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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7-10 21:25
결국은 채식이 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2 -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글쓴이 : 베지닥터
작성일 : 11-07-10 21:25 조회 : 3,558  

 2. “당신들이 믿는다는 당신들의 자료”를 찾아서
 
 
첫번째 글에 댓글이 10개 이상 달리면 다음 편을 쓸려고 했더니만, 그 사이를 못 참고 8개에 다음 편을 올리네요.. 웬지 쉬운 여자가 된 듯한..^^
 
 
 

 

1편에 등장했던 그 논문은 2000년 경에 시작하여 2003년에서야 끝을 보았는데요, 그 동안 제가 계속 국내에 있었던 것은 아니구요, 2001년 6월경에 남들 다 가는 소위 연수라는 것을 미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연수장소는 미국 보스톤에 있는 하버드대학이었죠. 사실 국내에서부터 저와 계속적으로 교류가 있었던 곳은 미네소타대학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할 수 없이 보스톤행 비행기를 타게 됩니다.
 
 
처음부터 계획했었던 곳이 아니라서 여러 달 좀 헤매다가 하루 맘먹고 날 잡아서 이른바 하버드대학에서 날고 긴다는 한 교수를 만나 제가 1편에서 설명했었던 그 연구결과를 아주 조심스럽게 보여주었죠. 이미 몇 번 reject을 당했던지라 미국인들이 종종 남발하는 그런 낯간지러운 감탄사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관심은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요, 그 교수는 거만하고 차가운 미국 동부 보스톤 사람의 기운을 팍팍 풍기면서 아주 싸늘하게 무시해주시더군요. 더구나 구어체 영어에 약했던 저를 뭐 좀 모자란, 절반쯤 머리에 꽃 달고 나타난 여자 취급하는데 헐~ 열 제대로 받았습니다.
 
그나 저나 세월은 흐르고, 2002년 4월경쯤 되어서 한국으로 돌아갈려면 이제 슬슬 짐을 싸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차마 그럴 수가 없더군요.. 며칠 고민 끝에 “당신들이 믿는다는 당신들의 자료”를 스스로 찾아나서기로 했습니다. 바로 국내에서부터 교류가 있었던 미네소타대학으로 가게 된 거죠.
 
참고로 현재까지 제가 발표한 거의 대부분의 논문에 공저자로 들어가 있는 미네소타대학의 David Jacobs교수는 1999년경 저희 학교 선배교수님의 소개로 이메일로만 알게 되어 2002년 5월 제가 직접 미네소타대학으로 갈 때까지 한번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3년동안 이메일로만 몇 편의 논문을 같이 썼었던 그런 교수입니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동료연구자로써 늘 예리한 지적과 함께 현란한 작문솜씨로 저의 허접한 영어논문의 수준을 몇 단계 upgrade시켜주는 고마운 분이죠. 제가 머리 속으로만 상상하고 있었던 많은 가설을 현실에서 검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구요.
 
David한테 제 생각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난 이 정도의 결과를 이렇게 깨끗하게 보여주는 이 논문이 rejection이 계속되는 것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너는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느끼기에는 이 자료가 Korean data이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Korean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내가 유명한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prejudice와 discrimination 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미 그 quality가 잘 알려진 data로 이 결과를 다시 확인하여 그 사람들을 설득해보고 싶다고 네가 도와줄 수 있겠냐고...
 
금방 답변이 오더군요. Of course, welcome to MN라고.
 
보스톤에서 같이 지내던 사람들이 말리더군요. 1년 더 있을려면 이 수준있는 도시 보스톤에 있지 왜 그 춥고 외로운 미네소타로 가느냐구요.. 혹자는 너무 추워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라고도 하구요.. 하지만 그럴 수가 있나요? 어쨌든 미네소타에서의 생활이 시작됩니다. 예상외로 아주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죠. 좀 재수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논문 쓰는 것이 취미생활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은 시절이었습니다.
 
CARDIA자료라고 미국 내의 4개 대학에서 공동으로 수행하는, 5000명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1985년부터 계속 2년 혹은 5년마다 계속 follow up을 하고 있는 아주 유명한 코호트자료가 떡 하니 미네소타대학에 있더군요(그 유명한 Framingham Heart Study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 CARDIA자료에서 제가 국내자료에서 확인했던 그 결과가 상당히 유사하게 관찰된다는 것을 확인했죠. 바로 논문으로 써서 발표했습니다(Lee DH, et al. Gamma-glutamyltransferase is a predictor of incident diabetes and hypertension: the Coronary Artery Risk Development in Young Adults (CARDIA) Study. Clin Chem. 2003;49:1358-66).
 

 
그리고 그 당시 미네소타대학에 핀란드에서 온 연구자도 있었는데 이 연구자와 같이 핀란드의 MONICA자료 (WHO에서 주관해서 시행하고 있는 아주 유명한 다국가 코호트입니다)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역시 관찰하고는 바로 논문으로 발표했죠 (Lee DH, et al. Gamma-Glutamyltransferase, obesity, and the risk of type 2 diabetes: observational cohort study among 20,158 middle-aged men and women. J Clin Endocrinol Metab. 2004;89:5410-4).
 
우습게도 이 논문들은 저널에 투고하고 accept되는데 채 3개월도 걸리지 않더군요. 제가 국내자료로 쓴 그 논문은 연구결과를 저널에 싣는데 무려 3년이나 걸렸는데 말이죠. 물론 제가 스스로 논문을 너무나 과대평가한 나머지, 현실감을 상실했던 탓이 제일 크긴 했겠지만 어쨌든 씁쓸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한국자료, CARDIA자료, MONICA자료 모두에서 정상범위의 혈청 GGT가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심혈관계 위험인자와 매우 깨끗한 관련성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죠. 나이가 많은 사람이 GGT가 높고, 남자에서 GGT가 높고, 담배피우면 GGT가 높고,운동 안하면 GGT가 높고, 뚱뚱하면 GGT가 높고 등등..
 
