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부터 배우는 학교폭력의 원인과 해결책
정신과 전문의 김준모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하나의 독립된 문제로 다뤄지게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폭력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비인간적이며 부정적인 힘이므로 그것을 예방하고 해결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어 각계각층에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행해지는 학교폭력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치고 그 영향이 사회에까지 전달되므로 어떤 사회 문제보다 그 해결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전문가들을 배치해 학교폭력을 해결해 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더 자극적인 사건이 매체를 장식하고 정책의 효과는 미진해 보인다.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듯이 원인들을 살펴보면 폭력을 당했던 경험, 남을 괴롭힌 경험, 분노를 포함해서 공격성을 표현할만한 상황들, 가족, 친구나 주변의 인간적 관계 등이 거론된다. 이처럼 다양하고 종합적인 원인들을 살펴보면 학교폭력이 왜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지 알 수 있다. 학교 폭력이라고 범주화되어 있는 이 문제는 한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병폐가 총체적으로 더해져 표면에 드러난 것이다. 즉 관련이 있는 여러 요인, 가정, 학교, 가해자와 피해자, 사회의 처벌 들 중 일부만의 해소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학교폭력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매우 광범위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학교폭력문제를 심리사회적으로 살펴보면 성장기에 경험한 폭력과 가족의 기능적, 구조적 결손을 손꼽히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회 환경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심리적 반응들은 우울감, 충동성, 공격성, 절망감, 분노 등의 부정적 정서들이며 이것들이 심리적 성장을 중단시키고 배움의 과정을 차단하고 부정적 감정을 뿜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문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교육의 과정을 차단하는 것은 인간의 고귀한 본성을 잃어버리게 하고 하등한 동물 행동에 더 가깝게 한다.
그러면 동물행동학적인 측면에서 공격성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 앞서 밝힌 학교폭력의 원인이 되는 공격성은 동물들의 본능으로 여겨지는 성향인데 이는 여러 기능을 갖고 있다.
첫째로 영토 수호와 확장이다. 먹이를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필수적 행위다.
둘째로는 서열을 정하고 리더를 뽑는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서는 강한 대장이 필요하며 암컷을 많이 거느려 강한 유전자를 가진 종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동물에서의 서열은 공격성과 더불어 성행동이 결정한다. 또한 어떤 종에서는 선천적으로 공격적인 기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리해 보면 암컷에 대한 상황, 영토를 침범당하거나 위협을 느끼는 경우라고 판단되면 공격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공격성은 다분히 파괴적이므로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멸종하거나 커다란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의 처리과정을 거쳐서 순화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으르렁 거리며 꼬리를 들고 소리를 내면서 겁을 주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물구나무서기도 하고 몸을 부풀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힘을 확인하는 선에서 평화를 찾는데 이것을 위협행동이라 한다. 그 외에도 복종행동이나 달램행동 등은 몸크기를 작게 만든다든지 화해의 제스쳐를 보임으로 공격을 누그러뜨리는 행동이다.
이로 보건대 동물의 사회는 공격성의 발휘와 그에 대한 대처가 주가 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앞서 밝힌 동물의 사회는 오늘날 인간들이 물질과 권력을 통해 공격성을 발휘하고 그에 대해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대처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동물의 사회는 일종의 필요에 의해서 공격성을 발휘하지만 인간들은 어떠한가. 인간 사회의 공격성은 이미 생존과 필요에 의한 발휘라는 선을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이런 공격성이 주가 되는 삶의 형태에서 진화되고 성장할 필요가 있다.
여타 동물들 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삶을 영위하는 일명 피그미침팬지라고 불리는 보노보라는 원숭이 사회를 살펴보면 대안적인 삶의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보노보 원숭이 사회는 모성 사회적 특성을 갖는다. 즉 힘의 논리가 아니라 평화 공존의 핵심인 모성이 제일 높은 서열에 있는 것이다.
둘째로는 이타적이거나 평화적이다. 먹이를 나눌 때 조건적이거나 이익을 따지지 않는다. 그들은 이유 없이 먹이를 나누고 생활한다. 힘 위주의 종이나 폭력적인 성향이 강한 종일수록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먹이를 나누는 경향을 보이는데 비해 훨씬 평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보노보는 다른 침팬지들과는 달리 육식을 즐기지 않는다. 채식을 한다는 뜻은 아니나 다른 동물의 고기를 먹지 않고 나비유충으로만 단백질 공급을 하고 있다. 또한 보노보 원숭이 사회에서는 서열적인 특성이 보이지 않는다. 단지 서열이 있다면 암컷에 국한되어 있는데 “영향력 있는 암컷”의 의미라 한다. 지위가 높아서가 아니라 사랑과 보살핌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인 침팬지의 경우에서는 관심이 있는 것이라고는 서로 싸우고 힘에 의해 서열을 만들고 이익을 착취하는 것뿐이다. 이에 비해 보노보는 친밀한 사회관계를 통해 정을 주고받는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이런 보노보의 모성 사회적 특성이 우리 인간의 본성과 사실은 더욱 비슷한 것이 아닐까. 동물에 비해 양심과 도덕적인 정신을 갖고 있는 인간사회는 모성사회나 이타적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회로 진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 사랑의 본성을 만나야 한다. 모성적 감정의 회복으로 보살피고 서로 존중하는 사랑이 최고의 가치이며 모든 서열의 제일로 여기는 환경이 조성될 때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이 실현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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