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의 극치를 보여준 MBC <채식의 함정>
지난 11월 9일 MBC에서 <채식의 함정>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됐다. 제목부터 이미 제작의도를 내비친 이 프로그램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채식의 흠집을 내기 위한 요소들만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균형 및 공신력 있는 정보전달 태도는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이 프로그램에선 다양한 유형의 채식을 하고 있는 7명의 성인과 2명의 어린이들의 혈액 및 모발검사 결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한국인의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심혈관질환 및 당뇨병에 대한 기본적인 검사는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그나마 시행한 검사 결과도 제대로 제시돼지 않았다. 프로그램에선 분명히 콜레스테롤 검사를 진행했다고 했으나, 그 결과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렇게 결과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전 출연진의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검사 결과가 매우 양호했기 때문이다. 일부 출연자의 혈중 지질 검사를 확인한 결과는 이렇다. 50세 남성의 혈중 콜레스테롤은 153㎎/㎗이었고, 중성지방은 79㎎/㎗이었으며, 47세 여성의 결과는 혈중 콜레스테롤은 128㎎/㎗이었고, 중성지방은 94㎎/㎗이었다. 흠잡을 데 없는 좋은 검사 결과다.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다른 참가자들의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프로그램에서 임상검사에 대해 자문을 한 전문가는 ‘대체로 좋은데’, ‘다른 건 다 좋은데’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좋은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주의해야할 사항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이것이 실제 진료실에서 오고간 대화인지 제작진의 편집에 의한 결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 진료실에서는 이런 식으로 상담이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애초에 채식인의 건강상태를 시청자들에게 공정하게 보여줄 의도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면, 채식인의 혈중 콜레스테롤 검사 결과도 당연히 제시됐어야 했다.
한편 프로그램에서는 채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근육량이 부족한 것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다. 근육이 부족하면 당대사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이 잘 올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작 채식 보디빌더의 근육량이 놀라울 정도로 높은 것에 대해서는 ‘단백질 파우더’때문이라며 폄하한다. 하지만 국내외에 식물성식품만으로 보디빌딩 대회에서 수상한 보디빌더들이 다수 있다. 근육량 및 근력은 일차적으로 운동량에 비례하고 먹는 음식의 영향은 부차적이다. 프로그램에선 케냐 어린이들이 식용유 및 우유,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면서 근육량이 증가했다며 이들 식품이 식물성 식품만 섭취하는 케냐의 전통 식단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특별히 운동량이 늘지도 않았는데, 근육량이 느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사실 단백질 파우더도 똑같이 근육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단백질 파우더는 신장과 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이를 권장하는 의학 전문가는 없다. 마찬가지로 식용유와 우유, 동물성 식품 섭취도 근육량은 늘리지만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준다. 실제로 동물성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며 근육량을 늘리는 보디빌더들은 신장질환, 당뇨병, 심장질환 등의 이유로 선수생활을 조기에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채식 보디빌더들은 이런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선수생활을 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감안했을 때, 의료 전문가라면 단백질 파우더와 마찬가지로 식용유와 동물성 식품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주의를 줘야 한다.
또한, 근육량 자체가 건강의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 없는 사실은 우리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단이 유지됐을 때 한국인들의 체형은 지금보다 왜소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 동물성식품과 식용유 섭취량이 늘면서 케냐의 어린이들처럼 한국인의 체격도 커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당뇨병과 심혈관질환도 증가했다. 적당한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운동이 아닌 과도한 단백질과 지방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는 것은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일 뿐이다.
물론 채식을 하면서도 주의할 사항들은 있다. 동물성식품이 아니더라도 식용유로 튀기거나 볶아먹고, 설탕, 콩고기 및 견과류를 많이 섭취하면 비만, 당뇨병을 비롯한 다양한 건강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면서 채식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품 섭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지방을 줄인 자연 상태의 식물성식품으로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자연 상태 식물성 식품으로 식단을 구성하더라도 일부에서는 비타민B12와 같은 일부 비타민 섭취가 부족해 호모시스테인이 상승하고, 신경계 및 심혈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비타민 B12를 섭취하기 위해 동물성식품을 섭취할 필요는 없다. 비타민 B12를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 동물성식품을 섭취하게 될 경우 오히려 콜레스테롤이 상승하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비타민B12는 식물과 동물 모두 스스로 생산할 수 없고, 토양 및 동물의 대장에 서식하는 세균에 의해 생산된다. 동물성 식품에 비타민B12가 많다는 것은 이런 세균들에 그만큼 더 오염이 되어있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현대의 위생관념이 정착하기 전, 사람들은 동물과 사람의 분변에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작물들을 먹고, 더불어 세균이 있는 흙도 동시에 섭취하고, 그런 토양을 흐르면서 비타민B12를 흡수한 물을 마셨기 때문에 비타민B12가 부족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런 생활로부터 멀어졌고, 그에 따라 비타민B12 섭취도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타민B12를 가장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보충제다. 철저한 비건 채식을 하는 경우 정기적으로 비타민B12 검사를 해서 수치가 낮을 경우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축산물 바로 알리기 연구회’ 회장인 서울대 최윤재 교수는 이 프로그램이 “저희 연구회가 많은 역할과 도움을 주어 제작한 다큐스페셜이오니, 꼭 시청하여 주시고 주위분들에게도 홍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돌렸다. 이번 프로그램이 어떤 배경과 의도로 제작됐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편향된 프로그램의 주장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육류와 가공육류가 암을 비롯해 심혈관질환, 당뇨병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세계보건기구가 육류와 가공육류를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은 이런 연구결과의 반영일 뿐이다. 건강유지를 위해 동물성식품을 섭취할 필요는 전혀 없으며, 식용유, 설탕, 콩고기와 같은 가공식품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연 상태의 식물성 식품들로 식단을 구성하면 ‘전문가적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최상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아울러 프로그램에 참가한 모든 채식인의 검사결과를 확보해 <채식의 함정>에서 제시하지 않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지금이라도 의도적으로 숨긴 내용들에 대해 정정보도를 하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채식의 함정>다시보기 서비스를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
2015년 11월 14일
베지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