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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8-15 13:38
도시에 사는 내가 '자연'과 '채식'을 이야기하다
 글쓴이 : 설경도
작성일 : 14-08-15 13:38 조회 : 1,114  
   http://blog.naver.com/smsy88/220085382795 [437]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고, 서울 땅을 딛고 사는 20대 여성인 내가 '자연'을 이야기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논하는 것이 어찌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자연'스러운 삶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은 우리 인간 또한 자연으로부터 태어난 생명들이고 대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 속에서, 자연을 벗삼고, 자연을 느끼는 것은 우리들의 본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가 사는 집은 서울 어느 한 동네의 오래 된 작은 빌라이다.
2살 때 이사 온 이 작은 빌라에, 나는 지금까지 이사 한 번 가지않고 20년이 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이 작은 빌라 옥상 위에서 엄마와 함께 작은 텃밭을 만들어 가꾸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상추, 깻잎, 신선초, 샐러리, 고추 등을 심고 기르며
끼니마다 한 소쿠리씩 잔뜩 뜯어와 신선한 채소를 가족 식탁 위에 올린다.
 
잔뜩 뜯어온 것 같은데도 다시 올라가보면 무럭무럭 자라있는 녀석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기르기가 쉬운 푸른 잎 채소 뿐만 아니라 예쁘게 열매를 맺는 토마토나 옥수수, 가지와 고추, 감자나 고구마, 호박 등을 심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옥상 텃밭에 우연히 뱉은 수박씨가 싹이 나고 꽃이 피더니
급기야 열매를 맺고 이제는 줄무늬까지 선명해서 제법 수박 모습을 갖췄다.
더불어 앙증맞은 토마토는 주렁주렁 열매를 맺고, 태양 빛에 빨갛게 익어간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 집에 살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그 분들의 삶을 듣고, 배우며 자랐다. 게다가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신 엄마 덕분에
서울에 살면서도 자연과 어울리는 삶을 비교적 친근하게 느끼며 자란 것 같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할머니와 엄마 손을 잡고 함께 옥상에 올라가 어린 손으로 고추를 따고 상추와 호박잎을 뜯어 오고는 했다.
그렇게 갓 따온 고추는 송송 썰어 보글보글 얼큰한 된장찌게를 끓여내고,
넓은 호박잎은 맛있게 쪄내어, 집에서 만든 양념간장을 얹어 밥을 싸먹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그 메뉴는 어린 내 입에도 가장 맛있는 밥상이었다.
대단한 것은 없지만 그렇게 나는 우리 조상들의 밥상을 직접 체험으로 배운 것 같다.
 
친구들과 놀고 들어와 간식이 생각 날 때에는 마트에서 사온 과자가 아니라,
할머니께서 옥상에서 바로 따온 옥수수나 감자, 고구마를 쪄 먹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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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집밥을 먹을 기회는 점점 더 사라졌고,
우유를 먹어야만 한다는 학교와 선생님의 반강제(?)적 지침에 따라 나는 수년간 우유급식을 먹어야 했다.
학교에서 먹는 점심 급식에는 도통 내 입맛에 맞지 않는 소세지 반찬이나 가공식품이 '특식' 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나왔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런 가공 식품들이 꽤 인기 메뉴였기에 친구들은 '이 달의 급식표' 가 나오면 고기반찬과 가공식품 메뉴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별표까지 치고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러한 고기 반찬이나 가공식품을 먹기만 하면 내 몸 여기저기 가려움이나 여드름이 생기는 경험을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내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음식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해 사춘기를 지나면서 나는 심각한 여드름과 피부 트러블에 괴로워 해야겠다. 한창 외모에 민감해지는 시기, 사춘기 여학생의 얼굴에 울긋불긋 솟아나는 여드름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는 경험한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그때부터 시작된 극심한 피부트러블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나를 괴롭혔는데
심할 때에는 밖에 고개를 들고 다니기 힘들정도였다.
 
