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정신없이 바쁘던 시절.. 저한테 정말 필요한 것은 남편이 아니라 아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보통의 여자들이 하는 일보다는 보통의 남자들이 하는 일들을 제가 더 잘 할 것 같았거든요. 뭐.. 그렇다고 저의 성적 정체성을 의심하실 필요는 없구요..^^ 남자 아이 둘을 이 세상에 내질러 저의 성염색체가 anatomically, functionally, socially 확실한 XX임을 온 몸으로 증명한 바가 있는 고로..
제가 아내로서의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수 십 가지도 족히 넘지만 그 중 하나가 제가 요리에 별반 취미가 없다는 점이었어요. 취미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하는 것을 두려워했죠. 선천적으로 저는 그리 민감한 미각을 타고 나지를 못했어요. 지금도 커피집에 가면 예민한 후각과 미각으로 원두의 원산지까지 딱딱 맞추는 사람들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죠. 제가 느끼는 커피맛의 차이는.. 뜨겁다.. 식었다.. 뭐.. 그 정도..^^
이렇게 타고난 감각이 평균 이하면 자신의 한계를 겸허히 인정하고 남들이 만들어놓은 레시피는 존중하고 충실히 따라줘야 하는데 저는 표준화, 획일화에 필요이상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성향이 있는지라 음식도 나름 창의적으로 한다고 제 멋대로 발버둥치다가 만드는 음식 족족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일이 반복되고 말았죠. 그러다가 그만 요리라는 분야와 점점 멀어지게 되구요. 그러던 제가 한 1년 전부터 우연한 계기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가는데요 지금은 제가 받는 월급 중 요리선생님한테 갖다 드리는 수업료가 가장 보람있게 사용하는 돈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요리가 너무 재미있어졌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수업시간에 거의 노트필기를 하고 있지 않다가 시험 때만 되면 다른 친구들의 노트를 복사해서 공부하던 그런 불량학생이었는데 요리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레시피는 숨소리까지 다 받아적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니까요..^^
이 양반이 뭔 이야기를 할려고 이렇게나 개인신상발언을 주저리 주저리 해댈까? 싶으실텐데요.. 바로 소금이 음식 맛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죠. 요리를 배우면서 그리고 요리를 직접 하면서 진짜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어요. 세상에서 하두 싱겁게 먹어라 싱겁게 먹어라 노래를 해서 레시피에 있는 소금 양을 조금 줄여보면 음식 맛이 뭔가 2% 부족해지면서 만들어 놓은 음식이 별로 당기지가 않아요. 그렇지만 거기에다 아주 약간의 소금만 살짝 더 넣어주면 맛이 너무나 풍부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하게 됩니다. 세상의 그 어떤 조미료보다 소금의 양은 음식 맛을 결정짓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더군요.
2012년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에서 공동으로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라는 것을 발족했더군요. 믿거나 말거나 식약청에서 발표하기를 우리나라 일인당 나트륨섭취량을 3000mg으로 낮추면 의료비용 3조원을 비롯하여 13조원의 사회경제적 이득이 있답니다. 시절이.. 하~ 수상한지라 별~ 시덥쟎은 관주도 운동본부도 다 생긴다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제 관심영역이 아닌지라 신경끄고 살았는데요 그 이후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전국의 각 보건소에서는 싱겁게 먹기 운동이 금연운동을 이은 최고의 주력사업이 되었고 먹거리와 관련하여 짠 음식이 전 국가적 이지매 대상쯤 되어 있더군요.
모든 인류의 건강이 존재 이유라는 WHO라는 기관에서 만들어놓은 기준에 의하면 나트륨(Na)은 하루 2000mg이하로 섭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을 우리가 실제로 먹는 소금(NaCl)양으로 환산하면 5000mg, 즉 5g 정도 되구요. 내가 하루 종일 먹을 수 있는 소금 양이 1ts하나 정도라니.. 제 책꽂이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주옥 같은 레시피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이 세상의 기준에 의문이 생기더군요. 도대체 왜 온 세상사람이 다 5g이냐구요??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한 12~13g정도 된다고 합니다. 권장량보다 2배 반정도 더 많이 먹습니다. 평균이 그 정도지 그 안에는 아주 짜게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부터 소금이 청산가리보다 더 무서운 줄 아는 사람까지 별별 사람들이 다 섞여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바, 전문가들이 싱겁게 먹어야 하는 이유로 주장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은 삼단논법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트륨(소금)을 많이 먹으면 혈압이 올라간다.
-혈압이 높으면 뇌졸중이나 심장병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고로 나트륨(소금)을 많이 먹으면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위험이 증가할 것이다.
