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필생의 화두 “정상범위의 GGT”
기본부터 알기 위하여 1960년대 논문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여기 나오는 이 GGT라는 것이 해리슨 책에 나오는 그 GGT가 맞나 싶을 정도로, GGT가 단순히 그냥 그런 간효소 중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GGT가 소위 체내의 산화스트레스 조절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glutathione이라는 물질의 대사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오래 된 한 생화학교과서에는 GGT와 glutathione대사를 연계한 과정이 “gamma glutamyl cycling”이라는 개념으로 그림과 함께 그럴 듯하게 등장하더군요. 많은 선생님들이 아시는 바와 같이 산화스트레스는 거의 대부분 만성퇴행성질환의 발생과정을 설명하는 핵심 기전입니다.
아하~ 말되겠다 싶던군요. 그러면서 일련의 연구과정들을 추가적으로 거쳐서 2004년도에 하나의 가설에 가까운 review article을 발표합니다(Lee DH, et al. Is serum gamma glutamyltransferase a marker of oxidative stress? Free Radic Res. 2004;38:535-9). 여기서 제가 주장하고자 했던 것은 정상범위내의 GGT가 소위 인체내 산화스트레스정도를 아주 민감하게 반영하는 조기 지표로써 당뇨병을 포함한 많은 만성퇴행성질환들을 예측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사실 그 논문을 쓰면서 계속 마음속에 찝찝함이 남아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산화스트레스의 지표라는 것이 언뜻 들으면 상당히 그럴 듯 해 보이나, 아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개념으로 사람에게서 관찰되는 현상을 설명하는데는 뭔가 치명적인 모순이 있거든요. Reviewer들도 발견하지 못했고 Editor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저만 아는 그런 은밀한.. 모순.. 무슨 성인용 영화 제목같지만 한 마디로 제가 발표한 가설이긴 했으나 스스로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못한 그런 가설이었다는 거죠.
교수가 아니래도 좋고, 연봉 4만불짜리 연구자로만 살아도 평생 행복할 것 같았던 미네소타에서의 생활을 접고 2003년 9월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확실히 한국에서 교수로 사는게 편하더군요. 그제야 제 정신으로 돌아온 거죠. ^^
국내에 돌아오니 또 한번의 자료분석 기회가 주어지더군요. 한 5,000여명의 근로자들에게서 7년 동안 GGT를 반복해서 측정한 자료가 있었는데 나이를 고정시켜놓고 보니, 이 7년 동안 근로자들의 GGT평균값이 계속 상승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1995년에 나이가 40세인 사람들의 평균 GGT가 20U/L이라면 1997년에 나이가 40세인 사람들의 평균GGT는 22U/L, 2000년에 나이가 40세인 사람들의 평균 GGT는 25U/L. 뭐 이런 식으로요.
그 전에 이미 여러 나라에서 나온 GGT자료를 비교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ALT는 미국이나 핀란드 사람보다 높으나 GGT는 미국이나 핀란드 사람보다 낮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저에게는 이 사실이 매우 흥미롭더군요. 즉, 우리나라 국민들에게서 만성퇴행성질환의 발생이 서서히 증가하던 그 기간에 혈청 GGT가 유사한 증가를 같이 보이더라는거죠. ALT나 AST는 당연히 그런 경향을 보이지 않구요.
인구집단에서 종종 관찰되는 이러한 현상은 혈청GGT치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환경요인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존재할 때만 가능합니다. 사실 그 7년 동안 근로자들의 평균체중도 많이 증가하고, 흡연습관, 음주습관, 운동습관 등도 많이 달라졌었죠. 그러나 자료를 더 깊이 분석해보니 이러한 요인의 변화로는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더군요.
그런데 그 때 제가 분석에서 고려할 수 없었던 하나의 중요한 외부환경요인이 바로 식습관이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식습관도 혈청 GGT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거든요 (Lee DH, et al. Association between serum gamma-glutamyltransferase and dietary factors: the Coronary Artery Risk Development in Young Adults (CARDIA) Study. Am J Clin Nutr. 2004;79:600-5).
그 결과를 아주 간단하게만 말씀드리자면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나중에 GGT가 높아지고, 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나중에 GGT가 낮아지더군요. ㅎㅎ.. 먹는 이야기가 나오니 오~ 이제부터 이 웹사이트의 취지에 부합하는 채식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겠거니 싶겠지만.. 아직 몇 년 더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 시기가 우리나라의 육류소비량이 증가하던 시기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육식의 증가가 이러한 경향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식이의 변화만으로 초래되었다고 보기에는 이 집단에서 혈청 GGT의 증가 추세가 너무 뚜렷해 보였습니다. 사실 식습관과 GGT간에 관련성이 있긴 합니다만 비만, 흡연, 음주 등이 GGT와 가지는 관련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거든요.
식습관 변화 외에 “뭔가 다른 것”이 추가적으로 존재하여야만 7년동안 GGT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To be continued)
Evidence-based 현미채식 2010/11/24 22:48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053-420-4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