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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7-12 12:18
풀 먹인 동물성 식품이 보였던 기적 (1) -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글쓴이 : 베지닥터
작성일 : 11-07-12 12:18 조회 : 3,539  
 
혹시 작년 10월경 SBS에서 방영한 옥수수의 습격이란 시사프로그램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마이클 폴란이란 뉴욕타임즈 매거진 기자가 쓴 베스트셀러인 『잡식동물의 딜레마』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요, 안보셨다면 일단 한번 보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채식주의자든 아니든 꼭 한번은 봐야 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가능하다면 두께 때문에 좀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잡식동물의 딜레마란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 더 좋습니다.
 
아마 그 방송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에게는 건강을 위하여 무조건 육식은 좋지 않고 반드시 채식을 해야 한다는 베지닥터의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편견에 가득 찬 극단주의자들의 사적인 견해 정도로 보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보면 매일 버터를 거의 한 그릇씩 퍼 먹는 미국 사람, 고기, 치즈, 우유, 계란으로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매일 먹는 프랑스 사람 등이 등장하죠. 그렇게 먹으면서도 체중,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 혈압이 기적같이 뚝 떨어지고 HDL콜레스테롤은 증가합니다. 동물성식품을 그렇게나 먹어대는데요.
 
이 프로그램을 보면 동물성식품의 문제는 가축에게 옥수수사료를 먹이느냐? 풀을 먹이느냐?에 따라서 확연하게 다른 것으로 나옵니다.  위의 예에서 나온 사람들이 먹는 동물성식품은 우리가 쉽게 슈퍼마켓에서 구입할 수 있는, 소위 옥수수사료를 주식으로 공장형 축산업을 통하여 생산된 동물성식품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방목을 하면서 풀을 뜯으면서 자라는 가축으로 나온 동물성식품이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원래 풀을 먹던 동물은 체내의 오메가 6 지방산과 오메가 3 지방산의 비율을 1~4:1정도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옥수수사료를 먹이면 급격하게 오메가 6 지방산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이러한 동물성식품을 먹으면 사람의 몸도 오메가 6 지방산이 증가하게 된다고 합니다. 옥수수는 오메가 6가 많이 함유된 전형적인 식품으로 오메가 6:오메가 3의 비율이 60:1정도가 된다고 하네요. 인체 내에서 오메가 6의 비중이 높아지면 비만이 발생하고 여러 가지 질병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 풀을 먹이면서 가축을 키우고 이러한 가축에서 나온 동물성식품을 먹으면 오메가 3 비율이 높아져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사실 오메가 3와 오메가 6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동물성 식품보다는 오메가 6지방산의 비율이 무지하게 높은,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식물성 기름의 과다섭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만.. Anyway..  
 
채식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동물성식품이 본질적으로 건강에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대인이 가진 만성퇴행성질환이 거의 없었던 원시부족들을 보면 동물성식품이 주된 에너지원인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인류가 농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기원전 약1만년 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것보다 훨씬 더 길었던 구석기시대의 주된 식습관이 사냥과 채집으로 얻어진 음식들이었죠. 옥수수의 습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여름철에는 유제품으로, 겨울철에는 육류로 평생 동안 거의 대부분을 동물성식품만 먹지만 혈압, 지질, 혈당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매우 건강한 몽골의 한 부족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화학물질에 오염만 되지 않았다면 동물성식품도 식물성식품에 못지 않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프로그램은 여전히 저를 불편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죠. 자연 그대로 방목하면서 풀로 키운 가축에서 나온 동물성 식품이 공장형축산업을 통하여 옥수수사료와 각종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로 범벅을 해서 키우는 가축에서 나온 동물성 식품보다 월등하게 나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이미 인간이 반 세기 동안 인류가 진화 과정중에 경험하지 못했던 수많은 화학물질들로 공기, 물, 토양을 오염시켰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자연에서 풀을 뜯으면서 키운다고 해도 동물성식품은 어쩔 수 없이 먹이사슬 위에 있는 음식이며 따라서 화학물질의 축적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래도 경계해야 할 식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옥수수의 습격에 등장하였던 풀로 키운 가축에서 나온 동물성식품을 주로 먹었던 사람들의 사례가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 것인지, 대표성이 있는 것인지 프로그램을 보면서 매우 궁금했었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논문으로 발표되는지를 나름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구요.
오늘은 이 주제로 발표된 논문 2편을 소개시켜드릴까 합니다. 하나는 아일랜드 Ulster대학의 연구팀에서 2011년 1월 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한 것이구요(1). 다른 하나는 옥수수의 습격에도 나왔었던 프랑스의 연구자 베르나르 슈미츠 박사팀에서 2010년 Lipids에 발표한 것입니다(2).
 