삼단논법에서 마지막 결론이 참이기 위하여서는 첫번째 명제와 두번째 명제가 참이라야만 합니다. 먼저 두번째 명제는 OK입니다. 혈압이 높으면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첫번째 명제의 경우 최소한 제가 보기에는 현재 전문가라는 양반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명쾌한 진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트륨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라고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Intersalt연구, DASH연구, 수많은 무작위임상시험연구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이 정도 결과가 과연 전 인류가 소금을 하루 5g이하로 섭취해야 하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2013년에 나온 메타분석결과를 보니 고혈압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최소한 혈압조절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1).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소금 일일섭취량을 4주 동안 4.4g 줄이면 수축기혈압은 약 5.39mmHg, 확장기 혈압은 약 2.82mmHg 정도 감소하네요. 그러나 혈압이 정상인 사람들의 경우 고혈압환자에서만큼 그리 뚜렷한 것 같지가 같더군요. 수축기혈압 2.42mmHg, 확장기혈압 1.00 mmHg정도 감소시키네요. 현대의학이 알고 있는 것보다는 몇 백배는 더 똑똑할 것이 분명한 우리 몸이 알아서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필요 없는 것은 배설하는 조절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일일 소금섭취량을 4.4g 줄인다는 거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혈압조절에는 음식의 맛을 희생해가면서 소금섭취량을 줄이는 것 보다 더 기분좋게 할 수 있는 많은 효과적인 방법들이 있습니다. 칼륨과 같은 다른 미량원소의 섭취를 늘이는 것,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체중을 줄이는 것 등과 같은 방법이죠. DASH연구결과를 보면 특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소금을 줄이는 게 혈압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백번 양보하여 첫번째 명제도 100% 참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위 삼단논법의 결론인 소금을 많이 먹으면 심혈관계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맞을까요? 소금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이 단순히 혈압을 조절하는 일뿐이라면 이 삼단논법의 결론도 맞을 겁니다. 그러나 소금은 혈압 외에도 우리 체내에서 너무나 중요한 일을 많이 하는 미량원소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첫번째 두번째 명제가 100%참인 상황에서도 삼단논법의 마지막 결론은 결코 참이 아닐 수가 있습니다. 생명체가 가진 그 무한 복잡성 때문이죠.
실제로 삼단논법의 최종 결론인 소금섭취와 심혈관계질환 발생간의 관련성은 매우 모호합니다 (2). 소금섭취량이 높을수록 발생위험이 증가한다는 논문들도 있지만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논문들도 있고 심지어는 오히려 소금섭취량이 낮으면 발생위험이 높다는 논문들도 있습니다(2). 2011년 소금과 심혈관계질환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1편이 JAMA라는 유명한 저널에 발표되는데요 이 연구에서 심혈관계질환 사망률이 제일 높은 군이 WHO에서 권장하는 5g이하를 먹는 사람들, 그리고 정말 너무 많은 소금을 먹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가장 낮은 사망률을 보인 군은 10-15g 정도를 먹는 사람들이었구요. 즉, 너무 많은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작은 것도 좋지 않다는 U자 형태의 관련성을 보인다는거죠. 이 연구결과를 두고 방법론적으로 맞니 틀리니 하며 또 열심히 연구자들끼리 싸우고 있는 현실이긴 하지만 위 삼단논법의 명쾌함에 비한다면 결과가 아주 뜻밖입니다.
이러한 최근 연구결과들을 반영하여 2013년 5월 미국 국립의학학술원 (Institute of Medicine of National Academies, IOM)에서는 현재 미국정부에서 권장하는 나트륨 섭취량이 너무 낮아서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내게 됩니다 (4). 이 의견에 대하여 소금의 유해성을 주장해왔던 기존의 전문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미국내 식약청,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다시 한번 기존의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게 되죠. 이 논란은 2013년 American Journal of Hypertension이라는 저널에서 특집으로 자세히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간 소금섭취와 관련하여 벌어진 논쟁을 들여다 보니 그 대립구도가 good guy와 bad guy간의 대결 정도로 인식되고 있더군요. 인류의 건강이라는 숭고한 목적을 위하여 정직한 연구를 하는 순수한 연구자들과 소금을 만들어서 파는 기업체들과 관련된 단체인 Salt Institute에서 연구비를 받아서 이 기업들의 이권을 위하여 편파적인 연구를 하는 부도덕한 연구자들간의 싸움.. 전자는 소금은 해롭다는 주장을 하고 후자는 소금은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을 합니다. 미국 가공식품업계가 소금이 해롭다는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미국인 소금섭취량 중 약 70%가 가공식품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가공식품의 경우 소금함유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면 맛이 급격하게 저하되어 판매량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사람들에게 경제적 이익에서 자유로운 전자의 주장이 더 신뢰할 만 한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도록 만들어 버리죠.
