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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7-10 23:46
결국은 채식이 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8-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글쓴이 : 베지닥터
작성일 : 11-07-10 23:46 조회 : 3,247  


 
 
8. 그럼, 대체 어쩌란 말이냐?
 
화학물질, 특히 POPs가 제 연구의 주된 주제가 된 후 연구자로써의 제 인생은 꽃이 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당뇨병 외에도 고지혈증,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류마티스성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주염 등등 무수히 많은 질환과 POPs간의 관련성을 보고하면서 제가 쓴 POPs에 대한 일련의 논문들이 여기저기서 상당히 많은 주목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인간으로써 저의 인생은 자꾸 자꾸 황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단지 POPs라는 화학물질을 가능한 한 피하면서 살고 싶은 저의 소박한 바램이었을 뿐이었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겁니다.
 
가족을 위하여 아침을 준비하는데, 이것도 주면 안 될 것 같고, 저것도 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외식을 하기 위하여 식당을 찾아야 하는데, 이 집도 가면 안 될 것 같고, 저 집도 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장을 보기 위하여 슈퍼마켓을 가면 살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치킨을 시켜먹는 것도 못마땅하고, 피자를 시켜 먹는 것도 못마땅하고, 우유 급식도 끊어야 할 것 같고, 학교 급식도 그만 먹여 할 것 같고.. 더 이상의 POPs노출을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동물성식품은 끊어주어야 할 것 같은데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더군요.
 
드디어 온 가족들이 저한테 점점 더 불만을 가지고 거세게 항의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그야말로 가족들에게 사이코로 낙인찍히기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먹는 것은 원래 먹던대로 먹고 몸 안에 들어가 있는 POPs의 배출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죠. POPs는 기본적으로는 지방조직에 축적되어 있지만 상당량의 POPs들이 지속적으로 소위 담즙과 함께 소화관으로 배출이 됩니다.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서 담낭 안에 저장되어 있다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지방을 소화시키기 위하여 담낭으로부터 소화관으로 나오죠. 그런데 이러한 담즙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enterohepatic circulation으로 인하여 다시 소장 끝에서 체내로 재흡수가 되는데 이 때 담즙과 같이 나온 POPs들이 함께 재흡수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담즙과 함께 배출되는POPs의 양을 늘이고, 이들이 재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빠져나오도록 하면 뭔가 얘기가 될 것 같이 생각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들과 결합해서 나오는 약물개발을 먼저 상상해보았습니다. 임상에서 사용하는 약 중 bile acid-binding resin으로 분류되는cholestyramine 이라는 약이 실제로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담즙과 같이 나오는POPs배출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이런 약물을 사용한다면 결국 매일 평생 동안 먹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약물이란 것도 결국은 인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xenobiotics입니다. 당장은 효과가 있어 보일는지 몰라도 이건 아닌 것같이 생각되더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체의학 분야에서 사용한다는 해독이라는 것에 대하여, 자연의학이라는 것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쪽 분야를 임상에서 직접 적용하는 임상가들을 한 번 만나보고 싶더군요. 주로 한방쪽에서 해독클리닉을 표방한 한의원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제 배경이 한의학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로써 해독치료를 하는 분을 찾던 중.. 한 대형서점 건강서적코너에서 바로 현재 올생의 준비위원장님이신 김진목선생님이 쓰신 책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그냥 바로 전화 드리고 약속 잡아서 그 당시 부산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앞에 있던 파라다이스 해독클리닉을 찾아가서 처음 뵙게 되죠.
 
이게 바로 대구 사는 제가 부산 사는 김진목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경위입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제가 처음 파라다이스 해독클리닉 건물을 딱 보는 순간, 이거 잘못 왔구나 싶었어요.^^ 저는 이 해독이라는 치료가 가지는 기본 철학을 고려할 때 아주 소박하고 자연친화적인 의원을 상상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을 리모델링한 무지하게 luxurious한 의원이더라는 겁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점심도 얻어 먹고 좋은 시간을 가졌죠.
 
그 이후로도 해독치료를 하시는 분을 몇 분 더 만나 뵙기도 하고 했는데요. 이게 뭔가 뚜렷하게 이거다 싶은 생각은 그 때까지 들지가 않더군요. 여러 해독 치료 중 간청소와 장청소라는 것이 가장 직접적으로 POPs물질 배출에 도움이 되는 것같이 생각되어 제 스스로 집에서 두어 번 해보기도 했습니다. 올리브유, 죽염, 마그밀 뭐 이런 걸 사용해서요.. 그럭 저럭 끝내기는 했는데 뒷 끝이 썩 개운하지는 않는 방법이더군요.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미친 척 하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방법을 일상적인 POPs배출에 사용하기는 힘들겠다 싶더군요.
 
