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주의가 산만한데 병이 아닐까.’ 아이들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이의 산만함이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질환일 수 있다는 의식이 일반인에게까지 확산된 결과다. 학령기 아동의 3∼15%가 ADHD를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와 마음누리신경정신과 정찬호 이원익 최혜원 원장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15%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2005년 10∼11월 서울지역 초등학생(441명) 중학생(597명) 고등학생(145명) 등 모두 118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방치 땐 우울증 등 다른 질환 불러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ADHD 아이들은 부모 교사 심지어는 친구들에게까지 많은 어려움을 준다”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다른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해 조기진단 및 치료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ADHD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은 3가지. 먼저 가만히 자리에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안절부절못하고 말을 많이 한다.
또 활동을 끝까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공부나 과제처럼 지루해질 수 있는 활동에 더 집중을 못한다.
공부 시간에 멍하니 딴생각을 하고 물건들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또 차례를 지키기 힘들어하고 남의 이야기나 놀이에 불쑥 끼어들어 분위기를 망치기 쉽다.
이들은 대부분 청각 집중력과 시각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 청각 집중력이 떨어지면 옆에서 이야기해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게 된다. 또 시각 집중력이 떨어지면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돼 이해를 못하게 된다.
이들의 뇌를 조사해 보면 뇌의 제일 앞부분에 해당하는 전전두엽 부위 기능이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전두엽은 뇌에서 계획을 세우고 상황에 적합하게 실천할 수 있게 하며 학습이나 전략 수립 등 고차원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게임-채팅-식사 동시에 하면 악영향최근 ADHD 환자와 칼슘과의 관계를 지적한 외국 논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칼슘이 부족하면 뇌의 안전성을 깨뜨려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정찬호 원장은 “칼슘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강화시켜주고 뇌세포의 흥분을 가라앉게 한다”며 “칼슘이 부족하면 짜증이 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졸음이 쏟아져 공부에 지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특히 인스턴트 음식 중 탄산음료 섭취는 칼슘을 빠져나가게 한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출신의 정신과의사 에드워드 핼러웰 박사는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멀티태스킹이 ADHD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멀티태스킹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햄버거 먹기나 게임하기, MP3 음악을 들으면서 채팅하기 등이 포함되는데 이러한 작업을 하게 되면 뇌의 안정성이 깨져 ADHD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ADHD와 멀티태스킹과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밝힌 논문은 나와 있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성도 교수는 “이 질환이 증가한 것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많이 발견된 것이 원인”이라며 “진단기준과 대상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발병률은 4%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치료효과 좋은 약물 많아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은 아침에 한 번만 먹는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와 있고 치료효과도 좋은 편이다. 따라서 아이가 ADHD와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면 7세 이전에 신경정신과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정 원장은 “미국 호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7세 때쯤 상담을 통해 ADHD 선별검사를 많이 받는다”며 “국내에서는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기 때문에 검사비용만 11만 원 이상 든다”고 지적했다.
만약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나이를 먹어도 집중력은 계속 떨어져 학업성적이 좋지 않게 된다. 또 반사회적인 성격장애로 발전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