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에 오염된 모유, 그리고 채식
대전선병원 산업의학센터
과장 이의철
모유는 영양학적으로나, 영아들의 건강을 위해서나,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모유에는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아직 면역체계가 덜 발달된 영아들에게 면역 성분들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은 젖병으로 영양을 공급받은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모유로 자란 아이들은 장염, 뇌염, 중이염, 호흡기 감염, 요로 감염 등 각종 감염성 질환에 덜 걸릴 뿐만 아니라, 백신에 의한 효과도 더 좋고, 알레르기 질환, 1형 당뇨병, 염증성 장염(ulcerative colitis), 크론병(Crohn's disease) 등에 대해서도 더 안전하고, 두뇌 발달도 더 촉진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래서 모유수유는 국가차원에서나 전문가 단체 차원에서나 적극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하지만, 모유에 우유보다 더 높은 농도의 환경호르몬 및 잔류성 유기오염물이 있고, 이 오염물질이 한 세대에서 다음세대로 계속해서 전달되고, 그로 인해 여러 건강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건강에 관심 있는 어머니들이라면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모유에 우유보다 높은 농도의 환경호르몬과 오염물질이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사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모유의 오염
지난 50년 동안, 모유는 상당 수준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에 오염되기 시작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전역에 강력한 살충제인 DDT가 살포되었고, 인간의 모유에서 DDT의 분해산물인 DDE가 검출되기 시작하였다[1]. 그리고, 이후 DDE 이외에 PCBs(폴이염화 비페닐), 다이옥신, 각종 염소계 살충제, 산업용 화학물질 등도 모유에서 발견되었다.
이들 오염물질들은 지방 친화적인 성질이 있어서 흡입이나 음식물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되면 주로 지방조직에 저장된다. 유방 조직은 지방성분이 풍부해 이런 물질들이 유방조직에 많이 축적된다. 이렇게 오염물질들이 유방의 지방조직에 축적되면, 결국 오염물질들은 모유로 배출된다. 그리고, 모유 중 오염물질의 농도는 여성이 일생동안 오염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오염물질은 더 이상 노출이 되지 않더라도, 모유를 통해 한 새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이 된다. DDT 생산은 1970년대 이후 금지되었으나, 이후에 태어난 여성들의 모유에서도 여전히 DDE가 검출되고 있다. 오염물질이 모유를 통해 대를 이어가며 지속적으로 어머니에서 자녀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런 오염물질들이 토양, 동물과 식물 등 모든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환경 잔류성이 강해 지속적으로 이들 물질을 섭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며 내분비 교란 물질인 PCBs이 미국에서 채취된 모유의 99%에서 검출되고, 이중 25% 가량의 시료는 법적 기준치인 2.5ppm을 초과한다[2]. 만약 우유가 이 정도로 오염이 된다면 법적으로 유통이 금지된다. PCBs 역시 1970년 대에 금지되었으나, PCBs의 높은 환경 및 인체 잔류성 때문에 여전히 모유에서 검출되고 있다. 모유에서 검출되는 오염물질들에는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살충제, 산업용 물질(다이옥신, 벤젠, 클로로포름, 염화메틸, 스티렌, 퍼클로로에틸렌, 톨루엔, 트리클롤로에틸렌, 트리클롤로에탄, 자일렌 등) 등이 포함된다. DDT와 PCBs와 마찬가지로, 이들 물질 중 많은 것들은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모유에서 검출된다.
모유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양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정도의 낮은 수준도 주의가 필요하다. 단 6개월간의 모유수유로, 모체의 몸 전체에 있는 지방에 저장된 오염물질의 약 20% 정도가 아이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3]. 결과적으로 미국의 영아들은 모유수유를 통해 평생 최대권장량 수준의 다이옥신을 섭취하고, 68kg 정도 성인의 일일 섭취 허용량의 5배 수준의 PCBs를 섭취하게 된다[4,5].
모체에 축적된 오염물질이 아이에게 전달되면서, 모유 중 오염물질의 농도는 점차 감소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보다 모유를 통해 더 적은 양의 오염물질을 물려받게 된다[6].
오염물질의 건강영향
통상적으로 모유는 면역성분이 있어 영아들의 감염에 대한 저항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지만, 모유 중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들은 면역기능을 교란시킬 수 있다. 42개월 된 네델란드 아이들 중 PCBs 수준이 가장 높은 아이들은, 가장 낮은 아이들보다 수두에 걸릴 위험이 8배가량 높고, 6회 이상 반복적으로 중이염에 걸릴 위험이 3배가량 높았다[7]. 이누이트 영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관찰되기도 하였다.
태아 혹은 영아기에 높은 PCBs 수준을 보이는 아이들은 운동기능에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특히 운동 협조능력이나 운동반사가 떨어진다[8]. 모체의 모유 중 PCBs나 다이옥신 농도가 높을 경우 태아의 출생체중이 낮았다[9]. 출생 시 저체중은 심혈관질환 등 많은 건강문제와 관련이 있다. 소아암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 가량 증가했는데[10], 그 원인으로 자궁 내에서나 모유수유 중에 다이옥신이나 PCBs 등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꼽는 연구자들도 있다[11,12].