먼저 아일랜드 팀에서 발표한 연구입니다. 연구디자인은 특별히 건강상 문제가 없는 자원자 40명을 대상으로 1달 동안 시행된 이중맹검 무작위할당 임상시험입니다. 무작위로 두 군으로 나눈 후 한군은 풀을 먹은 소고기와 양고기를 다른 한 군은 사료를 먹은 소고기와 양고기를 제공했으며 주당 평균 섭취량은 약 469g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중맹검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먹는 사람들도 실험을 수행한 연구자들도 이 사람이 먹는 것이 풀을 먹은 고기인지 사료를 먹은 고기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이 진행되었구요.
 
연구결과입니다. 확실하게 풀로 키운 소고기와 양고기를 먹은 사람들의 혈액과 혈소판의 오메가 3 지방산이 뚜렷하게 증가했네요. 사료로 키운 고기를 먹은 사람들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구요. 그런데 혈액과 혈소판의 오메가 3 지방산이 뚜렷하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건강관련 지표들인 지질이나 혈압의 변화 같은 것은 사료로 키운 동물성 식품을 먹은 군하고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옵니다. 음.. 옥수수습격에 등장했었던 그 사례들만을 생각한다면 풀로 키운 동물성 식품을 먹은 사람들에게 뭔가 아주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의 결과는 풀로 키운 가축의 오메가 3 지방산이 많은 동물성 식품을 먹음으로써 인체의 오메가 3 지방산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기대되는 건강상 이득은 관찰할 수 없었다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로 연구대상자들이 먹은 오메가 3 지방산 절대량이 그렇게 많지 않고, 연구대상자들이 건강한 사람들이고, 연구기간이 짧기 때문에 지질이나 혈압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는데요.
 
바로 다음 소개시켜 드릴 나오는 베르나르 슈미츠 박사팀의 연구는 160명의 비만자를 대상으로 3달동안 시행된 이중맹검 무작위 할당 임상시험이기 때문에 아일랜드 연구팀이 본인들 연구에서 뚜렷하게 건강관련지표들의 차이를 보이지 않은 이유로 언급한 것들이 과연 이유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이 자꾸 길어지는데요,  베르나르 슈미츠 박사팀 연구결과는 이번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요약해서 올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To be continued)
 


참고문헌
1.    McAfee AJ, et al. Red meat from animals offered a grass diet increases plasma and platelet n-3 PUFA in healthy consumers. Br J Nutr. 2011;105:80-9.
2.    Legrand P, et al. The consumption of food products from linseed-fed animals maintains erythrocyte omega-3 fatty acids in obese humans. Lipids. 2010;45:11-9.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053-420-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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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닥터 11-08-22 20:42
 
자타리 2011/06/20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네요 후편또 기대됩니다
 
설경도 2011/06/20 1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오랜 만에 이교수님의 논문을 접합니다.
넘~ 반갑구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이 되질 않군요.
콜레스테롤 딜레마와 또 다른 뭔가가...??
다음 편이 기대됩니다. 이 번에도 10편 까지 고고싱 하면 좋겠습니다...^^ㅎㅎ
 
김주희 2011/06/20 2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읽었습니다.^^
흥미진진 해질것 같은데요.......
아일랜드 연구는 실험참여자들이 건강하고 비교적 짧은 기간의 결과 같아서
믿을 만한 편차가 어려울것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다음 글이 벌써 기다려 집니다.^^
늘 재미있는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옥수수의 오메가3,오메가6의 비율이 그정도 인줄 몰랐습니다 !!
 
배한호 2011/06/22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쩝,,,,, 다음주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만화책 다음 신간 나올때 보다 더 기다려지는군요....
 
이영선 2011/06/22 1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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