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GGT가 증가하나?
새로운 아이디어는 늘 뜻밖의 상황에서 오더군요.
그 당시 저는 저도 모르게 주위로부터 산화스트레스에 대한 전문가정도로 알려져 논문도 주로 그 쪽으로 읽고 교내에서 인체의 산화스트레스에 관심있는 교수들끼리 조그마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공부도 해가며 지내고 있었죠. 문득 우리가 지금 환경 중에서 노출되고 있는 아주 낮은 농도의 중금속들이 실제 인체내에서 산화스트레스를 야기할까?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세포실험연구나 동물실험연구를 보니 이론적으로 가능할 것 같았거든요.
우리가 노출되는 중금속들 중 가장 흔한 종류인 납과 카드뮴의 인체 내 노출농도와 여러 가지 산화스트레스 지표 간의 관련성을 한번 조사해보았습니다. 이 때 시험삼아 혈청 GGT를 산화스트레스의 지표 중 하나로 포함시켜 보았는데요,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산화스트레스의 지표보다 인체내 납 혹은 카드뮴농도와 혈청 GGT가 아주 깨끗한 관련성을 보이는 겁니다. 특히나 그 자료는 미국인구집단자료였기 때문에 체내 납 혹은 카드뮴 농도는 정말 지극히 낮은 농도였거든요, 그런데 그렇게나 낮은 농도범위내에서도 납이나 카드뮴 농도가 조금이라도 증가하면 혈청 GGT치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를 보는 순간 소위 필이 파박!! 옵니다. 아하! 바로 xenobiotics구나!! 생화학교과서에까지 등장하는 “gamma-glutamyl cycling”이란 개념이 너무 멋져 보여서 이 glutathione이란 물질을 너무 하나의 관점에서만 해석하는 실수를 하고 있었던 거죠.
대부분 잘 기억하시겠지만 xenobiotics에 대한 아주 짧은 설명을 드리자면 xenobiotics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외부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모든 물질의 통칭입니다. 각종 xenobiotics가 소화기, 호흡기, 피부 등 여러 가지 경로로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 몸에서는 이를 외부로 배출하기 위한 다양한 대사기전이 작동하게 되죠.
기억하세요? 본과1학년 때 배운 그 두꺼운 굴만길만 (영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되는대로 한글로 적고 보니 뭔가 정력에 좋은 동남아산 혐오음식 이름 같군요..)이라는 약리학책.. 거기 나오는 Phase I biotransformation과 Phase II conjugation이라는 기전요. 이 중 Phase II conjugation에 관여하는 물질은 매우 다양한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glutathione 입니다. 그런데glutathione의 특이한 점은 특히나 우리 인체에 해롭게 작용하는 xenobiotics, 그리고 지용성 xenobiotics 대사물들과 결합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3편에서 GGT가 glutathione이라는 물질의 대사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던 것도 기억하시죠? 이 xenobiotics가 glutathione과 결합하여 생성되는 결합물질도 역시 GGT가 일단 관여를 해 주어야 그 이후의 대사과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매우 단순한 산수가 가능해지죠.
외부에서 들어오는 우리 인체에 해롭게 작용하는, 지용성 xenobiotics의 노출량이 많아지면 인체내에서 생성되는 glutathione과 xenobiotics 결합물질의 양도 증가하고 이 결합물질의 양이 증가하면 결국 GGT의 증가를 가져온다. 즉, 정상범위내의 혈청 GGT는 외부에서 인체내로 들어오는 수많은 xenobiotics 중 glutathione으로 대사되는 xenobiotics의 누적노출량을 대변하는 지표일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게 된거죠.
이 가설은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2009년이 되어서야 저널에 발표를 합니다 (Lee DH, et al. Is serum gamma-glutamyltransferase a marker of exposure to various environmental pollutants? Free Radic Res. 2009;43:533-7). 이게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가설은 결코 아닌데요, 아직 이런 주장을 공식적으로 하는 다른 연구자를 만나 보지를 못했으니 여기 회원님들께 제 말 좀 믿어달라고 강요는 못하겠네요. 죽기 전에 해리슨에 나오는 GGT에 대한 기술을 바꾸는 것이 제 희망 사항 중 하나입니다^^.
이 가설이 내포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는 이러한 화학물질의 노출로 인한 GGT의 증가는 화학물질이 가지는 어떠한 독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우리 신체가 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이를 배출하기 위하여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생리학적 기전에 의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화학물질의 독성이란 것은 일정 농도이상이 되어야 나타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허용기준이란 것을 정해놓죠. 그렇지만 GGT의 증가는 독성과는 아무 관계없는, 일단 화학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를 배출하기 위하여 작동하는, 즉 이론적으로는 화학물질의 어떠한 농도에서도 나타나는 신체의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개개 화학물질의 절대농도가 소위 ‘허용기준 이하’의 매우 낮은 농도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GGT에 대한 역학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이러한 허용기준 이하의 수많은 화학물질에 대한 복합적인 노출이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는, 안전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사회가 서구화가 되면서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수많은 만성질환들의 핵심적인 원인일 가능성을 나타낸다는 점입니다.
오늘 스토리는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좀 있어 보이니 머리도 식힐 겸 이만..^^
(To be continued)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053-420-4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