그런데 유사한 현상이 여러 자료에서 확인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연구자로써 더욱 더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바로 “왜”라는 질문때문이었습니다. 왜 정상범위내의 혈청 GGT가 당뇨병을 예측할까? 왜 혈청 GGT가 아주 낮은 사람은 비만과 당뇨병간의 관련성이 잘 보이지 않을까?
왜 정상범위내의 혈청 GGT가 이렇게 다양한 심혈관계 질환 위험인자와 관련성을 보이는걸까?
 
제가 이 칼럼에서는 주로 당뇨병얘기만 할 것 같지만 혈청 GGT에 대하여 발표된 주로 2000년 이후의 논문을 PubMed에서 검색해보시면 혈청 GGT가 당뇨병뿐만 아니라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만성신장질환, 악성종양, 총 사망률 등등까지 거의 대부분 만성퇴행성질환의 발생을 아주 깨끗한 용량-반응관계를 가지고 예측한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것도 “정상범위”내에서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더군요. 왜 그럴까? 도대체 왜 그럴까? 진짜로 왜 그럴까? ~~젊을 때도 그 놈의 호기심 땜에 인생 망칠 뻔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나이 먹어서까지 주체를 하지 못하는 그 망할 놈의 호기심.. (To be continued)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053-420-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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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닥터 11-08-22 19:42
 
비건스타일 2010/11/23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다음글을 읽고 싶어 못견디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전개입니다^^!

이덕희 교수님께서 덧글 달리는 갯수에 비례해 다음편을 써주시겠다고 합니다!
신속한 댓글 러쉬가 필요합니다^-^/
좋은 글 주신 이덕희 교수님 감사합니다. 오프에서 어서 뵙고싶습니다.
신우섭 2010/11/23 1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글을 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임상에서 좀더 관심있게 GGT를 주시해야 겠네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설경도 2010/11/23 1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려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교수님의 글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왜 그런지 무척 궁금해 진답니다.
다음 편 기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선 2010/11/23 2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멋지세요! 조선여자의 오기라기보다는 타고난 연구가(의학도)의 끈질긴 집념과 성공의 드라마를 보고있는듯 합니다. 다음편을 내일 보고싶은디.....^^;

원글 2010/11/24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게 봐주시니 저도 즐겁습니다. 집념은 몰라도 성공의 드라마인지 아닌지는 아직 몰라요.. 현재 진행형이니까요..비극으로 마무리되면 어쩌나 싶기도 하죠^^. 그나저나 제가 괜히 이번 글에 첫 문장 빼지 말고 넣어달라고 비건님께 요청드리는 바람에 댓글수에 목숨거는 여자가 된듯^^. 일단 시작하고 보니 저도 빨리 빨리 끝내고 TO BE CONTIUNED가 아닌 THE END라고 적고 싶은데 맘같이 그렇게 되지 않네요. 아직 2003년일인데 언제나 되야 2010년이 되는가 싶군요..
김진목 2010/11/24 1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덕희 교수님^^
GGT의 비밀이 뭔 지 궁금하기 짝이 없군요.
마치 요즘 한창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인슐린저항성과 비숫한 양상이군요.
다음 글이, 끝이... 기대됩니다.
근데 이교수님은 과학자 이전에 작가적인 탈렌트가 있으신가 봐요!?
그냥 서술했다면 지극히 딱딱했을 내용이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 있다니... ㅎㅎㅎ
이덕희 교수님~! 홧팅~~~!

원글 2010/11/24 2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국어든, 영어든 쓰는게 말하는 것 보다 "조금" 낫습니다 ^^.
정인권 2010/11/24 1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GGT가 흔히 우리가 쓰는 r GTP와 다른 긴교?
transferase와 transpepidase 의 끝 철자가 다른데요
그라고 미네소타에 동맥경화 연구에 헌신한 katz(?) 교수의 공식이 있는데
음식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짐작하는 공식인데 ....
이 어른 아직 살아 있는 교 난 책에서만 보고 한번도 봇 적은 없어나
그냥 훌륭한 분이라 궁금하네요~~

원글 2010/11/24 2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드디어 질문이^^ 아뇨, 알고계시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예전에는 transpeptidas라고 어미를 붙여서 많이 사용했구요, 요즘은 transferase라고 많이 사용하죠.

오경수 2010/11/24 2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바른 생활습관을 위한 의사ㆍ치의사ㆍ한의사 분들의 글들을 열심히 읽고 있는 일반인입니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들이 많지만 내용 전개가 무척 흥미로워서 주루룩 읽고 있습니다.
혹여나 연재가 중단될까봐 덧글 러쉬에 동참합니다!
다음 편도 부탁드려오오오~♡

김찬우 2010/12/07 2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참 재밌게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감사히 재밌게 잘 읽습니다^^
장윤석 2010/12/10 1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더 흥미로워집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고 있습니다 교수님

한상용 2011/04/04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채식인가?를 읽다가 이선생님의 홈피에 오게되었습니다.
채식에 관심이 있고 GGT수치가 정상치를 웃돌고 있어 선생님의 글에 관심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동렬 2011/05/21 1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재미있게 전개해 나가네요 교수님 감사합니다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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