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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2-13 00:19
잘 모르는 치과 이야기 1
 글쓴이 : 이영선
작성일 : 12-02-13 00:19 조회 : 5,251  
 
잘 모르는 치과 이야기 1
 
 
아주머니 한분이 오랜만에 치과를 방문하셨습니다. 몇 년 전 치과 근처에 제가 자주 갔던 손칼국수집 주인 아주머니셨습니다. 그동안 손주 봐주시느라 서울에 계셨다가 오늘 마음 먹고 옛날 다니던 치과를 방문하신 거라고 하시네요.
 
2년 전부터 두통이 너무 심해서 편두통약을 지어 먹어도 잠시 뿐이고 덕분에 대학병원에서 뇌CT를 찍어 봤는데 작은 종양이 있기는 하나 통증이 그 때문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하도 답답해서 3년 전쯤 서울의 치과에서 해넣은 금관 때문이 아닌가 싶어 그 치과를 방문해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듣고오셨다고 합니다.
 
음식을 씹거나 먹는데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금관을 씌운 쪽도 오른쪽이고 두통도 오른쪽이니 왠지 금관을 벗기면 머리가 안아플 것 같다는 억측아닌 억측으로 그곳에서 안해주니 이곳으로 마음먹고 오셨다고 말씀하시는 얼굴에서 그 동안의 많이 힘드셨던 마음이 읽어졌습니다. 치아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고 꼼꼼하게 검사해 봐도 금관은 잘맞고 금관 안에 근관치료도 잘되어 있었습니다.
 
무조건 금관을 벗겨보고 싶다고 애원하시는 아주머니...다시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니 금관을 씌운 뒷쪽의 치아가 보기는 깨끗하고 충치도 안보였지만 세로로 금이 살짝 가 있었습니다. 물론 타진에도 반응이 없고 씹는데도 이상이 없었지요. 치아와 두통의 연관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일단 보존적인 치료인 잇몸치료를 해당 부위에 먼저 해드리자 시원하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레이저로 금이 간 부위 쪽의 치근을 살짝 건드려보자 아! 거기 같아요! 하신다.
 
다음날, 어제 그쪽이 아프면서 머리가 아픈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이도 아파요..하시면서 다시 오셨을 때 위치를 잘 설명드리고 금관 치아가 아니라 그 뒷쪽의 치아인데 금이 가 있으니 금간 부분을 붙일수가 없고 근관치료를 하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리자 흔쾌히 동의하십니다. 마취 후 치아를 오픈하고 내부로 들어가 보니 역시 오랫동안의 만성적인 자극의 흔적이 보입니다.
 
그 다음날 활짝 웃으시는 모습으로 치과에 오셔서는 "여기 올려구 지구를 한 바퀴 뺑 돈 것 같네! 진작 왔으면 그 고생 안했을 텐데.." 명의 아닌 명의가 되는 순간입니다.^^ 사실 과거의 히스토리가 아니었으면 그리고 환자분의 인내와 결심이 없었으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였지요. 보통 치아에 금이 가 있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 치아들이 다 통증이 있는 건 아니고 본인도 모르고 있다가 치과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요. 발견되었다 해도 딱히 붙일 수 있는 방법은 없고 통증이 동반되어 있을 경우 근관치료 후 금관을 씌우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이 분의 경우처럼 치아에 아무 증상이 없으면서 두통을 유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또다른 사례는, 역시 이는 안아픈데 왼쪽 뺨이 시멘트바닥에 갈린 것처럼 욱씬거리고 아프다시며 치과를 방문하신 분의 이야기입니다. 윈지 아랜지 잇몸도 좀 욱씬거리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전악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니 좌측 상악 두번 째 대구치에 깊은 우식증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시리거나 아팠을 만도 한데 치아에는 증상이 없으십니다. 첫날은 충치제거만 해드렸는데 증상이 거의 없어지셨고 충치가 깊어 다음날 근관치료까지 들어간 경우입니다. 역시 얼굴의 괴로왔던 증상이 없어지셨습니다.
 
