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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2-15 11:31
동성애와 환경호르몬
 글쓴이 : 이덕희
작성일 : 15-02-15 11:31 조회 : 2,237  



작년 독일에서 열린 학회 참석 중에 잠시 들른 쾰른에서 유럽에서 가장 큰 동성애 축제를 구경 할 기회가 있었어요. 제가 머무른 곳이 본이라는 도시였는데 주말에 심심해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쾰른을 가보기로 했어요.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는 그 유명한 쾰른 대성당부터 들렀죠. 마침 주일미사 시간이더군요.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한참을 구경하다가 나오니 그 사이에 성당 앞 광장의 분위기가 아주 묘하게 바뀌어져 있었어요. 범상치 않은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아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데요 주위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바로 유럽전역에서 모여든 동성애자들이라고 하더군요. 여행길에 이런 예상하지 않았던 일을 경험하는 것을 훨씬 더 재미있어 하기 때문에 처음 계획했었던 쾰른 하루 관광 일정을 다 접고 이 사람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어요. 이 사람들이 벌인다는 축제가 아주 궁금했거든요.

동성애자 축제라고 해서 도시의 어느 한 구석에서 벌어지는 자기들만의 잔치가 아니더군요. 쾰른이라는 도시 전체가 들썩대는 아주 큰 축제였어요. 하루종일 도시를 누비며 이 축제를 구경했는데요 개중에는 아무리 열린 마음으로 봐 줄려고 해도 좀 심하다 싶었던 사람들도 없진 않았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그냥 우리 이웃과 같은 사람들이더군요. 심지어는 짧은 커트머리에 화장기 없던 저를 축제에 참가하러 온 열성 동성애자로 착각하고 아시아의 당신 나라에서도 이런 축제를 있느냐? 당신 가족이나 친구들이 당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고 물어대는 사람들까지 만나 아주 난감했었죠.

베지닥터 칼럼에서 동성애까지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할까 좀 고민했는데요.. 동성애라는 이슈가 너무 종교적, 정치적 혹은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만 논의되는 것 같아서 그냥 글을 올려버리기로 해버렸어요. 아~ 그리고 이 주제도 하다 보면 결국 먹는 이야기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동성애를 단순히 퇴폐한 성적취향일 뿐이라고 단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저는 많은 (“다”는 아닙니다) 동성애자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태어난다 혹은 아주 어릴 때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되도록 결정되었다고 하면 그냥 바로 “유전자”, 부모로부터 받은 난자와 정자의 결합을 통해서 현재 존재하는 나의 모든 것을 만드는데 청사진이 된다는 “그 빌어먹을 유전자”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매우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가지는 분들은 동성애자들은 후손을 가질 수 없으므로 진화론적으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로  현대사회에 만연한 동성애가 태어날 때 부터 가지는 성향일 수는 결코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선천적 성향은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유전자 그 자체에 의하여 결정되는 선천적 성향과 자궁내 환경이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쳐서 결정되는 선천적 성향입니다. 전자의 선천적 성향은 후손을 가질 수 없으면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점차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나 후자의 선천적 성향은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현재 동성애는 많은 서구국가나라에서 심각한 논쟁거리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에 동성애자 차별금지를 명시한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두고 한바탕 해프닝이 있었죠. 왜 20세기 들어서 동성애자가 늘어나는가를 두고는 논란이 많은데요 동성애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현대사회가 도덕적으로 문란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동성애자를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의 질서를 파괴하는 집단으로 죄악시하죠. 종교적인 관점에서 동성애자 = 악마의 자식, 말세의 징조쯤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구요.

