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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2-30 14:39
감염성질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경북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이덕희 교수-
 글쓴이 : 이덕희
작성일 : 13-12-30 14:39 조회 : 3,950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2009년도인가 신종플루 (인플루엔자A H1N1)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가 난 적이 있었죠. 그즈음에 우리 둘째가 중학생이었는데요 학교에서 단체로 신종플루 백신을 접종한다면서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모 동의서와 사유서인가를 제출하라고 하더군요. 그 당시 저는 신종플루 때문에 미쳐 돌아가는 듯한 사회분위기가 매우 못마땅했던지라 그리고 그 시점에서 백신은 결코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맞추지 않겠다고 서명을 해서 학교로 보냈어요. 같은 반의 모든 아이들은 백신을 맞는데 우리 아이만 맞지 않아서 담임선생님이 아주 의아해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죠.. 저 집 부모는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인데 왜 저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까?? 라는.. ^^
 
 뭐.. 그렇다고 제가 의사나 병원을 믿지 말아야 할 수십 가지 이유 라는 책을 쓴 저자와 같이 백신이 가지는 순기능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구요..  그 당시 급조하다시피 만들어진 신종플루 백신에 대하여서는 연구자로서 일단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고 언론에서 어제 1, 오늘 2명 해가면서 매일같이 사망자숫자를 update하고 전 국가적인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지만 신종플루라는 병이 건강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는 보통 사람에게는 결코 그렇게 위험한 병이 아닐 것이라는 나름의 통밥을 굴리고 있었죠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각종 이유로 죽는 사람이 하루 평균 약 700명입니다. 전체 사망원인 중 감염성 질환, 그 중에서 폐렴으로 죽는 사람이 한 3%정도인데요 그러면 그 숫자가 하루 700*0.03=21명입니다. 원래부터 있던 인플루엔자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망수가 연간 약 2000명이구요,. 저는 과연 신종플루라는 질병이 기존에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다른 감염성질환에 비하여 그렇게나 언론에서 밤낮으로 떠들만큼 위험한 것인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이렇게나 오바해 가면서 호들갑을 떨 때는 뭔가 정말 중요한 다른 것으로부터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불순한 의심까지 했었죠.^^ 
 
우리나라 주부대상 아침 TV프로그램에서 소재고갈로 허덕일 때 꼭 한번씩 다뤄주는 단골소재가 있습니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마, 행주에 현미경을 들여다 대고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거죠.. 비교화면은 예외 없이 늘 화장실 변기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도 예외없이 늘 부엌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화장실변기보다 훨씬 더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죠
 
 
그 프로그램을 본 대한민국 열혈 주부들,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그 때부터 락스니 항균세제니 항균비누니 뭐니 하면서 미생물보다 열배 백배는 더 해로울 화학제품으로 매일같이 부엌을 대청소해대는거죠. 부엌이 음식을 만드는 곳이니 얼마나 박테리아가 먹고 살 거리가 많겠어요. 당연히 박테리아가 많이 살 수 밖에 없고 이런 박테리아를 음식하고 같이 먹어주어도 거의 대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런 박테리아를 옆에 두고 시시때때로 같이 먹어주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됩니다. 음식 맛을 더 풍부하게 해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이 글을 쓰는 순간 막 드네요^^. 이런 프로그램 만드는 양반들 진짜 반성 좀 해야 해요
 
