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사는 환자들은 병원으로 가야, 의사에게 치료받아야 병이 낫는다고 생각한다. 자식이나 손자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저지른 듯 야단이다.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집에서 고치려다 문제가 생기면 자녀를 방치한 패륜아라고 방송은 호들갑떤다. 다른 한편에선 병은 고치지도 못하면서 돈만 챙긴다고 투덜댄다. 생각 있는 의사라면 자신이 고칠 수 있는 병이 별로 없다고 넋두리한다.
투덜되고 넋두리 할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자! 정말 병원에 가야 낫는다고 생각하는가? 병원에서 나을 수 있는 질병은 얼마나 될까? 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엇이 있을 까 좀 더 생각해보니 교통사고 등 긴급 상황(심폐소생술 또는 다량 출혈)에서의 처지 정도가 떠오른다. 그 다음엔? 맹장염(충수돌기염)이나 복막염? 이 조차도 자연요법으로 치료하는 사례를 종종 본다. 아무튼 좋다.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나을 병들이 많다고 치자.
내 몸 안의 의사가 의학적 처치의 효과를 결정한다. 몸 밖의 의사가 아니라.
그런데 병원에서 수술 받고 치료받으면 끝일까? 예를 들어 맹장염에 걸렸으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치자. 수술 전 또는 뒤에 아무렇게나 먹고 과로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면 그 수술의 결과는 어떨지 뻔하다. 만약 술 까지 먹는다면 미친놈 소리 듣기 십상이다. 이 처럼 맹장염조차 수술 그 자체로만 병을 낫게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수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시적이나마 술 담배는 물론 고기나 과로도 피해야 한다. 적어도 전날 입원하고 수술 뒤에도 며칠 출근도 하지 않고 충분히 쉰다. 그래야 수술 후유증이 없이 잘 아문다. 결핵 환자가 약을 먹으면 끝일까? 여전히 술 담배에, 과로와 스트레스 속에 머물러 있다면 아마도 나을 것이라고 말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술 담배를 끊고, 잘 쉬고, 고기를 피하고 잘 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바로 자연치유력을 깨우는 행위이며, 내 몸 안의 의사로 하여금 치유과정에 나서게 돕는 행위이다. 이것이 잘 작동하면 상처는 빠르게 잘 아문다. 정리하면 수술을 하던, 안 하던, 그 어떤 선택을 하던 치유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누구든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농노나 진시황제나, 거지나 부자나, 환자든 의사든 예외는 없다. 치유로 이끄는 대 원칙은 치유의 길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치유의 길이란 내 몸 안의 의사, 즉 자연치유력을 방해하지 않고 돕는 일(치유적 삶)이다. 만약 수술을 하고도 여전히 술과 고기를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과로와 스트레스에 자신을 내던져버린다면 아무리 잘 꿰매고 잘 붙여놓고 항생제를 들이부어도 소용없다. 이렇게 자연치유력을 돕기는커녕 방해한다면 아물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꿰맨 상처는 곪을 것이며 재수술 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반면에 단식 또는 현미채식(건강 채식), 충분한 쉼, 그리고 마음을 이완시키면 우리 몸은 알아서 저절로 치유한다. 별로 어렵지 않게 빠르게 치유된다. 이 같이 치유적 삶을 살면 자연치유력은 회복되어 그 어떤 병도 저절로 치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수술이나 약에 목숨을 건다. 한 번이라도 건너뛰기라도 하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듯 야단이다. 반면에 현미밥을 오래 씹고 적당히 움직이고 과로를 줄이라는 처방은 대부분 귓등으로도 안 듣는 환자가 많다. 바로 이런 태도가 질병을 키우고 낫지 않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만약 치유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생각에 큰 변화를 주어야 한다. 기존의 관념을 모두 버려도 좋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열어놓아라! 그리하면 치유의 축복으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저절로……. 그러나 생각을 바꾸지 않고 지금처럼 계속 약과 수술을 보물단지 모시듯 한다면 안타깝게도 병은 점차 악화되어 불행으로 치달을 것이다.
병원과 상관없이 낫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살이 찢어지면 병원에 가 꿰매야 빨리 잘 아물어 흉터가 덜 생긴다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보통 사람은 물론 채식하는 사람이건, 자연요법을 하건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전에는 나도 그랬고 내 딸이 다쳤을 때도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도시에서 나서 자란 나는 일머리가 형편없어 시골로 이사 온 뒤 자주 부상을 당한다. 그 때마다 아주 심한 상처가 아니면 아예 병원을 가지 않을 뿐 아니라 소독약조차 쓰지 않는다. 생수로 소독한 뒤, 꿰매는 대신 테이프로 감아 찢어진 살을 잇대어 놓고 이삼일 그대로 놓아두면 저절로 아문다. 상처가 조금 심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굶기 시작하고 육체적 일(농사)을 줄인다. 한 번은 원형톱에 근육 파열이 동반된 아주 깊은 종아리 상처를 입었다. 피부를 당겨 서로 맞닿게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했다. 쉽게 다물어지지 않으니 그땐 물론 꿰맸다. 이렇게 심할 때조차 약 대신 금식을 바로 시작하고 생수 소독 그리고 충분한 휴식을 통해 상처에 자연치유력을 집중시켰다. 아무런 의학적 조치 없이 그 심했던 열상을 입고도 이삼일 뒤부터 살살 일을 시작하고 1주일 뒤 실밥을 끊어버리고 거의 일상으로 돌아갔던 경험이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분들은 선생님은 의사이니까 가능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하고 이의를 제기한다. 맞다. 나는 의사이다. ‘몸 밖의 의사’였음이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 몸 안의 의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내 몸 안의 의사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이런 행동은 불가능하다. 또 이런 믿음만 있다면 몸 밖의 의사 역할(수술 또는 약)은 별게 아닌 게 된다.
피부 상처정도야, 콧방귀 낄 사람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내 몸 안의 의사’를 믿는 정도에 따라 또 자연치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한다면 맹장염은 물론, 그 어떤 질병도, 그 어떤 부상도 두려워하지 않고 치유로 나갈 수 있다. 치유로 이끄는 내 몸 안의 의사, 자연 치유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무조건 반대하거나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바로 당신과 당신의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임동규 원장 지리산자연요양병원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 화정리 산19-5번지
055-883-7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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