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년 Nature에 발표된 Judah Folkman의 논문>
물론 여기서 발견된 암은 대부분 상피내암으로 아직은 주변조직에는 침투하지 않고 상피세포층에만 국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피내암을 임상적으로 암으로 봐야 하느냐에 대하여서는 논란이 있습니다만 암세포의 존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상피내암도 엄연히 암세포가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보통 병원에서는 0기암으로 부르고 상피내암으로 진단되면 그 부분은 수술로 절제하죠. 경우에 따라서 방사선치료를 하기도 하구요.
Judah Folkman의 논문에서는 신생혈관의 존재유무가 이러한 상피내암이 침윤성암으로 진행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분자생물학적 기전으로 보고 여기에 대한 연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Judah Folkman 이 양반 연구실에서 주로 했던 일.. 뭔지 상상이 가시죠? 바로 신생혈관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완벽하게 이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신생혈관형성을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하여 항암제로 사용하고자 하는거죠. 실제로 혈관신생억제제를 개발해서 세상에 내놓기도 했구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신생혈관은 암을 촉발시키는 아주 나쁜 놈같죠? 그러나 꼭 그렇지가 않아요. 신생혈관의 형성은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생존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전이기도 합니다. 즉 어떤 경우에는 필요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이러한 두 얼굴을 가진 물질들을 외부에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절하고자 덤벼들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늘 있죠.
신생혈관은 신생혈관이고.. 이건 우리같은 사람들은 신경쓸 필요가 없는 내용이예요.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은 사람은 누구나 암세포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겁니다. 하루에도 수천개의 암세포가 생겼다 없어졌다 합니다. 그리고 Judah Folkman의 논문에서 보듯이 아주 작은 크기의 암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곳곳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걸 먼저 인정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인정은 인정이고, 여기에는 아주 판단이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 작은 크기의 암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는 계속 진행되는 사람도 있고 진행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최악의 딜레마는 본인이 이렇게 아주 작은 크기의 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면 내가 장차 어디에 속할지는 의사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내가 믿는다는 신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러니 모르면 몰라도 일단 알고 나면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나의 경우라고 가정하고 누구나 치료받을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 치료라는 것이 아스피린 한 알 삼키는 것과 같이 간편한 것이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받으면 되겠지만 다 아시다시피 현대의학의 암치료라는 것이 아무리 조기라 하더라도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죠.
예를 들어 한 중년남자가 아무런 증상없이 아주 건강하게 살다가 우연히 조기검진으로 전립선암을 발견합니다. 비교적 초기에 발견해서 수술과 방사선치료도 성공적으로 끝냈구요. 그런데 치료 후 소변은 시도 때도 없이 새고 그렇게 좋아하던 밤일도 영 시원챦고 하면.. 참 난감한 노릇 아니겠습니까? 이런 경우 대부분은 그래도 놓쳐서 말기암환자 되는 것보다는 훨씬 다행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물론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머리가 아주 복잡해지죠. 진짜로 그냥 모르고 살다가 Judah Folkman의 논문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다른 병이나 노환으로 죽을 수도 있거든요.. 어떤 암조기진단을 위한 프로그램이 사회적으로 널리 사용되게 되면 그 중에는 그 진단으로 분명히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냥 가지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공격적인 치료를 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에 오히려 삶의 질이 상당히 나빠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뭐.. 비용 문제는 접어두죠. 목숨 이야기하는데 돈 이야기하면 격이 떨어져 보이니까요.. 조기진단시 많이 사용하는 방사선의 위험 같은 것도 일단은 접어둡시다.
그러면 그 비율은 어느 정도 될까요? 100명중 99명은 그 진단이 실제로 도움이 되고 1명정도 그냥 가지고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경우라면 사실 별 고민거리도 아닙니다. 문제는 그렇지가 않다는데 있죠. 현재 유방암의 경우 어떤 증상이 없는데 유방촬영을 통하여 조기진단받은 환자의 1/3 정도는 그냥 가지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사람들, 즉 overdiagnosis로 보고 있습니다 (2). 전립선암의 overdiagnosis정도는 연령대와 PSA수치 등에 따라서 아주 다양한데 3-88%까지 추정되고 있구요 (3). 심지어는 폐암과 같이 진행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은 암에서도 이러한 논란이 있는데요 저선량CT로 찾아낸 폐암의 약 20%정도가 overdiagnosis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4,5).
폐암에서조차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은 overdiagnosis가 모든 암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이러한 문제점들때문에 현재의 암검진프로그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실은 논문들이 최근 JAMA, Lancet, NEJM, BMJ과 같은 주요 의학저널에 계속 발표되고 있는데요 (6-9)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이런 주장을 하는 논문들이 발표되고 나면 연구자들 사이에 아주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죠. 저같이 싸움구경 좋아하시는 분들은 논문 찾아서 한 번 쭉~ 읽어보면 재밌어요^^.
(To be continued)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덕희
1. Folkman J, et al. Cancer without disease. Nature. 2004 Feb 26;427(6977):787.
2. Jørgensen KJ, et al. Overdiagnosis in publicly organised mammography screening programmes: systematic review of incidence trends. BMJ. 2009;339:b2587.
3. Gulatin R, et al. Individualized estimates of overdiagnosis in screen-detected prostate cancer. J Natl Cancer Inst. 2014 Feb;106(2):djt367
4. Veronesi G, et al. Estimating overdiagnosis in low-dose computed tomography screening for lung cancer: a cohort study. Ann Intern Med. 2012;157:776-84
5. Patz EJ Jr, et al. overdiagnosis in low-dose computed tomography screening for lung cancer. JAMA Intern Med. 2014;174(2):269-74.
6. Esserman LJ, et al. Rethinking screening for breast cancer and prostate cancer. JAMA. 2009 Oct 21;302(15):1685-92.
7. Esserman LJ, et al. Addressing overdiagnosis and overtreatment in cancer: a prescription for change. Lancet Oncol. 2014 May;15(6):e234-42. doi: 10.1016/S1470-2045(13)70598-9.
8. Independent UK Panel on Breast Cancer Screening. The benefits and harms of breast cancer screening: an independent review. Lancet. 2012 Nov 17;380(9855):1778-86
9. Bleyer A et al.Effect of three decades of screening mammography on breast-cancer incidence. N Engl J Med. 2012 Nov 22;367(21):1998-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