감염성질환의 경우 당연히 그 미생물 자체가 가진 독성이나 전염성 정도에 따라서 대처방법에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경우 이러한 감염성질환에는 안 걸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 아니고 모든 감염성질환을 백신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상당수의 감염성질환은 내 몸 상태가 괜챦을 때 한 번 내 몸에 들어와서 나의 면역체계와 한번 접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한번 내몸을 뒤집어 놓고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내 몸에게도, 이놈의 미생물에게도 가장 바람직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이 생태계의 건강에도 가장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는 정말 재수없어 그 미생물 때문에 죽는 사람들, 치유불가능한 후유증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나의 일, 나의 가족의 일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가슴 아픈 일이겠지만 인간도 생과 사를 한 몸에 가지고 사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수많은 생명체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도움을 주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이 생태계내에서 치뤄야 할 어쩔 수 없는 비용 같은 것입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그 모든 생명체에게 예외없이 적용되는 공평한 비용이죠.. 장기적으로 그러한 비용을 치러줘야만 인간이란 종이 점점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감염성질환으로 인한 기본 접근방식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면서 서로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우리는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들을 병원균이라고 이름 붙이고 항상 전투모드로 살고 있습니다만 이런 미생물들의 존재 목적은 단 하나 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의 종을 번식시키는거죠.. 지구환경파괴의 공적인 이 사악한 인간들을 의도적으로 괴롭혀야 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는 단 한 순간도 없었을 겁니다. 자신들의 종을 번식시키는 와중에 우연히 인간이 걸려 드는 것일 뿐이죠.  인간이 죽어버리면 이 미생물한테는 좋을 것이 하나도 없어요. 인간들이 멀쩡하게 돌아다니면서 자기를 여기 저기 퍼트려줘야 종을 번식시키죠. 죽어버리고 아파서 운신도 못하고 하면 결국 이 미생물도 그 안에서 같이 죽어 가는거죠. 미생물이 이러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서서히 상황인식이 되기 시작합니다. 찍어 먹어봐야 똥인 줄 된장인 줄 구분이 가는 애들이거던요. ~ 인간들을 죽여버리면 안 되는구나..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도록 살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종의 번식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거구나.. 그러면서 독성을 서서히 낮추면서 미생물 스스로도 공존의 방법을 찾아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진화의 법칙입니다
 
HIV라고 아시죠? 20세기 흑사병이라 불리우는 AIDS의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진.. HIV감염이 되면 바로 AIDS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T세포가 파괴되어 인체의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는 보통 몇 년이 걸립니다. 현재 HIV보균자가 발견되면 가능한 한 빨리 다양한 약제들을 한꺼번에 섞어서 칵테일요법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것이 교과서적인 치료방법입니다. 그런데 AIDS라는 단어가 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이라는 약자인데요.. 국산말로 풀면 후천적으로 면역이 결핍되어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 혹은 질병들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보면 사실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AIDS환자가 있어요. 저도 한 일주일 논문 마무리한다고 무리했더니만 어제까지만 해도 심각한 AIDS환자였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회복되었죠.. 얼굴 여기저기 돋기 시작하는 뾰루찌가 저한테는 AIDS의 초기증상이예요^^.  
 
2008년도에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이 Luc Montagnier라고 프랑스의 파스퇴르연구소 소속 연구자입니다. 이 연구자는 HIV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게 되는데요 이 양반이 한 발언 중에는 기존 과학계의 심기를 아주 불편하게 만든 발언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 인터뷰에서 HIV감염에 대하여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인체가 건강한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우리 몸에 HIV가 들어오더라도 우리 몸은 몇 주 만에 자연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구요. 물론 이 양반의 이런 발언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의견들이 훨씬 다수로 존재합니다. .. 저야 HIV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닌지라 이렇게 상반된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하여 어떻게 구체적인 comment를 하지는 못하겠는데요.. 약과 백신의 개발만이 문제 해결의 모든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믿고 있는 이 현실에서 HIV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자가 한 발언치고는 쇼킹하지 않나요
 
