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당신의 유일한 운동, 숨쉬기를 위하여
인도에는 “생명체는 평생 동안 호흡하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데, 짧게 호흡해서 호흡 횟수가 많으면 오래 살지 못하고, 길게 호흡해서 호흡 횟수가 적으면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생 동안 몇 회의 호흡을 할까?
평균 수명이 80세라고 하면 적어도 6억에서 7억 번 이상의 호흡을 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호흡을 의식하거나 생각해볼 기회는 별로 없다. 아마도 당신의 유일한 운동이 숨쉬기일 텐데도 말이다.
운동이나 식사는 “바빠서 잊어버렸다” 고 말할 수 있지만 호흡은 신경 쓰지 않아도 뇌간 덕분에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어야 할까? 호흡이 당신의 몸과 마음을, 인생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다행히도 호흡기관은 내장기관과 달리, 손발을 움직이듯 자신의 의지대로 컨트롤할 수가 있다. 살아가며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운동으로 가장 빠르게 나를 변화시켜보자.
호흡과 마음, 호흡과 뇌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변하는 외부 자극에 따라 호흡의 리듬을 바꾼다. 다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자장가나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는 호흡이 느려지고, 북소리를 들을 때는 호흡이 빨라진다. 깜짝 놀라거나 극도로 집중할 때는 순간적으로 호흡이 멈추기도 한다. 말 그대로 ‘숨이 멎는 듯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흥분했다가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어떤 일에 안심했을 때, 휴식을 취할 때는 ‘휴~’ 하고 숨을 내쉬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진정되고 답답한 것이 해소되었을 때 ‘숨을 돌린다’ 또는 ‘숨이 트인다’는 표현을 쓴다. 이처럼 감정이나 심리적인 변화는 고스란히 호흡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호흡을 조절해서 기분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석가모니는 좌선을 통해 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실제로 좌선을 하며 깊은 호흡을 하면 대뇌 기능이 활성화되고 통증이 완화된다는 실험 보고도 있다.
뇌와 호흡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산소가 5분만 뇌에 공급되지 않아도 뇌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이것만이 아니다. 깊은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 박동을 느리게 하고 위와 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한다.
이 같은 몸의 변화와 함께 마음이 편안해진다. 또한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일 때 우리 뇌는 알파파나 세타파 수준의 뇌파 상태가 된다. 그렇게 되면 두뇌 기능이 예리해져 유연하게 발상할 수 있고, 직감이 활발하게 작용한다. 뇌파가 안정되면 작업능력이나 학습능력이 향상됨은 물론이고 건강을 회복하는 토대도 된다.
얕은 호흡, 깊은 호흡
호흡은 성격과도 깊이 연관된다. 예를 들어 성미가 급해 화를 잘 내는 사람은 호흡이 얕고 빠르다. 반면에 여유가 있고 낙천적인 사람은 깊고 길게 호흡한다. 얕은 호흡이란 어깨나 가슴의 일부분으로만 호흡하는 상태를 말한다. 폐의 극히 일부분에만 공기가 미치므로 폐의 위쪽이나 아래쪽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깊은 호흡이란 폐의 구석구석까지 공기를 보낼 수 있도록 많은 양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심호흡이다. 이 상태에서는 횡격막과 가슴의 근육, 늑골, 쇄골이 하나가 되어서 호흡한다. 혹시 어렵게 느껴진다면 ‘하~’ 하고 숨을 내쉰 다음 숨을 들이마셔보자. 지금까지 호흡했던 것보다 훨씬 깊게, 훨씬 많은 양의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다. 호흡의 기본은 우선 숨을 내쉬는 것이다.
최근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주위에 많이 늘어난 것도 호흡과 무관하지 않다. 쉽게 화를 내는 것을 흔히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는데, 이를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면 스트레스가 그 사람의 호흡을 얕고 짧게 만드는 것이다. 현대인의 호흡 방법에는 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코로 충분히 호흡하지 못해서 입으로 호흡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입도 혹시 열려 있지는 않은가?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 코털이나 점막이 공기 중에 섞여 있는 먼지나 여러 가지 이물질, 잡균을 걸러내어 공기를 정화시킨다. 그런데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면 이물질이나 잡균이 폐까지 그대로 들어온다.
몸은 이런 현상에 대비해 면역력을 유지해야 하므로 그만큼 부담을 받는다. 얕은 호흡은 바르지 않은 자세에서 나오기도 한다. 호흡과 자세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험 삼아 등을 구부려보면 저절로 목이 앞으로 나오고, 머리는 뒤로 젖혀지고, 턱은 들려서 입이 쉽게 벌어져 호흡이 얕아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반대로 가슴과 등을 곧게 펴고 적당히 턱을 끌어당기면 그만큼 호흡이 편해져서 저절로 더 많은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
호흡과 식사, 호흡과 배설
식사와 호흡은 별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음식을 소화, 흡수, 배설하는 데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려면 깊은 호흡이 필요하다. 또한 잘 씹는 동작은 호흡을 깊게 함과 동시에 뇌를 전체적으로 활성화시킨다.
그래서 치아가 좋지 않아 충분히 씹지 못하는 노인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편 많이 씹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아이들의 호흡을 얕아지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렇게 음식을 잘 씹어 먹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배설하는 것도 호흡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는데도 변비가 있는 사람을 보면, 호흡하는 힘이 약하고 목소리도 작은 사람이 많다. 요가에서 ‘배설력은 호흡력과 비례한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호흡에 따라 복부는 자연적으로 운동하게 되는데, 그 자극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한다.
