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2005년 11월
GGT증가가 외부에서 인체내로 들어오는 xenobiotics중 glutathione으로 대사되는 xenobiotics의 양을 대변하는 지표일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나니 또 다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더군요. Xenobiotics들 중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들이 과연 GGT와 당뇨병간의 관련성을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우리 인간이 환경 중에서 노출되는 xenobiotics가 어디 한 두 가지라야 말이죠. 어떤 논문에서는 인간이 단 하루 동안 노출되는 xenobiotics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는 될 거라고 하더군요.
먼저 앞서 GGT와 관련성을 보였던 납과 카드뮴에 관심을 가지고 한번 연구해 보았더니 이 놈들은 아닌 것 같더군요. 그래서 대충 용의자의 몽타쥬를 한번 그려보았습니다.
그 동안의 GGT연구결과들을 고려할 때 가장 가능성이 있는 xenobiotics는 아래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음식이 주된 노출원 일 것. 특히 육류섭취와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이 클 것. 둘째, 비만조직과 관련성이 있는 xenobiotics일 것, 셋째, glutathione이 대사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을 것, 넷째, 혹시 직업적으로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혈청 GGT증가가 보고되었을 가능성이 있을 것, 다섯째, 혹시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결과가 있다면 diabetogenic할 가능성이 있을 것 등등의 조건을 세워놓고 수많은 xenobiotics, 좀 더 범위를 줄이자면 여러 가지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갑니다.
제가 산화스트레스 전문가에서 환경오염 전문가로 변신하는 순간입니다^^. 전문가라는 단어의 그 허구성이란..
이렇게 환경오염물질에 대하여 공부를 하면서 몇 주를 보낸 후 어느 날, 정확하게는 2005년 11월, 제가 그 때까지 살면서 한번도, 꿈 속에서라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하나의 용어를 알게 됩니다. 바로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라고, 우리 말로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이라고 부르는 화학물질입니다.
지금부터 POPs에 대하여 설명 좀 드릴께요. 이 이름은 특정 한 두 개의 화학물질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구요, 어떠한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 수많은 화학물질의 통칭입니다. 어떤 공통적인 특성이냐 하면, 바로 환경내에서 잘 분해되지 않으면서 먹이사슬을 통하여 축적되고, 생명체의 지방조직에 축적되는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죠. 이런 특성들을 보이는 화학물질들은 다 통틀어 POPs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실만한 POPs라면 DDT같은 살충제, 월남제에서 고엽제로 사용했다는 다이옥신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매우 많은 유기염소계 농약들이 POPs물질로 분류되고, 산업장에서 절연제로 사용되는 PCBs등도 전형적인 POPs물질입니다.
POPs로 분류될 수 있을만한 화학물질을 인간이 처음 발명한 것은 약 1920년대로 알고 있고 1930년대, 1940년대를 지나면서 POPs물질들이 지구상으로 쏟아지게 됩니다. 특히나 유기염소계 농약은 살충제으로써의 효과가 매우 탁월했고 이로써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에 DDT발명자는 심지어 노벨상까지 수상하죠. 이미 엄청난 양의 POPs물질들이 이 지구상의 환경 내로 배출된 다음인 1960년대경, 드디어 이로 인한 생태계의 이상, 특히 야생동물들의 이상반응이 서서히 알려지게 됩니다. 혹시 레이첼카슨의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이라는 책 읽어보신 분 있으신가요? 여기에 나오는 화학물질들이 바로 POPs들입니다.
다양한 경로로 분해가 잘 되면서 반감기가 짧은 많은 다른 화학물질과 달리 POPs의 경우 일단 한번 환경에 배출되면 분해가 잘 되지 않고 환경 내에 축적이 되며 먹이사슬을 통하여 생명체에, 특히 지방조직에 축적이 되게 됩니다. POPs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단 인체내로 들어오면 인체내 반감기가 수 년에서 수십 년에 이릅니다. 또한 지방조직속에 축적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조금씩 조금씩 지방조직 속에서 혈액으로 빠져 나와서 순환기를 돌면서 여러 주요한 장기로 도달하게 되죠. 특히 이 POPs물질이 강력한 지용성이라는 점이 세포막을 아주 쉽게 통과하여 세포내로 침투하는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POPs라는 물질이 드디어 세포 내로 입성했을 때 과연 우리 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1970~80년대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POPs물질 중에서 가장 독한 놈들로 알려진 염소가 붙은 POPs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게 됩니다. 지금 그 때로부터30~40년쯤 흘렀죠. 그러나 2010년을 살고 있는 일반인구집단의 지방조직이나 혈액을 검사해보면 거의 대부분에서 이 POPs물질들이 상당량 검출되고 있습니다. 현재 태어나는 신생아들을 검사해봐도 검출됩니다. 엄마의 몸 속에 축적되어 있던 POPs물질들이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한테 전달이 되죠. 또 다른 인류의 비극.. POPs물질은 모유 속에도 듬뿍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똑같은” 생명체인 수많은 동물들.. 야생에서 살고 있는 야생 동물들이든 탐욕스런 인간의 공장형 축산업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축이든 관계없이 모든 동물들의 지방조직이나 혈액에도 당연히 이 POPs물질들이 검출되고 있죠. 그 절대량에서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POPs는 식물성 식품에서도 검출됩니다.. 특히 과거에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식물들..
그런데 여기서 POPs에 대하여 잠깐 부가 설명을 하자면 모든 POPs물질들이 다 생산금지가 된 것은 아니구요, 주로 염소가 붙어있는 POPs물질들이 생산금지가 된 품목이고 브롬이나 불소가 붙어있는 POPs물질들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현재까지도 아직 광범위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브롬이 붙은 POPs물질들은 보통 난연제라고 불리우는데요,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불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컴퓨터를 포함한 각종 전자제품들, 가구, 실내용품에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구요, 불소가 붙은 POPs물질들 중 대표적인 것이 후라이팬의 검은 코팅제이고 그 외에도 우리 일상생활에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POPs중에서도 가장 독한 놈들로 알려진 염소가 결합한 POPs종류들 중 몇몇 유기염소계 농약들은 아직 사용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개발도상국들.. 이 유기염소계 농약들이 농약으로써의 효과는 정말 탁월하거든요. 그 나라들도 법적으로는 금지한다고 말하지만, 법적 제재가 잘 되지 않아서 실제로는 사용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Greenpeace에서 내놓은 적이 있죠. 그리고 DDT와 같은 경우, 말라리아 예방을 위하여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열대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WHO에서 권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e-waste라고 들어보셨나요? 우리가 그 동안 사용하고 버렸던 컴퓨터들, 휴대폰들, 각종 전자제품들.. 이들의 최종 기착지가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개발도상국들입니다. 이 전자제품들을 분해하면 중금속, PCBs를 포함한 아주 다양한 화학물질이 들어가있으며 이들 화학물질들은 서서히 이 나라들의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죠.
이 지구상에서 최근 20-30년간 당뇨병의 가장 급격한 증가를 보였던 지역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미국, 유럽국가? 아뇨. 바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지역의 국가들입니다.
(To be continued)
올바른 칼럼/Evidence-based 현미채식 2010/11/30 15:50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053-420-4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