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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12 15:09
평등해야 건강’ 이젠 의료 투자보다 소득 분배 구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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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12 15:09
조회 :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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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10210440… [714] |
ㆍ‘평등해야 건강’ 이젠 의료 투자보다 소득 분배 구조 바꿔야 ㆍ개인들은 뭐든 좀 적게 갖고, 결속력 강화에 더 노력해야
살 수 있는 시간마저도 부자일수록, 권력자일수록 더 길다는 사실을 통계가 보여준다. 특히 선진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1980년대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빈부격차는 계속 벌어져 왔고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소수의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됐으며 어중간한 부자와 중산층은 하층으로 밀려났다. 그러면서 선진 자본주의 사회의 기대수명도 양극화를 맞았다. 런던, 시카고, 뉴욕에 사는 부자의 기대수명은 가난한 이들과 20년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부자가 더 좋은 의료 시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인구당 의사 수나 병원 수용가능률, 개인의 의료비 지출 여부가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답은 불평등이다. 평등한 지역의 기대수명은 차이가 적고, 불평등한 지역은 평균이 낮은 데다 기대수명의 차이 또한 심각했다. 내려올수록 더해지는 스트레스의 무게가 하층 사람들의 정신력을 갉아먹고 육체의 면역체계인 저항력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20세기 말부터 역학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은 가난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점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왜 더 많은 질병에 더 자주 걸리는가에 있다’고 시각을 바꿨다. 그러면서 그들은 물었다. ‘만약에 부자와 지위가 높은 CEO일수록 더 질병에 노출된다면 사회가 이렇게 조용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차갑게 접근하더라도, 다수 근로 인구가 불평등 때문에 쇠약해진다는 것은 생산비용을 높여 산업을 약화시키는 요인일 것이다. 하물며 우리는 서로 관계를 맺으며 영향을 주고받는 존엄한 인간이다. 납세자이자 소비자로 국가 운영의 중심이기도 하다. 당장의 불평등에 집중하지 못하면 국가는 현재보다 더 큰 사회 비용을 물어야 하고 집단적 우울에 빠질 수 있다.
대한민국 자살자 가운데 20%는 생활고 때문에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이제는 성장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 안전을 점검할 때이다. 소득과 분배의 구조를 바꾸고 재정 지출로 공공망을 확충한다면, 급격한 호전을 볼 수 있다는 해답이 있다. 불평등을 줄여 건강과 사회 안전도를 높인 몇몇 국가들이 증거로 존재한다. 희망은 선택에 달려 있다.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30년 넘게 사회구조와 공공의 건강이 갖는 관계를 추적하면서 “평등해야 건강하다”는 해법을 제시해 왔다. 그와의 대담은 지난달 11일 영국 요크의 자택에서 2시간30분가량 이어졌다.
▲ 런던, 빈부 따라 수명 20년 차… 양극화·불평등 고통 받는 약자 경제 성장이 건강 보장 못해
▲ ‘건강 불평등’ 해결 방법은 ‘소득 격차’ 줄이는 것 단순 세금이나 혜택이 아닌 기업들, 노동자 요구 들어야
안희경 = 현대인의 건강, 안전한가요?
윌킨슨 = 19세기 사람들이 우리를 보면 중앙난방에다 온갖 전자기기, 자동차에 식기세척기까지 갖췄으니 일종의 유토피아 같은 데서 사는구나 싶을 겁니다. 그 어떤 시대보다 오래 살 거라는 기대도 높고요. 하지만 이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해당되지는 않아요. 같은 나라 안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수명이 다르니까요. 적게는 5년 많게는 20년 차이가 납니다. 미국의 경우 부자 동네 백인 남성은 75살까지 살 가능성이 있지만 가난한 동네 흑인 남성은 59살에 세상을 뜰 확률이 높습니다. 몇 주 전 보고서에도 썼는데 런던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기대수명이 20년이나 차이 나요. 뉴욕이나 런던의 가난한 이들보다 방글라데시에 사는 이가 더 오래 사는 거죠. 이렇게 같은 도시에서 수명이 차이 나는 이유는 사회적 위치가 낮을수록 근심이 많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적고 위축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체계가 망가지면서 심장·혈관계도 약해지게 되는 거죠. 이런 현상은 사회 전반에 걸쳐 있어요. 가장 부자들의 바로 아래 있는 사람조차도 건강상태가 덜 좋게 됩니다. 대학을 나왔고 직업을 가졌다 해도 당신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 있는 사람과 당신의 건강상태는 같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같은 건강 불평등의 틀 속에 있어요.
