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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8-30 14:31
암 일찍 발견하면 할수록 좋을까? 1
 글쓴이 : 이덕희
작성일 : 14-08-30 14:31 조회 : 3,522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어지럽기 그지 없는 현 시점에 암검진 같은 태평성대에서나 할만한 이야기를 하자니 다소 죄책감이 듭니다만.. 베지닥터에 마지막 글 올린 지가 한참 된 것 같아 오늘은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암검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얼마 전 갑상선암 검진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 한판 싸움이 벌어진 일 다들 잘 알고 계시죠?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갑상선암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은 무분별하게 초음파로 조기진단을 해서 생긴 일이다. 꼭 그런 건 아니다.. 빨리 발견해서 일찍 치료하면 좋은 일 아니냐? 천만의 말씀이다... 아주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논쟁중이고 아마 향후에도 모든 전문가가 동의하는 결론이 나오기는 힘들 겁니다. 그런데 사실 갑상선암의 경우 우리나라의 특수상황에 가깝구요 전 세계적으로 암검진과 관련하여 가장 큰 논란이 있는 암은 갑상선이 아닌 유방암과 전립선암과 같은 암들입니다.

일단 갑상선암보다는 훨씬 무게감이 더 큰 암들이죠. 그렇게나 예후가 좋다는 갑상선암이라면 몰라도  유방암, 전립선암 정도라면.. 조기에 진단하여 초기단계에서 일찍 절제수술하고 화학요법이든 방사선요법이든 받으면 완치할 수 있는데 이것이 왜 논란이 될 수 있는가?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갑상선암의 경우 외국에서는어떤 증상이나 특별히 만져지는 것이 없으면 조기진단을 위한 검사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각각 유방촬영과 PSA검사를 이용하여 암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한 검진프로그램이 매우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이 논란의 실체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하여 같이 생각을 해보면 좋겠네요.
 
참! 본론에 들어가기 전, 먼저 개인 신상발언을 좀 하겠습니다. 올해 본의아니게 방송을 두어차례 타면서 일반인들에게 전화를 꽤 많이 받았어요. 개인적인 상담이 많았지만 많은 분들이 제가 평소에 주로 무엇을 먹고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느냐를 아주 궁금해하더군요. 교묘한 카메라 조작 덕분에 화면상으로는 꽤나 건강해 보였는가 봅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받은 저는 아주 난감했죠.. 고민끝에 만들어 놓은 제 답은 늘 똑같습니다. 뭐냐구요? 골초 의사가 금연 교육하면서 쓰는 유명한 말 있죠? 의사가 하는대로 하지말고 시키는대로 하라구요.. ^^ 
 
현미채식을 글로는 말로는 열심히 떠들고 있지만.. 저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뭐..의지박약하고 유혹에 약한 미성숙한 인격체인 탓이죠… 베지닥터의 회원님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아주 깜짝 놀라요. 정말 식생활이니 뭐니 삶 자체가 그렇게 모범적일 수가 없거든요. 거기에 비하면 저는 먹는 것 뿐만 아니라 생활 그 자체가 아주 불량합니다. 일하는 거, 쉬는 거, 자는 거 마찬가지입니다. 충동적이고 일탈을 즐기는 성향이 아주 강하거든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내가 큰 병에 덜컥 걸려버리면 주위 사람들이 그 동안 내가 했던 말들, 썼던 글들이 모두 믿지 못할 말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만에 하나 혹시나 그런 불행한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제가 그 동안 썼던 글의 진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저 인간 사는 꼴 보아하니 그럴 줄 알았다.. 고 가볍게 생각해 주시길 바라고..^^
 
불규칙하고 무절제한 생활습관에 더하여 제가 어느 날 갑자기 큰 병에 덜컥 걸려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제가 규칙적인 건강검진이라는 걸 받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가끔 매우 심각한 신호가 내 몸에서 느껴진다 싶으면 내시경도 해보고, 피검사도 해보고 합니다만 규칙적인 건강검진은 받지 않습니다. 뭐.. 처음에는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귀챦아서 였죠. 제가 철분이야기인가에 임신했을 때 산전진찰도 귀챦아서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요 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발생할지 안 할지 모르는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는 어떤 규칙적인 행위들을 매우 번거롭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처음에는 단지 귀챦아서 하지 않았던 일들이었는데요 몇 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좀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건강검진, 특히 암검진에 대하여 매우 회의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교과서적으로 증상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은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에 동시에 부합되는 매우 바람직한 의료행위로 나와있습니다. 전문가나 일반인들도 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1년에 한번이든, 2년에 한번이든 규칙적인 검강검진을 해서 아무 이상이 없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고 이상이 나오더라도 그 동안 증상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던 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그러면 조기에 치료를 할 수 있게 되니 이 또한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건강검진 중 암을 우연히 조기에 발견한 사람들은 스스로 매우 운이 좋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병의 조기진단과 암의 조기진단은 근본적으로 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조기에 진단받으면 굳이 약물치료를 않아도 식생활을 바꾸고 운동 열심히 하면 좋아질 여지가 매우 많습니다. 실제로 조기진단의 목적을 단순한 질병의 진단이 아닌 이러한 생활습관의 변화에 대한 교육에 맞춰야 합니다. 그러나 암의 경우 일단 진단받으면 아무리 초기단계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공격적인 치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다른 측면이 있죠.
 