그러나 동성애의 증가에는 바로 화학물질들, 특히 소위 환경호르몬, 내분비장애물질이라고 부르는 물질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환경호르몬들에 대한 노출이 남녀 생식기관의 해부학적인 구조나 생식관련 기능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나 (1) 동성애와 같이 정신적인 영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서는 큰 관심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환경호르몬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가장 많은 연구가 된 화학물질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들입니다. 종류는 아주 무지막지하게 많습니다. 아기들 젓병과 깡통제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비스페놀 A, 플라스틱제품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데 들어가는 프탈레이트, 수은과 같은 중금속들, 각종 농약들, POPs 물질들.. 뭐 새삼 따로 적을 것도 없이 그냥 세상에 늘려있고 그냥 우리가 숨쉬듯 물마시듯 노출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 됩니다.  그럼 에스트르겐과 비슷한 것들만 있냐? 반대로 에스트로겐의 역할을 방해하는 화학물질도 있고 남성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인 안드로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들도 존재하고 마찬가지로 이를 방해하는 화학물질들도 존재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속에서 이러한 +, -, X, / 가 뒤죽박죽이 된 화학물질의 혼합체에 노출되면서 살고 있습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자다운 여자는 여성호르몬이 풍부한 사람들이고 남자다운 남자는 남성호르몬이 풍부한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두 사람이 만나면 자연의 섭리로 서로 사랑하면서 후손도 덤으로 가질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 주위에 너무나 흔하게 존재하는 성호르몬 유사 혹은 방해 화학물질들이 기괴한 조합을 해버리면 성염색체는 분명히 XY이나 여자보다는 남자를 더 좋아하는 남자, 성염색체는 XX이나 남자보다는 여자를 더 좋아하는 여자가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2011년에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생태학교수인 피터 프레데릭 연구팀은 따오기라는 새를 대상으로 수은함량이 다른 먹이를 주고 5년 동안 키우면서 관찰했더니만 수은에 노출된 수컷일수록 동성애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죠 (2). 수컷들이 도대체 암컷에는 관심도 없고 자기네들끼리 짝짓기를 하고 난리가 났더라는 겁니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수은의 농도는 우리가 환경내에서 노출되는 농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농도였죠. 수은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화학물질 중 하나입니다.

따오기와 수은은 하나의 예일 뿐이고 다른 동물에서도 다른 화학물질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이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이런 화학물질들이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왜 다 동성애자가 아니냐구요? 그것은 우리가 +, -, X, /가 뒤죽박죽 섞인 수많은 화학물질의 혼합물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죠. 더하고 빼고 나누고 곱해서 결국 마지막 값이 0이 될지, 10이 될지, -10이 될지 누구도 알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런 화학물질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워낙 다양하게 존재하니 시시때때로 그 마지막 값이 바뀝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호르몬과 인체반응은 노출농도가 높을수록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는 선형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소위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로 특정범위의 농도에서만 우리 세포가 반응을 보이죠. 단 하나의 화학물질만 문제라면 그 위험천만한 특정농도가 어느 정도라는 걸 알아내고 이를 피하기 위해서 뭘 어떻게 해 볼 수 있겠지만 비선형적인 용량-반응관계를 가진 수많은 화학물질의 복합체에 노출되는 상태라면 위험한 범위를 찾아내고 인위적으로 조절하고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나한테 어떤 문제가 생겼다. 그렇다면 그건 바로 복불복, 아래 그림과 같이 아~ 재수없이..  뭐 이런 상황이라는거죠.



그리고 환경호르몬은 노출 시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환경호르몬들이 태반을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임신 중에도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는데요 우리 몸은 태아 시기와 영유아시기에 이러한 물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을 합니다. 이 시기는 다양한 성호르몬들이 성과 관련된 기관의 분화와 발달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성호르몬이 뇌의 발달, 특히 성의 정체성 발달에도 관여하구요. 이 때 재수없이 환경호르몬들의 기괴한 조합에 딱 걸리면 이러한 성과 관련된 신체적 특성, 정신적 특성의 발달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거죠. 바로 환경요인에 의하여 선천적으로 그리고 아주 어릴 때부터 그 소양을 타고 나는거죠. 자궁내에서의 노출뿐만 아니라 출생후 영유기 때 환경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란성쌍둥이의 동성애자 일치율이 100%가 아닌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동성애자 중에서 레즈비언보다는 게이의 비율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도 역시 환경호르몬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화학물질 중에는 에스트로겐 유사 화학물질이 훨씬 더 다양하고 많기 때문이죠. 여자는 자고로 도도해야 대접을 받고 사는 법인데.. 이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결합하는 수용체들은 아주 느슨하고 헤퍼요. 대충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면 뭐든지 붙여놓고 보는거죠. 호르몬이란 것은 원래 100이 있는데 10정도 더해지면 별 차이가 없지만 원래 10밖에 없는데 10이 더 해지면 아주 반응이 달라집니다. 에스트로겐 유사 화학물질들은 원래 생물학적으로 높은 농도의 에스트로겐을 가지고 있는 여자들보다는 낮은 농도를 가지고 있는 남자들에게 훨씬 더 민감하게 작용하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면 혹자는 동성애라는 것은 고대로마시대부터 있었던 것이었다고, 그러므로 20세기 들어서 만들어낸 화학물질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반박을 합니다. 맞습니다. 동성애는 고대로마시대부터 있었던 것도 맞고 동물들간에도 동성애를 합니다. 그러나 환경호르몬에는 사람들이 만든 인공적인 화학물질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사람들이 만든 화학물질보다 더 강력한 것이 바로 자연이 만든 화학물질들입니다. 바로 식물들이죠.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매우 다양한 화학물질이 인체의 호르몬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유명한 것들이 역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종류들입니다.