Detoxification, nature medicine 쪽의 원서를 열 권쯤 아마존에서 구입하여 읽어보았습니다. 몇 권의 책을 잇달아 읽으면서 결국 우리 몸에 축적된 화학물질의 배출을 증가시키기 위한 어떤 기적 같은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든지 간에 결국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은 역시 “음식”과 “운동”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동물성 식품을 피하고 식물성 식품을 먹는 것은 추가적인 화학물질의 노출을 피하는데도 중요하지만 우리 체내에 쌓여있는 화학물질을 제거하는데도 핵심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현미밥과 같이 통곡물의 섬유소는 매일 식사를 할 때마다 담즙과 함께 배출되는 POPs를 잡아서 대변으로 나오게 하는데 더 없이 좋은 방법이겠더군요. 이 방법은 다른 detoxification방법들과는 달리 부작용에 대한 어떠한 염려 없이 하루 3번, 매일,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같이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채식에 대하여 공부를 또 좀 해보았습니다. 현미채식은 가능한 한 더 이상의 화학물질을 피하고, 체내에 있는 화학물질들을 배출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방법이지만 현미채식 그 자체가 가진 힘도 만만치가 않겠더군요. 풍부하고 다양한 항산화작용은 말할 것도 없고 항암작용과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더군요.
 
미국에서 40-50대에 우연히 자동차사고로 사망한 성인들의 유방과 전립선을 검사해보니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microscopic cancer를 가지고 있더라는 연구결과를 혹시 들어보셨나요?  갑상선의 경우에는 70대가 되면 거의 100%에 가까운 사람들이microscopic cancer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microscopic cancer가 그 상태로만 머문다면 평생을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이 cancer에서 소위 angiogenesis(신생혈관생성)라고 부르는 현상이 발생하면 이 microscopic cancer로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시작되고 그 때부터 이 microscopic cancer의 크기가 급작스럽게 커지게 된다고 합니다. 현재 이러한 angiogenesis를 조절할 수 있는 신약개발이 새로운 항암제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구요.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들을 보니 매우 다양한 과일과 채소에 이러한angiogenesis를 조절할 수 있는 물질들이 풍부하게 존재하고 그 효과가 아주 뚜렷하더군요.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결국 현미채식이 답이 될 수 밖에 없더군요. 드디어! 이 칼럼의 제목이 나왔네요.^^
 
 (To be continued)
 
 

 
이덕희
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교수
053-420-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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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닥터 11-08-22 20:26
 
비건스타일 2010/12/04 0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드디어 결론으로 치닫고 있군요^-^/
김진목 원장님 등장하시는 대목에선 잘 아는 분이 방송타신 듯한 기분입니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 기다리게 되는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오경수 2010/12/04 0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슬 과거에서 현재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미래까지 멋지게 한방 날려주십시오~ ^^
좋은 글 고맙습니다.

설경도 2010/12/04 0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선생님의 감동 드라마가 이제 두 편 밖에 남질 않았군요...ㅜㅜ
대하 사극드라마처럼 한 60회 정도 늘어났으면(죄송합니다)...ㅎㅎ
년말 대상, 작품상, 여우 주연상, 인기상 모두 드리고 싶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김주희 2010/12/04 1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 ! !
드디어 명쾌한 결론에 속이 다 후련해지네요^^.
결국 진리는 놀라우리만큼 단순한 그런 건가요?
정말 ~~감사합니다 ^^. 현미식 에대한 확신으로 큰
위안과 용기가 되었습니다.

하태요 2010/12/04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동, 채식, microscopic cancer, angiogenesis --- 이 선생님 덕분에 영감이 넘치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선 2010/12/05 1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ops와 치주염과의 관계...어디 논문이 없을려나...? 치주염과 심혈관계 질환과의 관련성은 이미 많이 밝혀지고 있고 염증과 암과의 관계도 밝혀지고있는 걸로 압니다만 pops와 염증과도 관련이 있다면, pops와 면역력저하와 염증과 비만과 혈액순환이상과 대사기능이상 모두와 중대한연관이 있겠군요! 현대인들을위한 건강성명서를 올생의에서 한번 작성해보면 어떨까요?