저는 그리 신뢰하지 않는, 그러나 세상에는 첨단의 과학으로 알려진 분자생물학분야에서 아주 좋아하는 연구주제 중 하나가 특정 질병을 조기에 간편하게 예측하거나 진단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피 한 방울로 당신의 암을 진단한다?? 뭐.. 이런 이야기죠. 연구자들은 이러한 연구가 가져올 의학적, 사회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얼마나 굉장한지에 대하여 떠들어대며 정부에서는 21세기 국가를 먹여 살릴 창조경제로 상상하며 연구비를 팍팍 밀어줍니다. 암에 공포감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가능한 한 빨리 본인들이 이러한 신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저야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만에 하나 그런 비슷한 검사가 대중에게 널리 사용되는 그런 날이 실제로 오게 된다면.. 그 때부터 우리들은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단 하나의 암세포라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하나의 암세포에도 두려움을 가지는 이유는 이것을 그냥 두면 100% 진행되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말기 암환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흡사 19세기 후반 미생물의 존재가 현미경을 통하여 처음 두 눈으로 확인되면서 성스러운 인간의 몸에는 결코 전염병이나 일으키는 하챦은 미생물이라는 것이 같이 존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벌어졌던 웃지 못할 해프닝과 비슷합니다.
 
현재 논쟁중인 갑상선암의 경우 1cm이상은 수술하는 것으로 0.5cm이하는 지켜보는 것으로 그 사이는 case by case로 뭐.. 그렇게 대충 정리가 되는 것 같은데요..  0.1mm 크기의 종양은 약 천개의 암세포가 필요하고 1mm 크기의 종양은 약 백만개, 1cm크기의 종양이 될려면 약 10억개의 암세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0.5cm라면 벌써 아주 많은 수의 암세포가 존재하는 상황이죠. 아~ 뭔가.. 찝찝하지 않으시나요? 내 몸에 암세포가 그렇게 많은데 그냥 두고 보자니.. 이런 상황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는, 그 말도 안 되는 정부사업들에 천문학적인 돈을 사용해버려 만만한 의료비를 아끼기 위해서 불쌍한 국민들을 사지에 내몰고 있다구요.. 그러나 제 생각으로는 앞 구절은 100% 맞는 말, 뒤 구절은 오해입니다.. 
 
(To be continued)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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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도 14-08-30 16:51
 
이덕희교수님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내셨나요?
내일이면 또 다시 가을이네요. 계절은 어김없이 오는군요.
반갑구요, 다음편이 궁금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이덕희 14-08-30 17:05
 
아! 제목이랑 내용 좀 수정할려고 들어왔더니 그새 설경도원장님이 들어오셨네요^^ 잘 지내시죠? 저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영 쉽지가 않네요..^^  요즘 우울증에 분노조절장애가 있어요.. 후편은 다음중에 올려드릴께요~
     
설경도 14-08-30 18:05
 
녜~ 천천히 쉬염 쉬염 올려주세요..^^
김주희 14-08-30 17:35
 
반갑습니다 ^^이교수님 ~
혈액검사 결과를 잘보고 수치관리를 잘 하고있고
 평소의 식생활 관리와 운동 습관을 지키고 있다면 정기적인 암검사는 굳이 필요할까 하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특히 가족병력이 없다면요^^저도 검사하지 않고 있거든요~~
이의철 14-09-01 16:41
 
이덕희 교수님~^^
얼굴 뵙고 싶습니다~^^
언제 모임에 왕림해주시길 고대하겠습니다~^^
이덕희 14-09-03 18:17
 
이의철선생님, 잘 지내시죠? 대놓고 얼굴 보고 싶다니 한번 보여줄께요^^
     
배한호 14-09-10 12:20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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