치아통증과 두통이나 안면통증이 같이 발생하는 경우는 진단과 치료가 비교적 쉬우나 이와 같이 구강 내의 증상이 없거나 아주 미약할 경우는 연관성을 인지하기가 무척 어렵고 무관한 경우도 당연히 많습니다. 연관성이 있는 경우는 대체로 내과나 다른과를 다 다녀본 후 최종적으로 혹시나 해서 치과를 방문한 경우가 많고 치아의 문제가 만성적으로 서서히 적응되면서 진행되어 치아의 두드러진 증상이 없는 경우이므로 진단에 매우 주의를 요하고 곤란을 겪는 경우들이지요. 다행히 연관성이 있어서 해결안되던 통증이 간단한 치과 치료로 해결된다면 큰일 한듯이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치아는 돌덩어리가 아니라 신경과 혈관과 세포액이 있는 치수실이라는 작은 방을 상아질과 법랑질이라는 두겹의 껍질이 둘러싸고 있는 인체의 한 부분입니다. 평생 치아를 사용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음식을 부수고 씹어 먹으니 이 껍질이 얇아지고 금이 가거나 깨지거나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요. 오복 중의 하나인 치아에 관심을 가지시고 잘 관리하실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렸습니다.
 
다음에는 알듯 모르는 치주질환에 대해 올려드리겠습니다.^^
 
 
 
   이영선 목인치과의원 원장
 
   부산시 북구 만덕 2동 344 번지

   051-343-2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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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도 12-02-13 16:48
 
이영선원장님 잘 모르는 치과 전문지식 잘 배웠습니다....^^
임동규 12-02-13 21:36
 
환자의 호소를 주의깊게 관찰한 선생님. 겸손까지... ^^ 잘 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의철 12-02-14 09:21
 
이영선 원장님 글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그냥 선생님만 믿고 있으면 숨어있던 문제들도 찾아낼 수 있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베지닥터'에 바로 이영선 원장님 같은 이미지가 깊게 새겨지길 바랍니다.
이영선 12-02-14 13:51
 
재미있게들 읽어주시고 칭찬까지 해주시니 감사하기도 하고 많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장민호 12-02-14 16:36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치주질환에 대한 다음글도 몹시 설레는 맘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언제 원장님 치과 함 꼭 가야는데... ^^
     
이영선 12-02-15 13:54
 
장원장님, 요새 많이 바쁘시지요?^^
신소영 12-02-15 10:25
 
환자분이 치과 질환만으로 한의원에 오시는 경우는 없지만
다른 증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끔씩 치아나 잇몸 증상을 호소하시는 경우가 있더군요.
치아와 치조골, 상하악, 잇몸 관련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장부, 경락, 正邪 이론 등에 의하여
위대장관 내의 쓸 데 없는 열과  신,간의 정혈부족으로 인한 虛열과 연관되어 있다 본답니다.
허리 아파 치료 받으시다 윗잇몸이 들뜨고 피고름이 나는데 함께 치료해줄 수 있느냐 하시는 경우,
위의 식적과 적열을 덜어내고 대장의 기운을 북돋우는 침처방에 위장을 조화롭게 하는 가루약
정도로 처치해 드려도 증상이 잘 개선되기도 하지요.
환자분이 식생활 및 생활습관을 바르게 하려고 노력하며 치료에 동참하셨기에 가능했겠지만요.
음주나 육식, 과식 등 잘못된 식습관으로 위장관 내에 쌓인 열이 어느 한도를 넘었을  때,
더구나 과로나 스트레스 등으로 자신의 면역기능이 떨어졌을 때는
치료과정 중 호전되다가도 악화되기도 하더군요.


치아 하나, 머리털, 손발톱 하나하나까지 우리 몸의 소중한 부분이자 전체임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치아에 대해서는 다소 무심했는데 더 소중히 간수해야겠는데요.
     
이영선 12-02-15 13:53
 
네, 신원장님! 치주질환은 면역력과 연관이 많습니다. 식습관, 과로, 스트레스가 다 치주질환과 관련이 있구요.. 다음에 치주질환에 대해 글 올리면 또 댓글로 고견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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