그러나 호흡이 약하면 연동운동을 도울 수 없다. 화장실에서 변이 나올 듯하면서도 나오지 않을 때는 숨을 멈추고 힘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갑자기 혈압을 올라가게 해서 항문에 상처를 주기 쉽다. 자연스럽게 연동운동을 촉진하려면 변기에 앉았을 때 등을 펴고, 몸의 힘을 풀면서, 천천히 배를 조이고, 입으로 숨을 내쉬는 것이 좋다. 숨을 내쉬면서 동시에 양손으로 복부를 누르면 더 효과적이다.
호흡과 집중, 호흡과 성공
집중할 일이 있으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5분 이상 깊은 호흡을 해둔다. 이때 몸이 굳어 있거나 뒤틀려 있으면 스트레스가 되어 깊은 호흡의 집중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가슴을 뒤로 젖히거나 목을 유연하게 하고, 허리나 어깨를 돌리는 등 몸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 중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식사를 할 때 텔레비전 또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신문을 읽지 않고, 여러 번 씹고 맛을 음미하며 깊은 호흡과 함께 식사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또 운동을 할 때는 호흡과 동작을 병행하는 것이 집중에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걸을 때는 다리의 움직임과 함께 ‘내쉬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들이마시고’ 하는 호흡 리듬을 병행하고, 골프를 칠 때는 ‘골프채를 들어올릴 때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릴 때는 숨을 내쉬는’ 것을 기본동작으로 삼는다.
호흡의 핵심을 알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타인의 호흡도 읽을 수 있다. 성공을 원한다면 상대의 호흡을 읽기에 앞서 자신의 감정에 예민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 그 다음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듣고, 상대와 호흡을 맞추는 연습을 해야 한다.
상대가 숨을 내쉴 때 함께 내쉬고, 들이마실 때 함께 들이마시는 식으로 호흡을 함께 하는 것이다. 상대와 호흡을 맞추면 더 많은 긍정적 답변을 얻어낼 수 있다.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같은 음식을 먹으면 함께 호흡을 맞추기가 쉽고, 그런 만큼 맞장구치기도 쉬워진다.
주의해야 할 점은 상대의 이야기가 끝날 즈음 상대와 다른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그렇지요?” 라고 자기 호흡으로 상대를 끌어들인다면 십중팔구 그 비즈니스는 성공하기 어렵다.
호흡개선법
첫째, 열 번의 깊은 호흡을 권한다. 한 손은 배 위에 얹고 다른 한 손은 가슴 위에 얹는다. 깊은 숨을 천천히 들이쉰다. 처음 연습할 때는 바닥에 누워 하는 것이 좋다. 서서 하면 과장된 흉곽의 움직임으로 깊은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들이쉬는 데 약 5초가 걸려야 한다. 내 몸의 폐가 공기로 가득 찼다고 느껴질 때 7초에 걸쳐 모든 공기가 나갈 수 있도록 숨을 내쉰다. 열 번의 깊은 호흡을 하되 아침에 한 번, 밤에 한 번,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수시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둘째, 되도록 길가에서 먼 곳에 산다. 폐는 피부, 위장관과 더불어 내 몸의 내부가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세 가지 기관 중 하나다. 어떻게 호흡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호흡하는가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 자신이 고속도로나 큰 도로에 너무 가까이 살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자. 당신의 폐는 대량의 더러운 독소에 노출될 수 있다. 공기 중에 있는 가장 강력한 독성물질인 PM2.5는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두 배로 끌어올린다. 대로변에서 최소한 100미터 이상, 이왕이면 30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사는 것이 좋다.
셋째, 마그네슘을 섭취한다. 하루 400밀리그램의 마그네슘은 기관지를 이완시켜 천식에 도움을 준다. 폐에서 매일 가래가 나온다면 하루 600밀리그램의 N-아세틸시스테인 복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천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카페인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기도 내면을 안정시키고 수축하게 하여 기관지를 확장시킨다. 숨을 더 쉽게 쉬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넷째, 과일을 많이 먹는다. 과일, 야채, 전곡류가 풍부한 식사는 다른 많은 노화 관련 질환과 더불어 만성폐질환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건강하지 않은 식사를 하는 사람은 건강한 식사를 하는 사람에 견줘 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무려 다섯 배나 높다. 이미 숨이 차다면 영양이 더욱 풍부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호흡은 많은 시간이나 넓은 공간, 금전적 도움이나 동료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필요성과 약간의 의지면 충분하다. 깊은 호흡은 조바심 나는 일상에 틈틈이 평화를 줄 것이고, 집중력과 자신감을 줄 것이고, 순간적으로 올라간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뿐인가? 변비에 걸린 장에 자극을 줄 것이고, 더 나은 스코어를 줄 것이고, 가슴을 편 아름다운 자세를 선물할 것이다. 이처럼 쉽고 효과적인 운동이 어디 있을까! 너무도 바쁜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 숨쉬기라면 그 유일함에 가치를 부여해보자. 당신의 뇌와 폐와 마음은 당신의 미약한 노력에 충분히 감동하고 기꺼이 보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