특히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국의 HIV감염은 아주 큰 사회적 문제인데요 이런 국가에서 HIV감염자들에게 칵테일요법을 사용하기는 여러가지로 어렵습니다. 일단은 약이 고가라는 비용상의 문제가 있구요 두번째는 이 칵테일요법은 양과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내성이 생겨서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구요..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만성적인 식량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는 이러한 저개발국의 HIV감염자들의 삶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은 그 비싸다는 제약회사에서 만든 항바이러스제제들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HIV 백신개발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재 우리 인간들은 미생물과의 관계에서 매우 호전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한테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은 미생물에 대하여 무차별적인 선제 공격을 일삼고 있는데요 주위를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생활용품들에 항균이라는 용어가 붙어있는지 알면 놀라실 겁니다. 인간과 가축에게 사용되는 항생제 오남용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러한 항균제품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폐해는 100%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미생물은 인간보다 백배는 더 요물이에요. 자신들의 유전자를 얼마나 환경에 맞게 잘 바꿔갈 수 있는데요.. 인간은 번식주기가 길어서 유전자차원에서 환경에 그리 잘 민감하게 반응을 할 수가 없어요.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열심히 머리 굴려 실험실에서 무기를 만드는거죠.. 상대방은 스스로가 무한 변신로봇인데 인간이 실험실에서 신무기라고 열심히 만들어서 대적해봐야 장기전으로 가면 결국 백전백패입니다. 미생물들이 처음에는 멋모르고 있다가 공격 당하면 왕창 왕창 죽어나가겠지만 무기의 실체를 파악하는 순간부터 서서히 반격의 피치를 올립니다. 자신들의 유전자를 변형시켜서 인간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무력화시키는거죠. 어떠한 강력한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내성박테리아를 만들수 있도록 미생물에게 1급군사기밀을 누설한 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이예요. 상대방이 무기의 실체를 잘 파악하지 못하도록 은밀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정말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방을 한 칼에 제압해야 하는데, 상대방에게 무기의 효력을 너무 자주 보여주고 자랑해댔어요.. 어리석고 오만한 우리 인간들이.. 
 
20세기 중반에 와서 개발된 항생제는 서양의학의 꽃이라고 불릴 수 있을만한 대단한 업적을 남겼죠. 그렇지만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미생물들이 항생제에 대항하는 방법을 스스로 획득함에 따라서 이러한 항생제의 효과는 점차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자들은 또 이러한 내성 미생물들에게 사용할 새로운 항생제개발에 여념이 없죠. 개발해서 얼마간은 효과를 보겠지만 미생물들은 이러한 신무기에 대항하는 방법도 종국에는 획득할 겁니다. 미생물과 항생제를 앞세운 인간과의 전투에서 초장에는 인간이 화려하게 승리한 것 같았지만 결국 인간이 패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인용하여 비유해 보자면..그야말로 초장끗발 개끗발이라는..^^  
 
앞으로 각종 신종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습니다. 이것도 인간들이 저질러 놓은 환경파괴로 인한 당연한 결과물이죠. 그 때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처럼 그 난리를 칠 건가요? 지금부터라도 집집마다 있는 항균비누, 항균세제, 항균 뭐시기 뭐시기 붙은 것들 다 폐기처분하시고 평소 튼튼한 면역체계를 위하여 노력하면서 다양한 미생물과 끊임없는 접촉을 하는 것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는 미지의 신종전염병을 대비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 물론 여기서 면역체계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기존 질병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어떤 이유든 면역체계가 그리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는 미생물의 감염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예외이고 특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튼튼한 면역체계를 가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물론 다 아시죠? ~ 바로 일상에서 제대로 된 먹거리와 운동이 최고입니다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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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도 13-12-30 20:56
 
이덕희교수님! 시원시원하고 멋진 글 잘 보았습니다.^^
내일이면 또 한해가 막을 내리는군요. 내년을 기약하면서 늘 건강하시고 가화만사성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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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2014년이 되시기를~~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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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도 13-12-30 21:12
 
배한호 13-12-31 11:46
 
이덕희 교수님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김주희 13-12-31 18:46
 
항상 느끼는거지만  이교수님 의 계시물을 보면 명쾌하고도 유쾌함이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고있는 저는요__ 이교수님 왕팬 이네요.^^
이유리 14-01-07 20:28
 
글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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