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 동안 남의 글에 댓글다는게 취미였던 사람이 갑자기 실명, 소속 다 밝히고 직접 글을 올리는 일을 좀 해보니 이게 댓글다는 것보다 좀 더 재미있는 일이란 걸 그만 알게 되어 버렸어요.^^
본 웹사이트가 전문가들의 사이트를 표방하니만큼 실제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된 현미채식의 효과에 대하여 결과를 요약하여 소개하고 토론하는 난이 있으면 계속 이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간사님께 “Evidence-based 현미채식”이란 난을 제안드렸더니 이렇게 만들어주셨네요. 굳이 제목을 그렇게 붙인 이유는.. 의사들이 Evidence-based란 용어에 좀 약하거든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연구결과를 기술하고 해석할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건조한 글이 될 듯 하니,예전의 추리소설 수준의 글은 기대하시지 마시구요^^. 제가 먼저 스타트를 끊습니다. 다른 분들도 줄지어 참여를 해주신다면 전문가사이트에 걸맞는 아주 멋진 지식과 토론의 장이 될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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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관리에 현미채식이 ADA식이보다 더 효과적일까?
당뇨병관리에 있어서 식이요법의 중요성은 당뇨병환자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보통 종합병원에서는 영양사가 상주하면서 모형밥상을 차려놓고 이건 몇 칼로리 밥상, 저건 몇 칼로리 밥상하면서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ADA 식이요법 (미국당뇨병협회(American Diabetic Association, ADA)의 권장사항에 따른 식이요법)교육을 열심히 시킵니다. 일회 교육시간이 보통 30분이 훨씬 넘죠? 그리고 내용이 어렵고 복잡해서 교육해도 환자들이 많이 어려워하고 한번 교육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도 어렵죠. 중요하긴 무지 중요한데 하여튼 현장의 현실은 그렇습니다.
최근 당뇨병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ADA 당뇨병 권장식이와 현미채식이 HbA1C치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평가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 (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결과가 몇 편 발표된 바가 있습니다(1-3). 다른 분야 선생님들을 위하여 잠깐 설명을 달자면HbA1C는 당뇨병환자에서 장기적으로 혈당이 얼마나 잘 관리되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오늘은 그 중 2009년도에 영양학분야에서는 가장 좋은 저널 중 하나인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지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소개드릴까 합니다(1).
주 연구자가 미국의 George Washington대학의 Neal Barnard박사이네요. 음.. 일단 웹에 올라온 사진상으로는 무지 잘 생겼습니다. 영화 하나 찍어도 될 것 같네요. 아 참, 이 분이 Physicians Committee for Responsible Medicine (PCRM)을 창립한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Barnard박사가 아닌 다른 연구자가 보고했더라면 이 연구결과가 더 설득력이 컸을 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 Barnard박사가 채식이 좋았다는 연구를 보고하면 사람들이 별로 반응이 없을 것 같아요. 원래 그런 주장을 해왔던 사람이니까.. 그냥 패스.. 이렇게 될 것 같다는..
하여튼 이 논문에서는 평균 나이 50대 중반, 당뇨병 진단 받은 지 평균 8-9년 정도되는 제 2형 당뇨병환자 약 100명을 무작위로 두 군으로 나누어 한 군은 ADA 당뇨병 권장식이를 하도록 교육하고 다른 한 군은 현미채식을 하도록 교육해서 74주 (한 1년 6개월 정도)동안 추적관찰하면서 체중과 HbA1C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평가했습니다. 이 연구에서 현미채식군과 ADA당뇨병 권장 식이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물성식품을 금지하느냐 하지 않느냐인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입니다. 일차 분석결과에서는 체중변화나 HbA1C의 변화나 두 군 사이에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더군요. 현미채식군에서 월등하게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나요? 동물성식품을 허용하긴 하지만 ADA 당뇨병 권장식이도 현미채식과 마찬가지로 통곡물과 다른 식물성 식품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차이가 나기가 힘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74주 동안에 현미채식군에서는 71%정도가, ADA당뇨병 권장식이 군에서는 58%정도가 기존에 사용하던 당뇨병약을 다른 약으로 바꾼 것으로 조사되었더군요. 그리고 74주 동안 현미채식군은 35%가, ADA당뇨병 권장식이군에서는 20%가 약용량을 낮추었고, 현미채식군은 14%가, ADA 당뇨병 권장식이군에서는 24%가 약용량을 증가시킨 것으로 조사되었죠.
