은 물론이요, 자기 자신조차 찌르는 실수를 날마다 매분마다 한다. 자기 자신 조차 스스로 해를 주는 유일한 동물이 바로 사람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선택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부여받은 인간만이 자연의 소리인 몸의 요구와 반응을 무시한다.
이롭지 않은 음식을 오래 동안 섭취하고 과로와 활동량 부족으로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에 걸려 몸이 아우성 쳐도 자기 삶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해로운 환경과 스트레스를 조성하여 몸이 지쳐도 삶을 돌아보지 않는다. 걱정하는 척 하지만 대부분 무시한다. 그러고 나서 심각한 질병에 직면하면 하늘을 원망하거나 자포자기하며 생을 마친다. 이것이 보통 사람의 태도이다.
잠깐의 실수는 가벼운 질병으로 드러난다. 피로한 몸을 이끌고 추운 날씨에 잠시 떨면 감기에 걸린다.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할 때 비로소 깨닫는다. 내 몸을 너무 혹사했구나 하고.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약을 먹어 증상이 가라앉으면 다시 전처럼 병 만드는 삶으로 돌아간다. 몸을 돌보진 않고 과로하고 해로운 외식을 한다. 설사하고 토하는 증상이 나타나 몸이 힘들면 ‘무얼 잘못 먹었나?’하고 반성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나쁜 물질을 배출하거나 장 기능이 떨어져 회복하려는 우리 몸의 자연치유 반응을 무시하고 인간은 급하게 무언가 또 먹이려고 한다.
자연의 소리를 무시하고 인위적인 조치를 취한 결과 더 토하고 더 설사하여 몸을 더욱 더 힘들게 만든다. 동물은 아프면 먹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 사람만이 계속 먹으려 어설프게 자연의 몸에 덤빈다. 그나마 급성 질환은 조금만 쉬어도 대게 쉽게 회복된다. 기껏 입원하고 시간과 돈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정도로 끝마친다.
그러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잦은 증상과 질병의 경고를 대부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시한다. 급성질환의 원인이 급성질환을 조절하는 자연치유력(건강 그릇)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동물성 식품, 설탕, 공해와 발암물질, 운동부족에 의한 악영향은 면역력, 소화력, 대사력, 해독력 등 모든 자연치유력에 영향을 미친다. 아토피, 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그리고 암까지. 사람에 따라, 그릇에 따라 쌓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쌓고 산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독 속도 보다 쌓은 속도가 더 커 몇몇 그릇이 넘치기 시작하여 중증 질환에 걸리고, 끝내는 사망을 결정짓는 수명 그릇까지도 넘친다. 이렇듯 질병이 발생되고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인간만이 스스로 앞당긴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지 깨닫지 못한다. 고인을 죽음으로 내 몬 육식, 담배, 술, 정제식품, 탁한 공기, 그리고 스트레스가 영안실을 다시 가득 채우고 서로 권한다.
질병을 통해 깨달아야 하는 것들
췌장암 환우회 번개팅에서 만난 환자의 딸이 들려주는 소리가 내 귓가를 맴돈다. ‘처음엔 아버님 췌장암 선고에 몹시 힘겨웠지만, 그 병을 통해 가족 간 친밀감도 더 커지고 질병과 건강에 대한 생각도 모두 바뀌고 삶의 모습이 바뀌면서 아버님도 힘을 내 아직까지 잘 지내시고 있고 가족 모두 건강해졌다.’
그렇다. 질병은 분명 위기이다. 동시에 기회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내 몸이 외치는 증상과 가벼운 질병의 축복을 외면하지 않는다. 지금껏 질병을 향해 걸어갔음을 질병을 통해 깨닫는다. 자기 삶을 다시 점검할 기회로 질병을 받아들인다. 지나치게 일에 메어있는 것은 아닌지, 돈과 물질에 너무 집착하여 진정한 자기 삶을 놓아버린 건 아닌지, 명예와 겉모습에 치우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달콤새콤한 입맛을 위해 내 영혼을 팔아버린 것은 아닌지, 일시적 안락을 위해 지나치게 게을렀던 것은 아닌지, 순간적 쾌락을 위해 낭비를 일삼고 소모적 일로 세월을 허송한 것은 아닌지, 세상의 짐을 짊어지겠다고 과욕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
얼마 전 우리 병원에서 직원의 지인이 ‘암에 걸려 행복한 여자’라는 주제로 치유 간증을 했다. 유방암 2기로 양쪽 유방절제와 재건술을 한 뒤 다시 재검 하는 중 담낭암과 배속의 아이( 15년 만에 첫 임신)를 확인한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기구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자기 병의 원인은 남편의 사업실패와 생고기 집을 운영하면서 고기 먹고 과로하는 삶이 원인임을 깨닫고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고 지금은 웃음치료사, 노래 치료사,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고 이곳저곳 불려 다니며 봉사하는 인기인이라고 자랑하며 ‘행복해요’라는 노래를 간드러지게 율동 섞어 한 곡 뽑는 모습에서 그 여인이 나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사람은 불완전하여 실수한다.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더 큰 실수로 넘어가지 않도록 자신을 돌아보고 기회로 삼는 자, 이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가벼운 질병을 통해 큰 질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기회로 삼는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더 많이 깨닫고 헛걸음 횟수를 얼마나 줄이냐가 지혜의 척도이다. 치유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질병을 새로운 삶(자연치유적 삶)으로 전화시키는 기회로 삼아라! 비록 지금 당장 한꺼번에 모두 되돌리지 못해도 할 수 있는 만큼 찾아 되돌리자! 시작이 반이다.
육식을 끊고 건강 채식으로 바꾸고, 지나친 욕심과 과로는 피하고, 걸어 다니고 몸을 더 많이 움직이자. 무엇이든 소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자. 지금 되돌리기 어려운 것 역시 바로 준비에 착수한다. 맑고 깨끗한 곳으로 이사를 준비하듯이.
임동규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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