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3대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식(食) - 즉, 먹을 것은 주린 배를 채워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음식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에만 머물지 않고 하나의 즐길거리로, 문화로,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누군가에게는 『바베트의 만찬』이나 「카모메 식당」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요리가 상처를 치유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식객」이나 「예스 셰프」에서는 자존심을 건 대결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에서
중요성을 더해가는 음식과 요리. 『요리 본능』은 이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요리의 기원과 인류의 기원을 통해서 요리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인류의 탄생 신화를 밝힌다.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이자 저명한 진화 인류학자인 책의 저자 리처드 랭엄은 수십 년에
걸쳐 지구상에서 가장 가까운 근연종인 침팬지의 먹이 행동과 생태를 관찰, 연구한 결과물과 인류 조상들의 생활 양식을 비교적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오지의 원시 부족민들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 그리고 최근까지 발굴된 선행 인류의 고고학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요리와 인류의 진화 역사를 파헤친다.
랭엄 박사는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먹는 데 적합하지 않은 우리
인류의 외형적 특징은, 인간이 육식을 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아니라 채식이든 육식이든 불에 익힌 음식을 먹도록 진화했음을
보여 주는 생물학적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행위가 인간의 생리적, 심리적, 사회적 변화로 이어져 인간이라는 종 전체를
혁신적으로 진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이론을 제기한다.
불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불에다 먹을거리를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과거의 유인원과 같은 모습을 벗어 던지고 더 이상 어두운 밤과 추운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불가에 모여
앉아 익힌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집단을 이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성품을 발달시켰으며, 성별 분업과 결혼이라는 남녀 간의 제도적
결합을 탄생시켰다.
익힌 음식으로부터 얻은 풍부한 열량은 그 어떤 존보다 큰 두뇌를 가질 수 있게끔 하여 고도로 발달된 언어와
문명사회를 이룩하게 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것이 바로 요리, 요리의 발명이다.
저 : 리처드 랭엄
Richard Wrangham
1948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1970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아프리카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에서 침팬지의 행동 생태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1975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미시간 대학교를 거쳐 1989년부터
하버드 대학교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최근에는 뜻을 같이 하는 몇몇 학자들과 함께 '인간 진화 생물학과'라는 새로운 학과를
만들어 독립했다.
전쟁과 살인 등 인간 폭력성의 기원을 수컷 영장류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파헤쳐 논란과 화제를
낳았던 첫 대중서 『악마 같은 남성』 이후 10년여 만에 단독으로 저술, 출간한 책이 바로 『요리 본능』이다. 이 책 또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와 설득력 있는 탄탄한 논거들로 인해 출간 즉시, 네이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 과학계의 중요 잡지들을
포함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전 세계 영향력 있는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구르메』를 비롯한 유명 요리 잡지와 요리 관련 인기 방송 프로그램 등에도 초청을 받았을 만큼 요리업계로부터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 2010년 BBC 에서는 『요리 본능』에 등정하는 주요 내용 및 실험들과 랭엄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요리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는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