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치유는 우리와 우주를 살리는 공적인 일이다.
환자나 강의 대상자에게 건강과 치유로 나가는 길을 안내할 때 자주 듣는 말들이 있다. ‘그냥 살다가 죽지 뭐,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더 살아’……. 나이가 지긋할수록 음식 가리고 운동하는 것이 더 살려고 기 쓰는 것처럼 보여 애들 보기 민망하고 주책 같다는 말을 한다. 조금 젊은 층들은 ‘먹고사는 재미도 있어야지’, ‘너무 까탈스럽게 굴지 마, 즐겁게 살면 돼’ 하며 오히려 핀잔을 준다. 그렇다. 웬만큼 살다가 편히 죽으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적당히 즐기며 살다가 만족하며 떠나면 그 또한 만족스러운 삶일 거다. 나 역시 그러길 바란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길 바란다.
또 한 부류는 건강을 챙기는 사람을 보통 지 몸 하나 건사하려는 이기적인 놈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건강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사회와 조국이 나를 부르는데 그처럼 한가하게 건강 타령 할 틈이 어디 있느냐’, ‘사람도 만나고 집회도 가고 세미나도 가야 하는데 그따위 일로 마음 뺏길 일 없다’는 등. 이렇듯 세상을 위해 인류를 위해 할 일이 너무 많은데 건강처럼 지극히 사적인 일에 마음 쓸 여유가 없는 부류도 있다. 맞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어찌 이기적인 생각만 하고 살 수 있겠는가, 그런 삶을 어찌 존경할 수 있겠는가? 타인과 우리 사회의 안녕을 진정으로 바라 자기 한 몸 바치는 삶은 아름다운 삶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착각이다. 문제는 생각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산다면 그냥 죽을 수 없고 만족하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타인과 사회를 위해 선한 일을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생활을 유지한다면 타인과 사회에 더 큰 짐으로 남게 된다. 대다수는 질병의 고통 속에서 치료를 위해 마음고생은 물론 돈과 시간을 모두 바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우리 모두 대다수. 자동차 사고나 심장마비로 급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길 만큼 몸과 마음은 피폐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나는 지금 착각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외치는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달란트이며 내 역할이라 믿고 있다. 건강은 자기만을 위한, 개인적인 행위의 결과이지만 그 결과는 공적이고 이타적이고 지구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이 문제를 짚는 이유는 환경 운동가, 생명과 평화 운동가, 나눔 활동가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의 행위 결과가 뜻한 것과 정반대로 가 있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건강은 생태와 환경 운동의 기초이자 완결자
건강을 위해선 동물성 식품을 멀리하고 입맛을 위해 동물을 학살하지 않는다. 전자파를 유발하는 전기와 가전제품을 최대한 멀리한다. 자동차나 엘리베이터 사용보다 걷거나 계단을 이용한다. 외식은 물론이거니와 술 취해 고성이 오가고 담배 냄새 진동하는 술집과 인스턴트식품을 외면한다.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커다란 아파트와 건물을 혐오하고 소박한 삶으로 나아간다. 몸에 익숙해진 헌 옷을 더 편하게 여긴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최대 원인은 축산업이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 80%를 차지하며, 청정 수자원의 70%를 오수로 만든다. 전 세계 곡물 생산의 43%가 가축 사료로 소모되고 아마존 열대 우림 벌채의 70%의 원인은 가축의 사료를 얻기 위함이다.
건강은 탈 자본 운동
물질문명의 지나친 개발과 발전은 건강의 적이다. 오지의 오솔길에 시멘트 도로가 뚫리고 현대식 마트가 들어서면 그 마을은 병촌(病村)으로 바뀐다. 아프리카 빈민국가 레소토에 세계적 의류 브랜드인 리바이스와 갭 공장이 들어선 이후, 극심한 오염으로 인해 저주받은 도시가 되었다. 건강한 생활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개발과 발전을 정당화하려는 것을 거부한다. 암보험이나 생명보험은 필요 없어진다. 의약품은 거의 쓸 일이 없고 의료보험과 노후 걱정을 위한 저축의 필요성은 현격히 줄어든다.
건강은 생명 나눔
미국인 소고기 섭취량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소 사육용 곡류만으로도 아프리카 등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배불리 먹고도 남는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은 담배와 마약을 권하지 않듯이 해로운 동물성 음식을 권하지 않는다. 건강의 지혜를 아는 농부는 제초제와 농약 그리고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다.
건강은 사회적 갈등을 줄여주고 평화를 지향
건강은 탐욕을 내려놓는다. 과시하거나 남을 이기려 할 이유와 스트레스는 줄고 왜곡된 교육열과 교육비 낭비를 줄인다. 탐욕을 내려놓은 건강한 소비는 모든 사람에게 전혀 부족함이 없이 충족된다. 조급함 없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함께 땀 흘려 일하면서 모두가 그냥 누리면 된다.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강요와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타인을 용서하고 협력한다. 모범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자신을 위해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는 성취감을 소중히 여긴다.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건강은 생산적이고 건설적
보약을 먹고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소비적 건강법을 참 건강의 길이라 하지 않는다. 밭일과 집일이나 생태적 집짓기 등 생산적 일이 더 건강하다. 건강한 마음은 타인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립하는 삶이다. 스스로 치유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지혜와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와 기술을 나누는 생산적 나눔이 참 나눔이다.
건강은 결코 타인과 자연을 짓밟고 얻어지지 않는다. 타인과 자연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자연의 축복을 받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존재임을 인정할 때 건강과 치유는 시작된다. 이러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교만해지는 순간, 자연의 선물, 치유는 멀어진다. 자신을 위해 타인과 화해하고 자연의 고마움을 깨닫고 자연을 잘 다스리는 지혜의 산물이 바로 건강이다. 건강은 사적인 동시에 공적이고 우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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