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동물성식품이 해롭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동물성 식품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현대의 동물성식품이 심각하게 화학물질에 오염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 전의 제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이미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떤 의사 분이 저한테 메일을 보내셨더라구요. 그러면 농약과 합성비료를 기반으로 키워지는 현재의 식물성식품 그리고 가공식품에 대하여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구요.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그런 식품들도 다 화학물질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세상에는 인간이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은 이러한 논의가 사회에 불필요한 갈등만을 야기하고 개개인의 심리적 스트레스만 증가시킬 뿐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상당히 공격적으로 의견을 피력하셨더군요.
베지닥터에 글을 올리고 이런 저런 이메일을 꽤 많이 받았는데요, 거의 대부분 공감의 말씀들이라서 그 동안 이메일을 받는 일이 마냥 즐거웠는데요 이번에는 뜻밖의 강력 태클에 은근 소심한 제가 그만 놀라버려서 답을 ‘아...네...’요렇게만 적고 자세한 답변은 베지닥터에서 드리겠다고 했죠. 보고 계시나요?^^
사실 “화학물질 오염이 얼마나 되었는가” 하는 점에만 국한해서 본다면 농약과 화학비료로 키운 현재의 식물성식품 그리고 가공식품도 동물성식품과 별 반 다를 바가 없는 나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위 우리가 건강한 음식이라고 믿고 있는 식품들이 더 나쁘죠. 예를 들어 벼를 키울 때 농약을 치게 되면 현미의 농약함유량이 백미보다 더 높습니다. 우리가 현미 중에서 각종영양분의 보고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농약이 축적되니까요.. 과일도 우리가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과일껍질에 농약들이 더 많이 축적되죠.농약 때문에 현미보다 백미를 드신다는 분, 과일도 껍질 깎고 드신다는 분들이 주위에 보면 있습니다.
가공식품은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흙에서가 아닌 공장에서 생산되는 가공식품 포장지에 적혀있는 각종 첨가 물질들의 목록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섬찟합니다. 식품에 포함된 첨가물질이라는 것은 모두 식약청에서 허가한 화학물질이고 그 첨가농도라는 것이 모두 허용기준 이내이지만 채식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글에서 썼듯이 화학물질의 허용기준이란 것은 전혀 믿을만한 것이 못 됩니다. 뭐..그렇다고 정부나 식약청에 대하여 분노하시면 안되구요, 편리함과 안락함을 사랑했던 바로 스스로에 대하여 분노하시는 것이 맞습니다.저 자신도 편리함과 안락함을 누구 못지 않게 사랑하는 인간으로 슈퍼에서 가공식품을 살 때는 포장지는 절대로 안 보고 사는 방법으로 오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학물질이란 것은 먹는 것 외에도 우리가 매일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용품, 샴푸, 린스, 치약, 화장품에도 다 들어있고 하다못해 의복, 쇼파, 카펫트, 컴퓨터, TV에까지 다 포함되고 아주 서서히 환경 속으로 스며나옵니다. 가공식품에 들어가 있는 화학물질들은 소화기로 직접 음식과 함께 섞여서 들어가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크게 보았을 때는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그리 사회정의에(?) 부합될 것 같지는 않네요.
그렇지만 먹는 것끼리 동일체급으로 한 리그를 만들어 식물성식품, 동물성식품, 가공식품을 놓고 비교하자면 동물성식품과 가공식품 중에서 누가 더 나쁜 놈인가 하는 것은 우열을 못 가리겠구요. 식물성식품은 농약과 화학비료로 키웠을 망정 비교불능, 넘사벽이죠. 바로 식물성식품이 가진 식이섬유와 파이토케미컬이 보여주는 체내에 존재하는 화학물질 배출 능력 때문입니다.
파이토케미칼들은 세포내에 존재하는 화학물질들을 세포 밖으로 끌어내는데 효과적이며 식이섬유는 이를 흡착해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탁월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미나 과일껍질에 농약이 있다 한들 현재 우리가 현미를 먹어야 하고 과일을 껍질째 먹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여기에 복식호흡을 동반한 운동이 매일 생활습관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면 더욱 더 화학물질 배출에 가속도가 붙게 될 텐데요.. 개인적으로 먹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베지닥터에서는 이 부분은 다소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 같아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운동이래도 형광등 불빛 아래 트레드밀 위에서 속도 얼마로 몇 분 뛰면 몇 칼로리 소모로 접근하는 현재의 방식은 영양소중심의 환원주의 영양학만큼이나 한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채식 어쩌구 저쩌구 하는 글에 나오는 POPs연구를 할 때 제가 느낀 점을 한가지 말씀드리자면요, POPs에는 아주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여기에 속하는데요 연구를 몇 년간 하다 보니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람들한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놈들이 소위 살충제나 제초제, 즉 농약으로 분류되는 화학물질인 것 같더군요.
농약으로 분류되는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산업활동을 위하여 인간들이 만든 다른 화학물질과는 달리 목표가 아주 뚜렷하죠.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위하여 지구상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들을 없애기 위하여 만드는 겁니다. 당장 인간에게 도움은 되지 않을 지 언정 자기대로 또 다른 존재의 목적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곤충들과 식물들을 인간들은 과학기술의 이름으로 아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화학물질들을 성공적으로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어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곤충이든 식물이든 인간이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기본적인 작동원리가 참 유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의도적으로 이들 생명체가 없애기 위하여 만든 그 화학물질이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는 그 날이 오면 그것이 바로 비수가 되는 거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현재 POPs의 범주에 속하는 반감기가 매우 긴 많은 살충제와 제초제는 이미 생산과 판매가 금지 되었지만 환경 내에서 분해가 되지 않아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먹이사슬에 광범위하게 축적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드린바 있는데요, 그럼 현재 사용하는 살충제나 제초제는 과연 안전한가 하는 것입니다. POPs에 속하는 농약들과는 달리 현재 사용하는 농약들은 반감기가 상당히 짧고 환경 내에서 분해가 비교적 잘 되죠.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무해한 원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잔류농약기준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요 화학물질의 허용기준이라는 것이 못 믿을 것이면 당연히 잔류농약기준이란 것도 믿을 것이 못 됩니다. 현재의 농약들도 역시 장기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결국 인간한테 큰 위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베지닥터의 최종지향점이 단순한 채식운동이 아니라 “제대로 된” 유기농산업 육성을 위한 목소리를 내어야 하고 그리고 개인 텃밭 가꾸기 운동이 사회운동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개인 텃밭 가꾸기는 노인인구들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이들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급증하는 이 시점에 어쩌면 가장 제대로 된 노인문제 해결 방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노인들은 대부분 한 두 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고 하루에도 작게는 서 너 가지, 많게는 열 가지가 넘는 각종 약을 복용하고 있죠. 이들의 숫자가 앞으로 기하급수학적으로 증가할텐데 어떤 사회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이들 노인인구의 건강문제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인들의 개인 텃밭 가꾸기 운동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식물성 식품을 스스로 가꾸어서 본인이 먹고, 이들을 가꾸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생명의 원천인 햇빛아래서 복식호흡을 동반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으며, 또한 다른 생명체와의 교감을 통하여 개인적인 성취감과 정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방법보다 노인들의 건강증진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