안 = 사회적 서열이 높고 자신의 책임 아래 놓인 인원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가중될 것이라는 통념이 있습니다. 그런 부담을 딛고 남보다 많은 일을 했기에 성공했을 거라는 인정도 받고요. 그래서 건강을 해칠 위험도 그들이 더 높을 것 같은데요.
윌킨슨 = 매우 유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런던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1967년부터 10년 동안 1만7000명을 조사했습니다. 공무원들의 생활과 사망률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밝혔고, 회사 내 서열에 따라 사람들의 건강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나이, 흡연 여부, 식습관, 운동 등의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사망률을 좌우하는 뚜렷한 차이점이 드러났는데요. 바로 중간층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고위층 공무원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비율이 4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이 연구는 1980년대 말에 다시 시작됐는데 같은 현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이가 같을 경우 지위가 높은 사람이 건강했어요. 가장 강력하게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은 권력이었습니다.
안 =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작년에 2만4000달러였습니다. 소득 격차가 있고 생활의 질이 다르다고 해도 절대적인 건강은 경제 성장과 함께 향상된 게 아닐까요? 문맹률이나 영아사망률, 수명 등의 수치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윌킨슨 = 깨끗한 식수나 다양한 영양소를 공급받기 어려운 상태에서는 생활 수준이 높아진 만큼 건강 수준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경제 성장이 국민 건강을 보장해주지 못합니다. 국민총생산(GDP)이 미국의 절반인 그리스 사람들이 미국인들보다 평균 기대수명이 높아요. 실상을 알려면 개별 국가의 사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뚜렷한 변화가 생겼어요. 영국이나 미국은 국민들의 소득 차이가 엄청나게 컸다가 1930년대부터 좁아졌고 한동안 평평하게 유지됐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에 와서 다시 벌어졌는데요. 그때부터 우울증약 판매가 증가하고 범죄가 늘고 10대 출산율, 비만, 약물남용까지 더해서 사회적 사다리에서 하층의 건강이 나빠지고 말았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소득 차이가 커질수록 이런 문제가 사회 전체로 퍼진다는 거죠. 잘 사는 축에 든다 해도 불평등한 사회 속에 있기 때문에 정신적 건강은 더 나빠집니다. 더 쉽게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꿈에서 멀어지죠.
안 =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사회현상을 살펴 보고자 합니다. 한국의 경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고 청소년 자살률도 심각합니다. 학교 폭력, 왕따 같은 갈등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요.
윌킨슨 = 자살은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보편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는 문화적인 요소가 고려돼야 해요. 다만 왕따는 불평등과 매우 강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국제적인 데이터가 많아 여러 문화에서 보여지는 왕따를 비교할 수 있는데요. 결론은 소득 차이가 클수록 더 많은 왕따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원숭이들이 서열을 만들어서 먹잇감도 차지하고 짝짓기도 하는데, 그 서열 싸움에서 진 원숭이들은 어김없이 그 다음 서열한테 화풀이를 해요. 그럼 또 그 다음 서열이 공격당하구요. 이런 현상을 ‘자전거 타기 반응’이라고 부릅니다. 인간 사회도 보면, 높은 서열에게는 머리 숙이면서도 계속 아래 서열에게 앙갚음하고 발길질하죠. 왕따를 하는 아이가 다른 곳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억압을 당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업률이 높아지거나 불경기가 되면 사람들이 불안해지고 위축되면서 인종주의적인 공격도 강해진다는 조사가 나와 있습니다. 또 빈부 차이가 심한 사회에서는 정치 참여, 여성의 지위가 낮다는 연구도 있고요.
안 = 가장이 화가 나면 애꿎은 바둑이까지 골병든다는 어르신들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결국 불안으로 인한 고통은 약자가 가장 많이 흡수하게 되는데요. 경제적 사다리에서 소득이 끊기거나 건강을 잃을 경우, 아래로 갈수록 생활 기반 전체가 무너집니다. 한국에서는 자살자의 20%가 경제적 이유로 목숨을 끊는다고 합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처럼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이어지는 자살과 가족해체에 사회안전망이 작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윌킨슨 = 영국에서도 벌어졌던 일입니다. 해고 광부들 가운데 많은 이가 목숨을 끊었지요. 나이든 사람들이 더 자살을 많이 했어요. 1980년대 실직률이 높을 때였습니다. 아노미적 자살현상이 불거진 거죠. 사회가 급속도로 변하면서 안정적인 사회 규제가 부족할 때 일어납니다. 숙명론적 자살의 경우는 사회에 대해 무력감을 느낄 때 나오는데 학생들의 자살이 여기에 속할 수 있겠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레이건과 대처가 밀어붙였어요. 대처는 아동 빈곤을 엄청나게 증가시켰습니다. 소득 불평등이 증가되는 시기에 성장한 아이들이 더욱 폭력적이고, 더 많은 폭력 집단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사회 통합이 약해지는 거죠. 평등과 건강, 사회의 결속은 함께 갑니다. 살인율과 자살률이 높아지면 거기에는 실업이 늘었다거나 하는 사회적 원인들이 꼭 있습니다.
