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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8-21 18:44
생태주의에서 생명주의로
 글쓴이 : 이영선
작성일 : 13-08-21 18:44 조회 : 2,144  
 
 
생태주의에서 생명주의로
 
 
 
생태주의에 대한 교과서적인 책들이 많이 있겠지만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를 읽으면 산업화와 글로벌경제에 의해 개발도상국들의 전통적인 문화와 자연환경이 어떻게 무너져가는지,
 
그와 함께 한 국가와 한 민족을 오랫동안 지탱해오던 의식의 근간이 어떻게 급속히 좀먹어가는지 그래서 그 사회가 결국 어떻게 서구의 끝모를 거대한 탐욕의 먹잇감으로 종속되어가고 병들어가는지에 대해 아주 잘 이해할 수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이러한 사실이 비단 라다크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지구적 문제라는 것과 한국 땅에서는 벌써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온 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생 때인 1980년대 후반부터 이미 '지구촌'이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그때는 지구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일일생활권이 되고 아주 편리하고 효율적인 세상이 되는 것이라는, 인류의 핑크빛 꿈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 정도로만 알았었다.
 
그리고 그 후로 삼십 년 가까이 흐르고 지금은 나도 학부모가 되어 아이의 미래를 함께 걱정해야 할 입장이 되었다.
 
그 사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말처럼 출처를 알 수 없는 먼 나라 땅의 음식을 매일같이 먹고있고 원인모를 질병들과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고,
 
매연과 혼잡과 인구과잉에도 불구하고 도시집중 현상은 계속되고 있으며 실업난과 가정의 해체와 폭력과 사회불안의 요소들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자신과 전통에 대한 자부심은 자취조차 없어지고 사회의 모든 기준과 방향이 서구의 발전과 철학과 아름다움을 모방하고 추종하는 그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기업의 자본과 산업화와 상업주의와, 상업주의에 편승한 정치. 언론. 학자 모두가 손을 잡고 사람들을 밀어부치는 결과로 "전세계 수백만의 어린이들은 그들을 끊임없이 소비주의문화 속으로 몰고 가려는 광적인 캠페인의 표적이 되고,
 
미국의 경우 한 아동이 1년 동안 텔레비전을 통해 접하게 되는 광고 방송의 수가 평균 4만회"에 이르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은 한 인간으로서 보다는 도시의 시스템을 지탱하기 위한 생산자와 소비자로서 키워지고 있을 뿐이며 시스템에 순응하지 못하면 부적응자로 내몰리고 만다 .
 
또한 자연과는 괴리되고 무한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불안심리와 폭력성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한반도의 땅과 바다와 강은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 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다행히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희망에 대해서도 많은 말을 하고 있다.
 
"상황을 돌아보면 하나의 모습으로 통합되어 있는 '지구촌의 꿈'이 라는 것은 그 근원에서부터 한계와 문제점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양성이라는 것이 생태계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강점이 되는 것처럼, 인류의 문화에 있어서도 다채로움과 서로의 다른 점을 수용하려는 태도는 평화롭고 풍요롭고 조화로운 발전에 진정한 기초가 되는 것이다.
 
 
우리를 위협하는 환경재난과 사회붕괴 현상을 막으려면 우리는 하나의 모습으로 통일된 지구촌을 포기하고 세계화 경제의 대안인 지역중심경제를 가슴으로 안아야 할 것이다."
 
"인간 정신이란 결국 폭력을 넘어 평화로운 상호공존을 선택하는 것이며 그것은 적대감과 전쟁이 아닌 상호존중의 토양에서만 꽃을 피운다."
 
내가 알고있기에 우리나라에도 이미 생태환경운동가들이 많으며 생태공동체에 대한 실험들도 여기저기서 시도되고 있고, 그 외에도 슬로우 라이프니 로하스 컨슈머( LOHAS Consumer :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니 하는 '사람과 자연의 건강을 함께' 챙기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말그대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소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자연과 생명을 함부로여기지 않는 전통이 있으며,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심성들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우월성을 앞세워 서구의 문화가 마구잡이로 우리사회의 곳곳에 뿌리를 내리며 우리의 진정한 전통과 정신을 알 수 없게 된지 이미 오래고,
 
전지구적인 차원의 정치.경제와 권력의 중앙집중화와 문화의 획일화와 상업화로 커다란 이득을 본다는 다국적기업과 거대금융들 조차도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지경이 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그것은 '생명주의'이다. 인간을 물질화. 기계화 시키는 '산업화'에 대해 반대하며 인간이 인간다와지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시키자는 운동으로 생태주의가 태어났지만 그 역시 인간을 우주의 중심으로 보는 서구적인 시각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다만 언제나 인간 특히 백인을 우월하게만 보던 그들의 시각이 좀더 겸허해지고 반성적이 되고 넓어진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그들의 길을 따라 멀리 우회할 필요 없이 우리의 신화들을 살펴보건대,
 
우리에게는 애초부터 하늘과 땅을 존중하고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지구 위의 뭇생물들과 공존하기 위한 사상과 삶이 있었으며 그것은 우리의 피 속에 이미 면면히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일상 속에서 우리의 지난날들의 정신적 자취를 찾기가 무척 어려워진 지금 생명주의라는 어쩌면 약간 낯선 이름으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보고 우리의 미래를 재창조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과거로의 회귀도 미래로의 나아감도 막연하고 불안한 지금의 우리에게 '생명주의'는 우주만물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고자 노력해온 우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줄 것이며 또한 우리의 미래만이 아닌 전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신적 토대로서 받아들이고 연구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죽음이 아닌 생명이라는 토대 위에서 모두가 하나임을 깨닫는 것만이 절벽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의 세계화(globalization)의 어두운 질주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절실한 대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음식이든 건축이든 상업이든 농업이든 의학이든 과학이든 정치든 교육이든 더이상 생명을 기만하지 않고 뭇생명을 존중하며 모두가 하나라는 인식 위에서 나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번도 생명이 아니었던 적이 없으며 생명에 의해 살지 않은 적도 없지만, 생명에 대해 이제야 눈을 떠간다는 것은 정말이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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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13-08-22 14:05
 
깔끔하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독백처럼 쓴 저의 블로그의 글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와서 평어체로 쓰였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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