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치과 이야기 1
아주머니 한분이 오랜만에 치과를 방문하셨습니다. 몇 년 전 치과 근처에 제가 자주 갔던 손칼국수집 주인 아주머니셨습니다. 그동안 손주 봐주시느라 서울에 계셨다가 오늘 마음 먹고 옛날 다니던 치과를 방문하신 거라고 하시네요.
2년 전부터 두통이 너무 심해서 편두통약을 지어 먹어도 잠시 뿐이고 덕분에 대학병원에서 뇌CT를 찍어 봤는데 작은 종양이 있기는 하나 통증이 그 때문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하도 답답해서 3년 전쯤 서울의 치과에서 해넣은 금관 때문이 아닌가 싶어 그 치과를 방문해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듣고오셨다고 합니다.
음식을 씹거나 먹는데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금관을 씌운 쪽도 오른쪽이고 두통도 오른쪽이니 왠지 금관을 벗기면 머리가 안아플 것 같다는 억측아닌 억측으로 그곳에서 안해주니 이곳으로 마음먹고 오셨다고 말씀하시는 얼굴에서 그 동안의 많이 힘드셨던 마음이 읽어졌습니다. 치아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고 꼼꼼하게 검사해 봐도 금관은 잘맞고 금관 안에 근관치료도 잘되어 있었습니다.
무조건 금관을 벗겨보고 싶다고 애원하시는 아주머니...다시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니 금관을 씌운 뒷쪽의 치아가 보기는 깨끗하고 충치도 안보였지만 세로로 금이 살짝 가 있었습니다. 물론 타진에도 반응이 없고 씹는데도 이상이 없었지요. 치아와 두통의 연관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일단 보존적인 치료인 잇몸치료를 해당 부위에 먼저 해드리자 시원하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레이저로 금이 간 부위 쪽의 치근을 살짝 건드려보자 아! 거기 같아요! 하신다.
다음날, 어제 그쪽이 아프면서 머리가 아픈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이도 아파요..하시면서 다시 오셨을 때 위치를 잘 설명드리고 금관 치아가 아니라 그 뒷쪽의 치아인데 금이 가 있으니 금간 부분을 붙일수가 없고 근관치료를 하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리자 흔쾌히 동의하십니다. 마취 후 치아를 오픈하고 내부로 들어가 보니 역시 오랫동안의 만성적인 자극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 다음날 활짝 웃으시는 모습으로 치과에 오셔서는 "여기 올려구 지구를 한 바퀴 뺑 돈 것 같네! 진작 왔으면 그 고생 안했을 텐데.." 명의 아닌 명의가 되는 순간입니다.^^ 사실 과거의 히스토리가 아니었으면 그리고 환자분의 인내와 결심이 없었으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였지요. 보통 치아에 금이 가 있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 치아들이 다 통증이 있는 건 아니고 본인도 모르고 있다가 치과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요. 발견되었다 해도 딱히 붙일 수 있는 방법은 없고 통증이 동반되어 있을 경우 근관치료 후 금관을 씌우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이 분의 경우처럼 치아에 아무 증상이 없으면서 두통을 유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또다른 사례는, 역시 이는 안아픈데 왼쪽 뺨이 시멘트바닥에 갈린 것처럼 욱씬거리고 아프다시며 치과를 방문하신 분의 이야기입니다. 윈지 아랜지 잇몸도 좀 욱씬거리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전악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좌측 상악 두번 째 대구치에 깊은 우식증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시리거나 아팠을 만도 한데 치아에는 증상이 없으십니다. 첫날은 충치제거만 해드렸는데 증상이 거의 없어지셨고 충치가 깊어 다음날 근관치료까지 들어간 경우입니다. 역시 얼굴의 괴로왔던 증상이 없어지셨습니다.
치아통증과 두통이나 안면통증이 같이 발생하는 경우는 진단과 치료가 비교적 쉬우나 이와 같이 구강 내의 증상이 없거나 아주 미약할 경우는 연관성을 인지하기가 무척 어렵고 무관한 경우도 당연히 많습니다. 연관성이 있는 경우는 대체로 내과나 다른과를 다 다녀본 후 최종적으로 혹시나 해서 치과를 방문한 경우가 많고 치아의 문제가 만성적으로 서서히 적응되면서 진행되어 치아의 두드러진 증상이 없는 경우이므로 진단에 매우 주의를 요하고 곤란을 겪는 경우들이지요. 다행히 연관성이 있어서 해결안되던 통증이 간단한 치과 치료로 해결된다면 큰일 한듯이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치아는 돌덩어리가 아니라 신경과 혈관과 세포액이 있는 치수실이라는 작은 방을 상아질과 법랑질이라는 두겹의 껍질이 둘러싸고 있는 인체의 한 부분입니다. 평생 치아를 사용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음식을 부수고 씹어 먹으니 이 껍질이 얇아지고 금이 가거나 깨지거나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오복 중의 하나인 치아에 관심을 가지시고 잘 관리하실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렸습니다.
다음에는 알듯 모르는 치주질환에 대해 올려드리겠습니다.^^
이영선 목인치과의원 원장
부산시 북구 만덕 2동 344 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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