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하기 좋은 서울시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채식단체연대'는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자에게 채식관련 정책 질의서를 전달했습니다.
질의서는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발송되었으며, 박원순 후보는 아래와 같은 답변으로 응답했고, 정몽준 후보는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원순 후보의 답변서를 공개합니다.
서울시장 후보자 채식관련 정책 질의서
발신일 : 2014. 5. 20
발신 : 2014년 지방선거를 위한 채식 단체 연대
수신 : 서울 시장 후보자님 앞
안녕하십니까? 서울시의 발전을 위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오는 6월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채식관련 사안에 대한 서울시장 후보자님의 정책을 여쭙고자 공개질의서를 보내드립니다.
채식을 실천하고 우리 사회에 그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저희들은 이번 6월 4일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서울시 시장 후보로 나서신 후보님에게 채식에 대한 견해를 여쭤보고자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하였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시간을 내주시어 아래 질의에 대한 답변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해주신 내용은 다른 서울시장 후보자님의 답변과 함께 나란히 공개될 것이며, 서울시민 유권자와 언론, 각계 단체들에게 공유될 것입니다.
20세기 공장식 축산의 도래와 함께 시작된 인류의 과도한 육류 섭취는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동물성 영양분의 과잉 섭취는 비만, 암, 뇌심혈관질환,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등 각종 만성질환을 야기하여 공공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농장 동물에 대한 잔인한 처우로 인해 생명의 존엄성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또한 그 사육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우리의 환경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창궐하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을 비롯한 위협적인 전염병을 키워가는 근본적인 원인 역시 공장식 축산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채식은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민의 건강과 환경, 그리고 우리 사회의 생명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채식 의제와 관련하여, 당선 시 서울시의 정책을 총괄하시게 될 후보자님의 견해를 듣는 것은 유권자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보자님께서 당선되신다면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공표하신 내용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계신지 꾸준하게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에게 그 현황을 알려나갈 것입니다. 모쪼록 성의 있는 답변을 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1. 후보자님께서는 위에 언급한 환경, 생명권, 시민 건강을 위한 측면에서 채식의 필요성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시는지요?평소 후보자님께서 채식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이제 먹거리는 개인의 식성, 기호적 측면이 아니라, 건강, 사회, 환경 등을 고려한 푸드시스템 차원에 접근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함. 현대사회에 만연한 패스트푸드나 육류 중심의 식생활 소비패턴이 낳은 병폐로 슬로우푸드나 로컬푸드 운동이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대안이자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는 공동체 활동으로 조명받고 있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생산과 가공, 유통, 소비라는 시스템적 측면에서 식문화를 개선해가야 한다고 생각함. 그래서 1기 때‘채식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계획을 수립, 진행하고, 아그로시티서울(Agro-city)을 목표로 도시농업 환경을 조성하는 등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음.
2. 채식과 관련한 정책 추진 시, 환경과 건강의 측면 등 채식의 장점에 대한 충분한 홍보와 인식 개선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기존 식습관에 익숙한 시민 및 공무원들의 반발이 생기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후보자님께서는 채식 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 추진이 일방적인 시행에 머물지 않고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교육 및 홍보 사업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십니까? 구체적인 정책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 작년 시, 구, 사업소 등 공공기관 급식소를 대상으로 ‘채식의 날’을 확대해가는데, 현장에서 가장 부딪혔던 어려움은 채식 섭취에 대한 편견이었음. 해외 도시 사례들을 참고하여 저염식 권장 등 건강한 식문화와 연계해 홍보하거나, 개인의 건강 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차원으로 확대하여 다양한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인식 개선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임.
3. 한국의 전통식단은 곡류, 채소류, 콩류, 해조류 등을 주재료로 하여 채식에 적합한 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외식문화는 육류 음식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후보자님께서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특히 비채식인들과 함께 외식을 할 때) 겪는 어려움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 대부분 외식 소비 패턴이 패스트푸드나 육류에 집중되어, 채식을 다루는 식당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고 번거로울 때가 많을 것임.그래서 채식을 원하는 시민들을 위해 채식을 할 수 있는 식당을 유형별로 구분하여, 식당 정보를 다양한 채널로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음.
4. 채식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일반 음식점에서도 기존의 한식 메뉴를 그대로 두고서도 육류가 첨가되지 않은 (완전) 채식으로 조리된 메뉴를 한 가지 이상 제공한다면, 채식하는 손님(또는 그런 손님을 포함한 단체손님)이 더 많이 찾게 되어 식당에도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서울시가 일반음식점에 이러한 사실을 홍보하여 채식 메뉴를 한 가지 이상씩 갖추도록 유도하고 그러한 식당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간다면, 식당의 영업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채식을 위한 전반적인 환경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후보자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러한 제안을 정책으로 추진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손님들 일부는 채식 제공에 대해 재료비를 줄이려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함.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고충을 헤아려 채식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음.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예방행정 차원에서 저염식 권장 캠페인과 함께 서울시 정책 시리즈로 개발, 활용함. 향후 채소․과일 섭취를 유도하기 위한 BI를 개발하여 식당에 부착하거나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문화적 접근에 중점을 두고자 함.
5. 서울시에는 채식 전문 식당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운영되고 있는 채식 식당도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후보자님께서는 채식 전문 식당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 작년 조사 결과, 서울에 채식메뉴가 있는 식당이 128개소였음. 채식을 할 수 있는 식당을 채식전문음식점과 채식메뉴가 있는 음식점으로 구분하여, 서울시 식품안전정보(FSI)와 시 홈페이지, 식품안전뉴스, 스마트앱 ‘서울식톡지도’에 식당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 또‘채식메뉴가 있는 식당’ 업소 표시를 지원하거나 식당 내 채식 문화를 홍보하는 포스터나 BI를 부착하여 식당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을 병행하면서 접근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