식물들이 이러한 에스트로겐 유사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식물들은 동물들과는 달리 몸을 움직여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방으로부터 피할 수가 없습니다.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이와 같이 생존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처해있는 식물들이 고안해놓은 나름의 장치가 바로 에스트로겐유사 화학물질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 식물을 먹은 초식동물들의 번식력이 점차 저하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자신의 종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3). 동물 중 하나인 사람들 중에도 당연히 그러한 식물을 먹는 사람이 존재하고 따라서 이러한 식물들이 만든 에스트로겐에 특정시기에 적정농도로 재수없이 노출된 사람들은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고대부터 동성애자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저는 POPs라는 화학물질에 대하여 연구하면서 제가 그 동안 가졌던 가치관, 인생관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합니다. 동성애에 대한 견해도 그 중 하나입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빼도 박도 못하는 동성애자가 된 사람들도 일부 있을 지 언정 저는 동성애자의 상당수는 스스로 원하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이 동성애자가 된 일종의 피해자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구요.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나는 멀쩡한 이성애자로 한 평생 성경책을 끼고 살았고 새벽기도를 빠트린 적이 없었으나 내 자식은 동성애자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이 세상의 변화를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이덕희 교수

전화번호: 053-420-4866

이메일:  lee_dh@knu.ac.kr

 

참고문헌

1.Hood E. Are EDCs blurring issues of gender? Environ Health Perspect. 2005 Oct;113(10):A670-7.

2.Frederick P, Jayasena N. Altered pairing behaviour and reproductive success in white ibises exposed to environmentally relevant concentrations of methylmercury. Proc Biol Sci. 2011 Jun 22;278(1713):1851-7.

3.Hughes CL Jr. Phytochemical mimicry of reproductive hormones and modulation of herbivore fertility by phytoestrogens. Environ Health Perspect 1988;78:1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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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도 15-02-15 22:19
 
이덕희교수님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환경호르몬이 인체 특히 유전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것인지 가늠하기 어렵군요.
미세먼지가 겨울에도 심한데 봄이 오면  걱정이 됩니다.
자연의 위대함이 다시 회복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선 15-03-03 12:22
 
이덕희교수님, 좋은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
(이교수님 아니시면 어디서 이런 글을 볼 수 있을까도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사회를 건강하게 지킨다는 명분으로 타인에 대한 소외나 억압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겉으로 드러난 폭력 외에 음지에서 혹은 식탁 위에서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들 속에서 무수히 자행되고 있는 폭력의 사슬을 어디서 끊을 수 있는 것인지...타인의 그릇됨은 보면서 내 안의 편견과 무지는 보지 못하는 우를 끝없이 범하는 저 자신을 다시 돌이켜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간통죄라는 것이 폐지된 것도 그런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더이상 법의 테두리 안에 가둘 수 없는 문제, 반면에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되어가고 있음의 반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들의 문제 역시 더이상 외면 할 수 없는 문제로 커져 있는 것이겠지요. 그 문제를 의학적인 관점에서 일부는 질병으로 볼 수도 있겠고, 일부는 자연발생적인 것, 일부는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이웃들이며 그들에게 들이대고 있는 잣대가, 그것이 신의 이름으로든 과학의 이름으로든 또 하나의 편견일 수 있으며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도 있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또한 필요한 때 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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