안전한 모유를 위해
심각한 건강영향과 생태계 영향 때문에, 많은 국가들에서는 많은 염소계 살충제들과 PCBs, 다이옥신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덕분에 일부 지역에서 모유 중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농도가 감소하고 있다[13]. 하지만 이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유에는 오염물질이 검출되고, 그 양은 우유보다 더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이 소보다 더 오염되고 위생적이지 않은 음식들을 먹고 있다는 것인가? 어쨌든 인간은 소보다는 더 위생적이고, 안전한 음식들을 먹고 있는데, 왜 이렇게 오염물질 농도가 높은가?
현재의 상태를 이해하려면, 지난 한 세기동안 인간이 저지른 환경오염과 생태계 전체 먹이사슬에서 인간의 위치에 대해 살펴야 한다. 지난 세기 인류가 문명의 발전의 시기라고 자랑하는 시기는, 지구 생태계를 완벽하게 오염시킨 한 세기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결국 우리의 몸과 모유도 오염시키게 됐으니 말이다. 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는 뒤늦게나마 이런 폐해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만으로는 모유수유를 통한 오염물질의 대물림을 막을 수는 없다. 보다 확실한 해답은 먹이사슬에서 찾을 수 있다.
소는 동물의 먹이사슬 중 가장 낮은 위치에 있다. 인간은 잡식성으로 식물성 식품도 먹고, 동물성 식품도 섭취한다. 인간이 섭취하는 동물성 식품은 초식 동물도 있지만 잡식성 혹은 육식성 동물(예, 어류)도 포함한다. 먹이사슬에서 한 단계 위로 올라갈수록 오염물질은 10배 이상 농축된다. 식물성 식품 1kg를 먹는 대신 동물성식품 1kg을 먹으면 우리 몸엔 10배 이상의 오염물질이 들어오게 된다. 우유에 오염물질 농도가 낮은 이유는 소들이 먹는 먹이들이 인간이 먹는 음식들보다 더 유기농이고 위생적이어서가 아니다. 바로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모유에서 오염물질을 추방하는 가장 궁극적인 방법은 인간이 저지른 환경오염을 되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해 당장 그 성과를 보긴 힘들다. 하지만, 우리의 먹는 것을 바꾸면 우리 몸과 모유의 오염물질 농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먹이사슬에서 더 낮은 위치에 있도록 먹으면 된다. 100% 채식에 가까울수록 우리 몸은 오염물질로부터 더 자유로워진다. 100% 채식에서 멀어질수록 우리 몸은 오염물질에 더 오염되게 된다.
모유수유와 채식
현재까지 채식하는 여성의 모유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하지만 몇몇 연구들은 채식 여성의 모유 중 오염물질의 농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1981년의 예비연구 성격의 보고에서 채식 여성의 모유 중 오염물질 평균농도 상한치는 일반적인 미국 여성들의 평균농도 하한치보다 낮았고, 일부 물질의 경우에는 미국 여성의 평균치의 1~2% 수준에 불과하였다[14]. 네델란드에서 시행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채식 여성의 모유 중 오염물질(HCB; hexachlorobenzene 및 PCBs 등)의 농도가 낮았다. 그리고, 모유의 오염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들은 육류와 유제품, 어류, 흡연 등이었다[15].
그리고 채식까지는 아니지만, 먹는 것과 관련된 연구도 일부 있다. 여성들이 PCBs에 오염된 생선을 먹지 않으면 모유의 PCBs 농도가 감소하고[16], 녹조류나 클로렐라 등을 보충할 경우에도 몸에서 다이옥신 농도가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다[17].
사랑하는 자녀에게 오염되지 않은 최고의 영양을 공급하고자 한다면, 채식을 해야 한다. 물론 채식을 하지 않더라도, 그래서 일부 오염물질 농도가 모유에서 더 높을 지라도, 현재까지는 모유가 다른 어떤 식품보다 태아와 영아에게 최고의 영양공급원이다. 우유는 특정 오염물질은 적을지 모르지만 호르몬 및 항생제, 기타 제조과정 상의 이물질 등에 오염되기 쉽니다. 그리고 영양조성도 인간에 적합하기보다는 송아지에게 적합하게 되어있다. 때문에 일부 오염물질 때문에 모유수유를 다른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모유를 더욱 안전하고 더욱 영양가 있게 만들 수 있다. 채식은 우리 몸에 오염물질을 최소화 시켜준다. 식물성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면 영양학적으로 결코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오히려 더 좋은 건강상태가 된다. 모유 수유중이라면 지금부터 채식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아직 늦지 않았다. 좋기로는 임신을 준비 하면서부터 채식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기로는 인생 전반에 걸쳐서 채식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초식동물에 가까운 식생활을 할수록 우리 몸과 모유의 오염물질 농도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선택은, 그래서 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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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환경호르몬에 오염된 모유, 그리고 채식|작성자 느티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