가공식품이 나쁜 음식이라는 점은 소금이 많이 들어가든 작게 들어가든 변함없는 진실입니다. 단지 소금을 적게 넣는다고 가공식품이 결코 좋은 음식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가공식품에 든 소금을 가지고 지네들끼리 나쁘다 아니다 하면서 해대는 쌈박질에 우리가 신경쓸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소금에 대한 논쟁은 결국 많은 전통발효식품에 대한 논쟁으로 번져가기 때문에 소금에 대한 진실을 좀 더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류문명의 시작과 함께 각 민족은 식품을 장기간 저장하기 위한 방법들을 아주 다양하게 발전시켜왔고 그 상당수는 아주 짠 발효식품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싱겁게 먹기 운동의 주된 공격대상 음식들도 역시 전통발효식품들이더군요.
싱겁게 먹기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 중 빠지지 않는 근거 중 하나가 구석기시대에 인류가 먹었던 소금양은 하루 1-3g미만이었기 때문에 인간들은 유전적으로 이러한 정도의 소금만 먹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채식의 배신에 나오는 곡류에 대한 비판과 매우 흡사한데요 그 책의 저자는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기원전 만년전 정도로 극히 최근의 일이며 그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사냥과 채집으로 생존을 해왔기 때문에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곡물류에 적응되지 못하였다고 주장했었죠. 저는 “채식의 배신을 읽은 나름의 짧은 소감”이라는 글에서 당연히 만년은 십만년보다는 짧고 백만년보다는 짧지만 만년이라는 기간은 진화론적으로 충분히 적응가능한 세월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반론을 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소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수렵채집으로 생존해 가던 구석기시대에 인류가 먹었던 소금양은 극히 작았다 하더라도 기원전 만년, 그 때부터 인류가 농사를 짓고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음식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었으며 이 중 하나가 소금을 이용한 식품 저장방법의 발전입니다. 만년의 세월이라면 인간들은 충분히 유전학적, 특히 후성유전학적 적응을 통하여 증가된 소금의 섭취에 적절하게 우리의 유전자를, 우리의 세포를, 우리의 몸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다양한 음식을 먹고 생존할 수 있었다는 점은 현생 인류의 생존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하죠. 사막, 밀림, 강가, 바닷가, 적도, 극지방.. 지구상에 인간들이 살지 않는 곳이라고는 없습니다. 산업화 이 전에 그 사람들이 사는 환경이 제공할 수 있는 먹거리라는 것도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고 그 먹거리 안에 포함된 소위 개개 영양소라는 것은 극과 극을 달립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영양소들간의 조화로 인하여 수천 년 동안 그 환경이 제공하는 먹거리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그것만 먹고서도 생존을 할 수 있도록 그렇게 진화를 했습니다. 따라서 소금 섭취량이라는 것도 국가마다 인종마다 식생활에 따라 그 문화적 배경에 따라 상당히 다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주로 채식을 많이 하는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금섭취량이 많았다고 합니다. 채식의 경우 육식보다 칼륨섭취량이 많기 때문에 칼륨과 나트륨의 비가 중요한 생리기능상 소금섭취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그걸 21세기에 와서 갑자기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소금을 하루 5g이하로 먹어야 한다고 정하는 것..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 아닌가요? 또 하나의 전형적인 환원주의적 현대영양학의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제가 소금에 대하여 조사를 하다가 그 동안 몰랐던 너무나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어요. 바로 소금에 지금 평생을 걸고 연구하고 있는 POPs중 가장 유명한 그 다이옥신류들이 초극미량이긴 하지만 검출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5). 다이옥신이라는 물질이 다양한 유기물에 열을 가할 때 염소가 존재하면 생성되는 부산물입니다. 그러니까 소금에 열을 가하는 과정에서 소금, 즉 NaCl속에 포함된 염소(Cl)로 인하여 다이옥신류들이 만들어지는거죠. 물론 어떠한 경우에도 현재 기준으로 당연히 허용한계 이내의 엄청나게 낮은 농도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POPs에 대한 저의 일관된 주장이 현재 허용한계 이내의 저농도 POPs에 대한 장기적 노출이 고농도 POPs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 아닙니까?