사춘기 여학생 얼굴에 나타나는 피부트러블과 흉터들은 어린 소녀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결여시키고 자기애까지 타격을 줄만큼 심각한 것이었다.
공부를 잘해서 1등을 하든, 큰 상을 타고 칭찬을 들어도 얼굴 곳곳에 난 여드름 흉터들은 절대로 치유되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그깟 여드름 몇개가 뭐 그리 대수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몇년 전, 여드름 흉터에 스트레스를 받은 고등학교 남학생의 자살과 아토피 피부로 괴로워하다 자살을 선택한 이들의 잇달은 뉴스를 보며 나는 그들이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을지, 마음에 얼마나 상처를 받아왔을지를 생각하니 그 고통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다.
 
 
그들이 조금만 더 빨리 치유의 방법을 깨달았다면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말이다.
 
 
10년 동안 나를 괴롭혔던 여드름과 피부질환으로부터의 해방.
그 치유의 답은 멀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0년이 넘게 나를 괴롭힌 심한 피부 질환은 '식단'을 바꾸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피부과를 찾아서 값비싼 여드름 관리를 받기도 하였고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을 수소문해서 발라보기도 했다. 피부과 관리는 그때 뿐이었으며, 값비싼 화장품들도 그 가격에 비해 효과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도중 스무살 무렵, 나는 유제품과 여드름의 관계를 연구한 대한 논문을 접하게 되었고 먹거리와 피부, 나아가서 우리 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때 접했던 것이 '존 맥두걸'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의 저자) 박사의 동영상이었다.
유제품과 여드름에 대한 이야기, 바른 채식에 대한 그의 강연을 보며 나는 먹거리와 우리 몸에 대해 점점 더 공부하기 시작했다.
 
마침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며 물리, 화학, 생물을 공부하였고, 식품영양학을 부전공한 것이 큰 도움이 되어 나는 배운 지식들을 바탕으로, 그리고 내 몸을 상대로 이런 저런 실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유를 끊고 나아가서 고기를 끊고, 물론 정크 푸드와 수입 밀가루로 만든 가공 식품도 모두 끊었다. 놀랍게도 나의 피부 트러블은 조금씩 그 흔적을 감추기 시작했다. 단지 나의 식단에서 가공식품과 육식을 금했을 뿐인데 말이다.
 
정말 식단의 변화 때문인지가 의심스러워 다시 우유를 마시면 (저지방이든 무지방 우유라 할지라도) 어김없이 하루나 이틀 후에 올라오는 피부 트러블을 보며 (일종의 염증 반응으로 고름이 맺히는형태였다.)
나는 'You are what you eat.'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말을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하였다.
 
내 몸은 우유를 쉽게 소화시킬 수 없는 몸이었고, 고기를 몇 점 더 먹은 날이면 어김없이 응답해주었다. 고기의 단백질을 분해하느라, 그리고 내 몸의 면역기관들이 열렬히 싸우느라 '난 네가 먹은 고기 때문에 힘들었어.' 라며 내 얼굴 곳곳에 그들의 전쟁 결과를 '피부 염증' 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가까이 내가 배워온 것들, 세뇌당해온 지식들에 의하면
'우리는 꼭 고기를 먹어야하고, 단백질 섭취는 중요하다.' 라는 것이었다.
초, 중,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그리고 식품영양학 수업시간에 나의 교수님들은
"한국인의 칼슘 섭취는 심각하게 결핍되어 있으니 우유를 마셔야만 한다." 고 말씀하셨다. 특히나 여성이라면 더더욱 우유를 먹고 단백질 섭취에 신경을 쓰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이 결코 진실이 아님을, 이미 수 많은 연구의 결과를 통해 밝혀지고 있음에도 아직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은 우리 몸에는 꼭 육류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심지어 권위있는 전문가 집단들 조차도 대중매체를 통해 건강하기 위해서 꼭 육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으니 일반적인 대중들은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공부했기에 더욱, 나 역시도 진리라고 믿어왔던 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인정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우유와 육식이 보여주는 내 몸의 반응들을 보면서도 나는 단백질을 섭취한다는 의무감에 닭가슴살을 먹기도 하였고, 근력 운동 후에는 계란 흰자를 먹기도 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지난 1년, 나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사 등으로 몸과 마음에 병이나 회사를 쉬게 된 것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내 한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누워서 눈물만 흘린 날도 있었고
피골이 상접하여 해골 같아진 내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날들이었다.
 
