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이부족이 현미채식을 한다면?
<동물의 피를 받아먹고 있는 마사이부족>
갑자기 삘을 받는 바람에.. 연속 연재입니다.. 오늘은 저번 주 대구모임에서도 약간의 논란이 있었고 제 이전 글의 댓글들에서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과연 동물성식품 그 자체가 해롭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가?를 두고 본격 문제제기를 해볼까 합니다. 물론 현 시점에서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현미채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마지막 결론은 동일합니다만 또 우리 같은 사람들은 결론이 동일하다고 해도 과정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까칠한 영혼의 소유자들이므로..^^
종교적으로 동의하지 않으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저야 외계인도 믿고, UFO도 믿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소우주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므로 그냥 바로 이야기 풀어가겠습니다. 다 잘 아시겠지만 인간의 식생활에는 두 번의 매우 중요한 turning point가 있는데요
첫 번째가 기원전 약 1만년 전,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신석기시대입니다. 이 때부터 인간은 벼, 밀과 같은 곡물을 먹기 시작했고 야생동물이 아니라 가축을 직접 키우면서 여기서 나온 동물성식품, 즉 우유, 달걀을 포함한 각종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을 먹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가 세계 제 2차 대전 후, 지금부터 약 60-70년 전 소위 농약과 화학비료 등이 개발되면서부터입니다. 이 때부터 모든 농산물의 생산과정에 이러한 화학물질들이 일상적으로 포함되고 이러한 농산물들을 기반으로 한 공장형 축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공장형 축산업이란 것 자체가 농약과 화학비료로 집중재배하는 곡물들이 없으면 불가능한 산업이죠. 또한 공장에서 만들어진 각종 첨가물들이 기본적으로 포함된 가공식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그럼, 신석기시대 이 전 훨씬 더 길고 길었던 구석기시대에 인간 혹은 인간과 공통조상에 해당하는 유인원들은 뭘 먹고 살았느냐? 이 때는 과일, 견과류와 같은 식물성식품과 더불어 사냥해서 잡은 야생동물이 매우 중요한 에너지 원이었다고 합니다. 저 자신도 인간의 유전자는 애초부터 식물성식품에 더 적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며 인간이 구석기시대에 동물성식품을 먹을 수 있게 된 데는 불의 발견이 지대한 공헌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가 가진 해부학적 구조로 양 손에 피 흘리는 생고기를 움켜쥐고 이빨로 뜯어 먹고 있는 인간이란 도대체가 상상이 가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비록 인간의 유전자가 애초에는 동물성식품과는 맞지 않게 설계되어있다고 해도
(1) 식물성식품만으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환경적 변화 (예를 들면 빙하기와 같은 환경적 조건)에 처해져서 동물성식품을 불가피하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면,
(2) 그리고 그 기간이 몇 년, 몇 십 년 정도가 아니라, 몇 만년, 몇 십 만년이 되어버린다면,
(3)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기간 동안 비록 극소수이겠지만 일부가 후손을 남길 정도로 살아남았다면,
(4) 그 마지막 살아남은 인간은 동물성식품을 이용하는 쪽으로 유전자가 진화한 인간들이 살아남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생명체가 가지는 공통적인 진화론적 특성입니다. 미국 테네시 대학에 전광우박사라는 한국분이 계셨습니다. 이 분은 아메바를 가지고 주로 실험을 하셨는데 이 실험실에서 우연하게 아메바가 세균에 감염되어 버리는 바람에 거의 전멸해버리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아메바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 아메바내에는 세균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실험실에서는 살아남은 아메바들을 번식시켜가면서 실험을 계속 했었는데 몇 년이 지난 후 놀랍게도 살아남은 아메바로부터 이 세균을 제거해버리면 이 아메바는 더 이상 생존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린다는 것을 관찰하게 됩니다. 즉, 이 아메바는 그 동안 이 세균을 이용하여 생존하도록 그렇게 진화를 해버린 겁니다. 이 예는 주로 생명체간 공생이 진화론적으로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주는 하나의 예로써 많이 이야기되고 있으나 생명체라는 것이 얼마나 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하는 것인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릴 뿐 인간도 동일하다고 봅니다. 환경에 맞게 적절하게 반응하는 생명체가 가진 보편적인 특성상 비록 인간의 유전자가 애초에는 동물성식품과는 맞지 않게 설계되어있다고 하더라도 장기간의 진화 과정 중에서 동물성 식품을 먹고 살아남은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현생인류의 조상이라면 우리는 이들 식품을 생존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그렇게 적응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추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프리카 마사이부족이 모든 동물성식품을 끊고 현미채식을 한다면 결코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그 부족은 수 만년 동안 동물성식품을 주로 먹으면서 그렇게 생존해오고 진화해왔던 민족이니까요.
구석기 다이어트라는 것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금 세계적으로 화제죠. 구석기시대와 유사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의 원시 부족들은 연구해보니 그들에게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현대의 만성퇴행성질환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부터입니다. 구석기 식단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의 양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기 때문에 비판도 많았습니다. 뭔 소리냐,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 비율이 너무 높다, 아니다 구석기 시대처럼 먹고 살아야 성인병을 예방한다. 서로 자기 말이 맞는다면서 왕왕대며 오늘도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음식을 생각할 때 음식 속에 든 영양소만을 생각하면 늘 이런 오류에 빠집니다. 구석기식단이란 것은 21세기에는 존재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환상에 빠져서 사용했었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화학물질의 늪에서 자라나는 동물들이 제공하는 현재의 동물성식품은 결코 구석기시대의 원시인들이 살았던 것과 같은 청정 환경 속에서 자랐던 동물들이 제공했었던 바로 그 동물성식품이 아니니까요.
20세기에 지구상에 존재했었던 원시부족들의 식생활을 보면 거주지역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로 동물성식품을 기본으로 살아가는 부족, 주로 식물성식품을 기본으로 살아가는 부족, 식물성식품과 동물성식품을 적당하게 같이 먹으면서 살아가는 부족 등등.. 이들 음식에서 공통점이란 그 부족들이 수 만년 동안 계속 먹어온 음식이면서 바로 화학물질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음식물이었다는 점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지닥터에서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로써 언급되는 환경문제, 에너지문제, 윤리문제 등 다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현미채식을 해야 한다는 최종 결론은 비록 동일할지라도 동물성 식품 자체가 나쁘다는 주장은 좀 더 검토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S) 새 홈피에서는 조회수가 택시미터기처럼 올라가네요. 그런데 사실 제 글 중에서 제일 중요하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은 글은 “결국은 채식이 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10편의 글인데요 시간나시면 그 글들을 먼저 읽어보시고 그 후에 제가 올린 다른 글들을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나머지 글들은 거의 대부분 그 글을 기반으로 한 것이거든요. 그리고 그 시리즈가 맘잡고 읽어보시면 제일 재밌어요^^.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053-420-4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