특히 한부모 가정 연구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요. 보통 한부모 가정에서 아이들의 발달에 덜 좋은 현상이 보여질 때가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원인은 경제적인 데서 옵니다. 한부모가 더 가난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한부모의 아이들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의 생활을 누립니다. 그들이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가 돕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봐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한 사회의 건강지수를 높이는 일, 기대수명을 높이는 일에서 평등과 함께 두 번째로 중요한 것도 어린 시절이에요. 어렸을 때 안전하지 못하다는 불안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평생에 걸쳐 스트레스를 다루는 조절능력이 달라집니다. 부모들이 일하고 늦은 밤에 오고 피곤에 지쳐 응대해 주지 못하는 처지라면 그 아이의 조건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달라지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어휘가 훨씬 다양한 것은 인지발달에 미치는 사회경제적인 조건의 차이 때문입니다. 임신기간에 스트레스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태반막을 지나 아기한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 엄마의 아기는 스트레스 단계가 다르게 프로그래밍되는 거예요.
윌킨슨 교수는 경제적 사다리 구조 속에서 어느 곳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기대수명을 비롯한 건강의 질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통계로 증명했다. 사진은 2008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평등해야 건강하다>의 표지 이미지. | 후마니타스 제공 ▲ 미국 초기 이탈리아 이민자들 유독 건강했던 이유는 ‘평등’ 모든 사회는 문제들이 있지만‘평등’은 그 문제들을 해결 소비주의는 사회의 위험요소… 물질의 비루한 경쟁 끊어야
안 = 국가의 임무는 당장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과 더불어 가까운 미래에 들어갈 사회비용을 줄이고 나아가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공적 기능을 지켜내는 국가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겠죠. 북유럽 국가들처럼요.
윌킨슨 = 핀란드나 노르웨이 역시 모두 계급적인 사회입니다만, 어떤 나라들은 그 차이가 적고 어떤 나라들은 더 벌어지는 거죠.
안 = 그 평등의 기울기, 경사의 차이인데요. 기울기를 줄이는 열쇠는 소득입니까? 분배입니까?
윌킨슨 =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 차이를 줄이도록 바꾸는 겁니다. 단순하게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세금 이전에 조치해야 해요. 최근 들어 대부분 나라에서는 세금 부과 이전의 소득에서 큰 격차가 있습니다. 소수의 소득이 엄청나게 증가했죠. 이제 법으로 회사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참가하도록 규제해야 합니다. 영국은 아직 쫓아가지 못하지만, 유럽의 많은 회사들이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에 참여시킵니다. 독일의 경우 회사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면서 직원이 2000명이면 그 이사회의 반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보장하고 있어요. 민주적인 절차를 보장하는 회사에는 세금 혜택을 줘서 불평등을 줄여가야 합니다. 더 나아가 외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형식이 아니라 사원이 주주가 되어 이윤을 나누고 그 덕에 소비가 일어나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상호친화적인 사회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공동체가 함께 변화하도록 협력을 중심에 두는 건데요. 우리 인간은 사회적 관계에서 평등에 대한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의 언어를 예로 들면 ‘Companion’(친구)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풀어보면 ‘빵을 함께한다’는 뜻의 조합입니다. 당신의 동반자는 그러니까 기본적인 요구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인 거죠. 나눔의 욕구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요.
안 = 진화적 관점으로 살펴봐도, 인간이 호랑이보다 힘 없고 치타보다 빨리 달리지 못하고 살쾡이보다도 이빨이 약해도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공감하고 관계 맺는 본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들이 품앗이와 상조를 강조한 것도 함께 살 수 있는 형식을 발달시켜온 건데요. 미국은 빈민지역인데도 흑인 지역과 달리 히스패닉 지역은 외지인들이 밤에 상점을 가도 될 만큼 덜 위협적입니다. 대가족 전통이 확대된 형태의 공동체가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역 공동체의 유대 역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해체된 안전망으로 다시 복원해야할 시민활동의 대상이라고 봅니다.
