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명에는 치유하는 힘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생명’에 있다. 우리 피부와 뼈는 살아있지만, 가죽가방의 가죽과 미이라 뼈에는 생명력이 없다. 생명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찢어진 살이 붙고 안 붙고, 뼈가 붙고 안 붙고 가 결정된다. 상처를 입으면 우리 몸은 상처를 입은 세포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체 반응이 일어난다. 혈관수축, 응고, 주변 세포에서의 재생 또는 새로운 조직의 생성이 일어나고 멀리서 면역세포를 만들어 보내기도 하고 세포 재생에 필요한 영양 물질도 보낸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통해 세포가 재생되고 차올라 살이 아물며 뼈가 붙는다. 치유를 결정하는 것은 꿰매는 것도 아니요, 부목도 아니다. 바로 내 몸의 생명력 그 자체이다. 살아있는 생명체에는 피부를 아물게 하는 힘, 뼈를 붙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힘이 치유하는 힘, 자연치유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 안에 의사가 있다고 옛 성인은 자신 있게 선언한다. 생명력, 즉 자연이 바로 치유하는 진정한 의사이다.
병원에 있는 의사에게 치유하는 능력은 없다.
의사는 물론 그 누구도 이 힘을 만들어 낼 자는 없다. 자연치유력은 오직 생명을 부여받으면서 함께 잉태된 힘이다. 이 힘은 누가 주는 것도 아니요, 외부에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외부에 누군가 스위치를 켜 작동시킬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스스로 생성되고 저절로 작동한다. 그렇기에 치유는 스스로, 저절로,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나는 말한다. 잘 꿰매고 부목 하는 것과 상관없이 내 몸이 스스로 알아서 저절로 한다. 그래서 ‘스스로 치유’이다. 그렇기에 자기 스스로 병이 낫는다는 의미의 한자는 스스로 自, 그럴 然자를 붙여 ‘自然 治癒’이다. 영어로는 ‘spontaneous healing'이다. 그리고 질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힘을 한자로 ‘자연 치유력’이라고 말한다. 치료는 기술로 하지만,‘스스로’ 치유는 기술로 하는 것이 아니다. 치유는 내 몸 속에 존재하는 치유하는 힘(자연치유력)이 저절로 작동하여 이루어진다. 내 몸이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치유할 수 없다. 내 몸 안에 스스로 치유하는 힘이 남아있지 않다면 역시 그 어떤 사람도 치유할 수 없다. 이렇듯 치유 원리는 단순하다.
이것을 깨달은 성인은 ‘내 몸 안의 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병은 그 어떤 명의도 고칠 수 없다.’고 선언을 했다. 비록 단순하지만 이 자연의 원리를 무시하거나 외면한다면 대다수 환자들이 걷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 원리를 깊이 받아들인다면 이미 치유는 완성된 것과 다름없다.
‘병을 낫게 하는 의사는 내 몸 안에 있고 자연이다’라고 수천 년 전 외쳤던 옛 성인의 말에 의사인 나는 고개를 숙인다. 병을 고치겠다는 오만을 벗어던진다. 이제 몸속에 있는 의사를 깨울 때, 자연 치유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할 때 치유된다고 내 환자에게 속삭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