제가 지금까지 POPs에 대하여 발표한 연구 논문이 꽤나 많지만 그 중 대부분은 유기염소계 농약과 PCBs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다이옥신류의 경우 일단 측정비용도 너무나 비싸고 (일인당.. 200만원..) 혈액양도 너무나 많이 필요해서 (일인당.. 약 100cc..) 이 척박한 국내 연구환경에서 제가 제대로 연구해볼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죠. 그런데 그 와중에도 미국자료를 이용하여 다이옥신류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요. 그것이 바로.. 지질이상이나 혈당이상은 POPs중에서도 유기염소계 농약이나 PCBs종류와 관련성이 더 있는 것 같고 혈압이상은 다이옥신류와 더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었어요 (6,7). 그렇다면.. 만약에.. 그렇다면.. 일부 연구에서 보인 소금과 고혈압간의 관련성도 소금을 오염시킨 초극미량의 다이옥신이 어떠한 역할을 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 제 머리 속을 계속 맴돌고 있네요..
그러나 중요한 점은 다이옥신이 소금에서 검출된다 한들,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의미 없는 논쟁이라는 겁니다. 산업화 이전에는 소금에 들어가 있는 염소가 다이옥신의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언정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인간들이 만든 수많은 합성화학물질들내에 존재하는 염소들이 소금 속에 포함된 염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다이옥신의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화학물질들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소각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다이옥신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땅과 공기와 물을, 그리고 이 지구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수많은 음식들을 오염시켜 버렸구요,. 소금을 오염시켰다는 다이옥신은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 현재 싱겁게 먹기 운동의 주된 공격대상이 되는 전통발효식품을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가 내 장 속에서는 어떤 일이? 라는 글에서 POPs를 분해하는 미생물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는데 기억하시나요? 당연히 다이옥신을 분해하는 미생물도 있습니다. 통상적인 발효과정에서 이러한 POPs물질들이 분해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소금으로 만든 발효식품은 비록 엄청나게 짠 음식일지언정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일 가능성이 큽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현대사회의 많은 음식들은 다양한 화학물질로 오염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발효과정에서 다양한 미생물들이 이러한 화학물질들을 분해하게 됨으로서 현대사회에서 발효식품은 우리 몸의 정상적인 생리작용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나트륨을 비롯한 각종 영양성분을 보다 더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품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이로운 미생물 덩어리인 발효식품을 가지고 단순히 얼마나 짜냐? 아니냐?로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정말 인간만이 감히 할 수 있는 어리석은 이분법입니다. 발효식품은 좀 짜도 좀 달아도 그 안의 미생물들이 가진 무한 능력과 그 음식을 먹으면서 진화해온 우리 몸의 적응력을 충분히 한번 믿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몇 주 동안 틈날 때 마다 열심히 소금에 대한 각종 논문들을 읽어 본 현재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저의 수축기/확장기혈압은 110/70 mmHg정도이고 일일 소금섭취량은 우리나라 평균치와 유사한 12-13g정도가 되지 않을까 추정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소금섭취량을 하루 5g이하로 감소시킬 어떠한 당위성도 최소한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혈압이 정상범위에 계시는 분들의 경우 크게 소금양에 신경쓰지 마시고 평소 싱겁게 먹는 것이 입맛에 맞으면 그렇게 드시면 되고 조금 짭짤해야 입맛이 도시는 분은 또 그렇게 드시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현재 혈압이 높으신 분들은 짠 맛을 줄이시면 혈압조절에는 도움이 될 겁니다. JAMA논문덕분에 소금섭취를 줄여서 할 수 있다는 그 혈압조절이 궁극적으로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더 드리자면 혈압이 높거나 높지 않거나 모든 사람들에게 “싱거운 음식”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건강한 음식”입니다. 여태까지 제 글 읽어보신 분들은 제가 주장하는 건강한 음식이 뭔 줄은 이미 다 아실테고.. 정부에서 굳이 운동본부인지 뭔지를 차려서 생색을 내고 싶다면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이전에 “현미 먹기 운동본부”를 차리는게 백번 더 국민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덕희
참고문헌
2. Alderman MH. Reducing dietary sodium: the case of caution. JAMA 2010;303:448-9
3. O'Donnell MJ, et al. Urinary sodium and potassium excretion and risk of cardiovascular events. JAMA. 2011;306(20):2229-38.
4. IOM (Institute of Medicine). Sodium intake in populations: Assessment of evidence. Washington, DC: The National Academies Press; 2013.
5. Yang JS, et al. Polychlorinated dibenzo-p-dioxins and dibenzofurans from food salt samples processed by heat treatment in Korea. Chemosphere. 2004 Mar;54(10):1451-7.
7. Ha MH, et al. Association between serum concentrations of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and prevalence of newly diagnosed hypertension: results from the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1999-2002. J Hum Hypertens. 2009 Apr;23(4):27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