원글 2010/12/05 1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OPs와 치주염간의 관련성에 관한 논문제목은 Associations of Serum Concentrations of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with the Prevalence of Periodontal Disease and Subpopulations of White Blood Cells(Environ Health Perspect. 2008; 116: 1558–1562)이구요 http://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592278/?tool=pubmed 가시면 원문을 보실 수 있으세요.
염증이 산화스트레스와 함께 수많은 만성퇴행성질환의 주된 핵심기전인데요, 우리 인체내에서 발생하는 염증이란 것의 본질이 바로 인체로 침입한 외부 이물질(Xenobiotics)에 대하여 이들을 배출하고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우리몸의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GGT와 염증성지표인 CRP와의 관련성은 발표한 바가 있죠 ( Lee DH, et al. Association between serum gamma-glutamyltransferase and C-reactive protein. Atherosclerosis. 2005;178:327-30). 현대의학, 분자생물학 등에서는 세포내에서 작동하는 여러가지 기전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약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하지만, 결국 이러한 염증반응을 야기하는 근본원인을 그대로 두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겠죠..저는 대부분 만성퇴행성질환은 결국 이러한 저농도 화학물질에 대한 만성노출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오는 다양한 현상이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김진목 2010/12/06 1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결론에 봉착했군요!~^^
우리가 그냥 막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여 실천하고 권장해 오던 것들을 과학적으로 규명해서 입증해 주시는 이선생님같은 과학자들이 저희들에겐 크~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해운대에서 뵈었을 때 그런 속마음이셨군요...
제가 추구하는 것도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것이고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원했었지만, 그 때는 봉직의였던 관계로 제 직속상관이신 이사장님의 방침대로 외래 위주의 Gold Marketting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IVNT에 대해 폭넓은 임상경험을 쌓긴 했지만요...
이제는 제가 바라던대로 자연친화적인 시설에서 암 환우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식습관, 운동, 생활습관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자연의학적인 치료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 되시면 한번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산진구 초읍동 패밀리요양병원과 북구 만덕동 파라다이스 자연생활의 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만덕 자연생활의 집은 운치있고 자연친화적인 시설로 자랑하고 싶거든요...

설경도 2010/12/06 1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궁금하군요. 저도 만덕동의 파라다이스 자연생활의 집을 기회가 되면 방문해 보겠습니다...^^
이우정 2010/12/06 1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흥미진진하게 읽는 열혈독자 입니다
머리에 쏙속 들어오고 저절로 이해됩니다
그리고 다시 대학생이 된것 같습니다
현미채식 만쉐!!!
교수님 만쉐!!!

원글 2010/12/06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휴~ 제가 주책스럽게 괜히 고백했었나봐요^^. 속마음이라고 할 정도로 깊은 생각아니었구요, 제가 다녀본 병원중에서 시설이 제일 좋아서 그냥 아주 살짝 그런 맘이 든거예요. 그런데요, 저도 이사장님의 방침이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거든요^^. 파라다이스 자연생활의 집 꼭 한 번 가볼께요~
이우정선생님이 만세삼창해주시는 것 같아서 조금 창피해요^^.

하태요 2010/12/07 1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년전인가, 100년 동안의 거짓말이란 책을 읽고, 많은 영감을 받았던 적있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 병인론에 외입(外入)을 추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제 훨씬 과학적으로 말할수 있게 된것같습니다.

이영선 2010/12/08 0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교수님(저의 이름이랑 헷갈려서요), 논문소개와 친절하신 답변 고맙습니다.

장윤석 2010/12/10 2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셨음 좋겠습니다ㅠ 아직 마지막편이 아닌데도 이렇게 아쉽네요ㅠ
sondeogsam 2010/12/12 1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을수록 흥미진진해지는군요. 그렇습니다. 공해독을 플어내고 POPs배출을 어떻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가 하는 것이 이 오염된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되겠군요^^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아모스 2011/07/10 2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구에 사시는 어머님이 여든 둘 이십니다.
척추 압박 골절 수술을 두 번 받으셨고 현재 고관절 수술 후 입원 중이십니다.
고혈압이시고 치매 환자 이십니다.
불효자가 생각하는 어머님의 병인을 저는 이렇게 분석해 봅니다.
제가 어린 시절, 어머님께서 대구 서문시장에서 포목 장사를 하셨습니다.
환기가 잘 되지않는 실내에서 장기간 POPs에 노출되셨을 겁니다.
동물성 식품이나, 가공 식품을 즐겨 드시지도 않으신 분이기에 저는 단정을 짓습니다.
"원인은 pops 일 것이다" 라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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