아무리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나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는데는 소위 약발을 따를 자가 없죠^^. 그렇기 때문에 약이 바뀌거나 약용량이 달라지면 그로 인한 영향이 너무 커서 제대로 식이요법의 효과를 평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추가분석에 들어갑니다.당뇨병약 조절이 들어가기 직전에 측정한 HbA1C를 가지고 다시 분석을 한거죠.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이 현미채식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HbA1C가 감소한 것으로 나옵니다. ADA당뇨병 권장식이군은 초반2,3개월간은 HbA1C가 감소하다가 서서히 증가해서 1년 반쯤 지나니 처음 연구시작시점의 HbA1C와 큰 차이가 없군요. 그런데 현미채식군에서는 일단 초기의 HbA1C감소 정도도 ADA당뇨병 권장 식이군보다 2배 이상 크고 감소기간도 6개월 정도까지 지속이 되네요. 현미채식군도 6개월이 넘어가니 더 이상 감소를 보이지는 않고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1년반이 지나도 그 감소 정도가 ADA당뇨병 권장식이군에서 초기에 보였던 감소 정도는 되는군요.
여기서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현미채식군에서 ADA식이요법보다 약용량을 줄인 사람이 더 많았고 약용량을 늘인 사람은 ADA식이요법보다 더 작았지만, 현미채식을 하더라도 여전히 약용량을 늘여야 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즉 현미채식을 기존의 약물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하나의 치료법이란 관점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는 것을 시사하겠죠.
그럼,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ADA 당뇨병 권장식이와 비교할 때 현미채식이 따라가기가 힘들까요? 너무나 먹기 괴로운 걸 억지로 밥을 약같이 생각하면서 고행의 1년 6개월을 보냈을까요? 일단 이 연구에 따르면 그렇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환자들이 그렇게 느꼈다면1년 6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RCT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죠. 중간에 다 빠져 나가버립니다.
ADA 당뇨병 권장식이는 칼로리를 엄격하게 제한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이 먹는 것에 늘 아쉬움을 느끼죠, 그런데 현미채식은 양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고 종류로 조절을 합니다. 즉, 양에는 특별한 제한을 하지 않고 동물성식품을 먹지 마라고 교육하죠. 교육내용이 ADA당뇨병 권장식이보다 훨씬 간단하고 실제로 환자들이 따라하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위 compliance라는 것이 두 군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거죠.
여기서 또 하나 말씀드릴 것은 외국 논문에서는 보통 그냥 vegan diet라고 하는데요, 우리들은 이를 단순히 번역한 채식이라는 용어보다는 “통곡물을 포함한 채식”이라는 의미에서 반드시 “현미채식”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얀 쌀밥에 온갖 채소와 과일은 아무리 채식이라도 소용이 없거든요. 잡곡밥도 현미를 주곡식으로 넣어주어야 잡곡밥으로써 가치가 살아납니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의 조언에 의하면 잡곡밥을 지을 때는 주곡식 60%, 잡곡식 40%이 가장 맛있는 잡곡밥의 황금비율이라고 하는데요, 이 때 주곡식60%를 몽땅 현미로.
본 연구대상자와 같이 당뇨병을 앓은지 평균 8-9년 정도되는 환자들의 경우 약을 끊고 현미채식으로 치료를 하겠다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올바른 칼럼에 올라와있는 당뇨 채식으로 치료한다라는 제목이 다소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해야 할 식이요법이라면 ADA식이요법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는 현미채식을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 당뇨병환자는 가장 저항이 없는 현미채식운동의 우선대상자들일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1. Barnard ND, et al. A low-fat vegan diet and a conventional diabetes diet in the treatment of type 2 diabetes: a randomized, controlled, 74-wk clinical trial. Am J Clin Nutr 2009;89: 1588S-96S
2. Barnard ND, et al. A low-fat vegan diet improves glycemic control and cardiovascular risk factors in a randomized clinical trial in individuals with type 2 diabetes. Diabetes Care. 2006;29:1777-83.
3. Turner-McGrievy GM et al. Changes in nutrient intake and dietary quality among participants with type 2 diabetes following a low-fat vegan diet or a conventional diabetes diet for 22 weeks. J Am Diet Assoc. 2008;108:1636-45.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053-420-4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