윌킨슨 = 미국에서 초기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살던 지역에 대한 연구가 있었어요. 유독 그 마을만 건강 수준이 주변보다 월등히 높았죠. 동네 사람들을 겉으로 봐서는 부자인지 가난한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해요. 굳이 자신을 과시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권력 불평등이 생기지 않았던 겁니다. 관계의 질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면역체계를 약화시키는 만성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치는 중요 요소라고 봅니다. 사회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이죠.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고 평가할까, 내가 못났다고 여길 텐데 하는 위축감과 근심들. 이런 부분에서 우리 각자를 지켜주는 힘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심리학자 셸던 코헨이 했던 실험이 있습니다. 행복을 가늠하는 좋은 잣대는 바로 건강상태라는 게 결론인데 행복하냐고 묻는 것보다 건강한지 살피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메시지죠. 그의 실험을 보면, 손에 상처가 났을 때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파트너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더 빠르다는 겁니다. 친구가 적으면 감기에 더 쉽게 걸려요. 같은 전염성에 노출되더라도 외로운 사람은 4배 더 쉽게 걸립니다. 사회적인 관계는 건강과 행복에 매우 중요하죠. 그리고 이 사회적 관계는 불평등에 의해 금방 끊어질 수 있습니다.
안 = 한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성장’, ‘발전’이라는 신기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불평등 구조를 조금이라도 바꿔 나가는데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윌킨슨 = 모든 사회는 문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보다 평등한 사회가 그 문제를 줄여갈 수 있다고 믿어요. 이는 문명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됩니다. 소비주의와 연결된 가장 핵심이 소비자의 지위경쟁인데요. 사람들은 성공을 쫓기보다는 남보다 성공하는 것을 쫓고 있어요. 그래서 그걸 남한테 보여주고 싶어 과잉 소비를 합니다. 실직 상태인 젊은 청년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최신형 전화기를 사는데 돈을 엄청나게 썼더군요. 그 친구 하는 말이 최신형을 갖지 않으면 여자들이 말도 안걸 거라는 겁니다. 소비주의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위협입니다. 소비주의 구조를 깨면 탄소 배출량도 줄어듭니다. 이 소비주의 구조 속에 똬리 틀고 있는 것이 불평등입니다. 위축감을 덜어내고 싶고 불안감을 감추고 싶은 거죠.
안 = 사회구조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작도 개인의 선택에서 출발하고, 그 변화를 지속가능하게 완성하는 것 역시 사회와 함께 변화하는 개인의 태도일 겁니다.
윌킨슨 = 평등하게, 서로 엇비슷하게 살아가려는 삶 속에는 우리가 뭐든지 좀 적게 갖도록 줄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모두 함께 견뎌야 하는 불편한 진행이죠. 그래도 우리는 반드시 보다 나은 삶의 질로 가는 길에 나서야 합니다. 더 친화력 있게 어울리고 가족과의 유대감을 늘리는 일에도 마음을 써야 하고요. 민주적인 경영을 위해 노력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을 늘리고 보다 평등하면서 결속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물질적 표준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그 속에 사는 이들의 웰빙을 가늠하는 방식으로 운행해야 해요. 행복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의 행복을 막는 장애를 본다면, 건강을 제한하는 사회적 관계를 본다면, 지금 당장 그와 맞서야 합니다. 우리의 눈을 물질적인 수준을 올리는 비루한 경쟁에서 모두 함께 관계 맺는 사회의 질을 개선하는 혁신으로 반드시 돌려내야 합니다.
■ 리처드 윌킨슨 소득 불평등의 사회적 영향 연구, 사회역학 분야 선구자
리처드 윌킨슨 교수(오른쪽)가 요크의 자택에서 안희경씨와 인터뷰하고 있다. 리처드 윌킨슨(71)은 영국 노팅엄의과대학 사회역학 명예교수이자 런던대학(UCL) 공공건강과 역학(疫學) 명예교수이다. 수십년에 걸쳐 소득 불평등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온 그는 건강 상태에 영향을 주는 사회심리적 요인을 연구하는 사회역학 분야의 선구자다. 윌킨슨은 특히 ‘왜 어떤 사회는 건강한데 다른 사회는 그렇지 못한가’라는 의문에 대해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 소득과 사회적 격차가 주요 요인이라는 입장을 증명했다. 그의 의견은 학계뿐 아니라 정치적 좌우 입장을 넘어서 리더들의 존중을 받는다. 윌킨슨은 <가난과 진보>(1973),<건강 불평등, 사회는 어떻게 죽이는가?>(1996), <건강 불평등: 무엇이 인간을 병들게 하는가>(2000), <평등해야 건강하다>(2005), 그리고 학문과 삶의 동반자인 아내 케이트 피켓과의 공저 <평등이 답이다>(2009) 등의 저서를 발표했다. 특히 <평등이 답이다>는 2011년 세계정치학회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케이트 피켓과 함께 ‘평등 트러스트’를 만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는 활동을 한다. 요크에 사는 이들 부부는 인터뷰가 있던 날도 영국 공공보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새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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