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몽골 고비사막, 공룡이 꿈틀댄다
아마추어 ‘화석 사냥꾼’의 3박4일…한·일·몽골 국제공룡탐사대 동행 취재
과학동아 | 기사입력 2014년 08월 28일 16:09 | 최종편집 2014년 08월 29일 03:00
여기 작년에 발굴하던 공룡의 골반뼈 화석이 묻혀 있습니다. 조심해서 파봅시다.”
이달 12일 오전 몽골 남동부 고비사막.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이 사막 한 가운데를 가리키며 말했다. 함께 온 20여 명의 사람들이 지질조사용 망치와 삽, 송곳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10분이 지나자 바위 아래에서 거대한 척추 뼈와 골반 뼈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몸길이가 15m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목긴공룡(용각류)의 화석이었다. 이 관장은 “이 지층에서 목긴공룡 화석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신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몽골 남동부 고비사막에서 한-일-몽골 국제공룡탐사대가 9000만 년 전 목긴공룡 화석을 발굴하고 있다. 왼쪽은 한국 탐사대를 이끈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 - 몽골=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공룡에 대한 열정 하나로 뭉친 국제공룡탐사대
뜨거운 태양과 사막뿐인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아마추어 화석 발굴가들. 한국과 일본, 몽골에서 모인 국제공룡탐사대다. 공룡 전문가인 이 관장과 고바야시 요시쓰구 일본 홋카이도대 종합박물관 교수, 린첸 바스볼드 몽골학술원 고생학물센터 전 소장이 탐사대를 이끌었다.
아마추어 ‘화석 사냥꾼’들이 모인 만큼 직업도 다양하다. 회사원, 대학생, 사업가, 대학 교수 등 다양한 배경의 비(非)전문가들이 오로지 공룡과 고생물학에 대한 애정으로 자비를 들여 몽골까지 날아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비 공룡 서포터스’ 프로그램을 통해 7명이 참여했다.
한국 측 참가자인 이강영 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어려서부터 공룡에 대한 책을 읽고 꿈꾸며 과학에 관심을 가졌다”며 “그 꿈을 좇아 발굴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히로시마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키요시 토모미 씨는 “내가 발굴한 화석이 전문가의 연구를 거쳐 논문으로 발표된다는 점이 신기하다”며 “발견의 기쁨을 잊지 못해 6년째 매년 탐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발굴가들 역할 점점 커져
이들이 공룡 화석 발굴에 매달린 기간은 4일. 지층에 숨어 있는 화석을 찾는 일명 ‘화석사냥’, 화석을 파내는 발굴, 발굴한 화석을 운반하기 쉽도록 석고로 씌우는 포장 작업까지 모든 과정을 전문가와 똑같이 경험했다.
인내심을 요하는 송곳질부터 수백 번의 삽질과 암반을 파내기 위한 곡괭이질까지 화석 발굴은 상당한 노동이었다. 사방 어디를 가도 풍경 변화가 거의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오직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 하나에 의지해 걷고 또 걸었고, 뜨거운 열기에 생수는 금세 바닥이 났다.
하지만 모든 노고를 잊게 하는 묘미와 보람이 있다. 탐사대는 보기 드문 공룡 다리뼈나 척추, 얼굴뼈 등을 하루에도 몇 개씩 찾아냈고, 그 중에는 발굴 가치가 있는 중요한 화석도 있었다. 한국 측 참가자 송정현 씨는 경사진 지층에서 거대한 공룡 다리뼈와 발바닥뼈를 찾았다. 한국보다 아마추어의 참여 전통이 긴 일본에서는 2011년 학계를 놀라게 한 세계 최대의 공룡알 집단산란지 화석을 일반인이 처음 발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고생물학 분야에서 아마추어 화석사냥꾼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관장은 “화석 탐사에는 손과 눈이 많이 필요하다”며 “아마추어 탐사자들의 활약 덕분에 성과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교수는 “일본팀만 왔을 땐 인원도 적고 활동도 제한적이었는데, 열정적인 한국 참가자들 덕분에 탐사가 더 풍부해졌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