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 종환 시
연꽃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바닥의 진흙 속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우리에게 그것은 넘어야할 이유가 됩니다.
이런 말이 있더군요, 인생은 계산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절망의 벽을 넘어야 하는 이유는, 계산하는 마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시인의 마음이라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그런 것인 것 같습니다.
오늘 새벽, 여명과 함께 이 시를 저에게 띄워주신 고마운 분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