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먹고 이닦는 일,
고양이 안아주고 아이들 학교보내고 서둘러 출근 준비하는 일들,
일상적으로 해야하는 일들,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일상적으로 사랑해야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한 오늘입니다.
오늘은, 어제 세상을 떠난 이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하루라는 말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 유월의 햇살은 빛을 발하며 어제의 절망은 어제의 일일 뿐임을 말해주고, 허파에 차오르는 맑은 공기는 아직 나에게 살아야할 이유가 있음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찬이 어떠하든 하루 세 끼 꼭꼭 씹어 밥을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듯, 일상을 착실하고 즐겁게 사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리 건강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저의 일상은 가끔 아니, 수시로 흔들리고 자주 입맛을 잃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그럴때는 제가 아프니 치과에 환자가 덜오기를 바라기도 하고 부모님이 정성으로 싸주신 도시락이 (죄송스럽지만..)부담스럽기도 하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6개월 전보다는 건강하고 1년 전보다는 더 건강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변함없이 주어진 또하루에 감사하기까지 합니다. 나를 기다리는 일들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도 있고, 서로 다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만은 변함없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창밖의 저 오래된 풍경과 함께 그들은 제가 일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존재들입니다.
질병이 면역력을 키워주듯 마음의 고통은 영혼의 뼈를 더욱 단단하게 해주고, 감사의 마음은 영혼의 키를 한 뼘씩 키우는 듯 합니다...
어제의 생채기가 채 아물지 않아 오늘 하루가 조금은 힘들지만...가슴 속을 흐르는 커피 한 잔의 위안과 환자분들의 다정한 눈빛을 마음으로 받으며 하루를 살고나면, 저녁의 석양빛이 나의 어깨를 더 힘있게 쓸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뒷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공기에 치맛자락을 나부끼며 늘 올라가던 그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가거나 혹은 늘 타고다니는 9번 마을버스를 타고 기사님께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고는 낯설지만은 않은 이웃들과 서로 몸을 부딪치며 조금 미안한 마음으로 버스에 몸을 싣고 귀가할 것이며 , 집에 들어서는 순간 반가이 맞는 가족들과 고양이를 한번씩 더 안아주고 언제나처럼 나를 온 몸으로 품어주는 나의 작은 방에서 달콤한 휴식을 잠깐 취하고, 책장에서 줄이 많이 그어져있는 책 한 권을 골라 배를 깔고 엎드려서 보다가 사르르 어제와 다른 새로운 꿈의 나라로 빠져들 것입니다, 내일의 태양이 다시 나를 깨울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