매일 새벽 4시반이면 일어나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출근을 하고 언제나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던 내가 몸과 마음에 병이나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일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위한 치유의 여정을 시작하였고 나는 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왜 아픈 것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을 수 있는지, 인간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에 대해 고민하였다.
 
국, 내외 건강서적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인터넷에 떠도는 수 많은 자료를 스크랩 했다. 서양의학, 한의학, 자연의학.... 건강서적이 방안 한 켠에 수북히 쌓였고, 건강 서적과 자료들이 캐리어 가득 2~3개를 채웠다.
 
 
좋은 약을 찾고, 값비싼 먹거리를 찾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럽지만 그 시간을 통해 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치유의 원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 덕분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통해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올바른 진실을 알리고 싶어졌고, 아픈 이들이 없기를 바라게 되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20대 젊은 아가씨인 내가
'자연'과 '채식'을 이야기 하게 된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값 비싸고 대단한 먹거리를 사 먹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가장 자연스러운 음식들을 먹는 것,
자연이 준 먹거리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먹는 것,
기본적인 식단 자체가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리 값비싸고 좋은 약을 먹은들 아무 소용이 없음을, 대단하지 않아 보여도 소박한 채식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 몸을 위한 가장 쉽고 바른 정도임을 나는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채식'은 나와 내 가족, 나아가 나의 이웃들과 모든 생명들을 위하는 작지만 위대한 실천임을 말이다.
 
 
우리는 올바른 진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나 건강해지기를 원한다면 더욱 바른 지식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히 질병이 없는 이상 당장 내가 먹는 먹거리에 대해 예민하게 굴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데에 있어 음식을 '가려 먹는다'는 것은 무척 깐깐하고 별난 사람으로 취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쌓여 어느 순간 '아차' 하는 날이 왔을때,
우리는 그제서야 지난 날을 후회하고 반성하게 된다.
과거를 돌이켜보겠다고 더 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돈과 명예를 다 가져도 건강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더구나 한 사람의 질병은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가족, 그가 속한 집단에도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바른 먹거리에 대한 공부와 실천이 필요하다. 더구나 자연이 준 소중한 먹거리를 전혀 접하지 못하고 자라는 오늘 날의 아이들에게는 더욱 절실하다.
 
 
무엇이든 '빠르게, 빠르게'를 외치고 있는 오늘 날. 자연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내 손으로 길러낸 음식을 정성으로 씻고, 조리하는 것. 그리고 가족들과 다 같이 한 식탁에 모여앉아 정겹게 식사를 하는 것.
 
이제는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오늘 날 참 보기 드문 풍경이다. 아빠도, 엄마도, 아이들도 제각각 자기 삶이 바쁘다보니 얼굴보며 한 끼 식사 하기도 힘든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자연'을 논하고, '채식'을 이야기하게 된 것은
우리가 지금 깨닫고 돌이키지 않는다면 나를 비롯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특히 아무 죄없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앞서 어른들의 무지함이 빚어낸 어리석은 결과들 때문에 결코 건강하지 못한 삶으로 흘러갈 것임이 너무나 자명하다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이다.
 
 
나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물론 아이의 엄마도 아니다.
다만 대학 때 교육자가 되고자 준비하며 우리 나라의 교육과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더 많이 벌고, 더 잘살기 위한 '지식'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조금 덜 갖더라도 행복 할 수 있는 마음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 내 몸에 대한 이해, 내 몸의 에너지가 되는
'바른 먹기에 대한 공부' 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는 것은 곧 내 몸을 만들고 우리는 육체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살아가니까.
 
먹거리 교육, 밥상머리 교육은 내 몸에 대한 사랑, 그리고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 
나아가 타인에 대한 이해,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시작일 것이며 궁극적으로 나와 다른 생명들의 공존, 조화로운 삶을 배우는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깨닫고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오늘 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미래,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나부터, 그리고 작은 일 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한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저 멀리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듯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심은 분명 세상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바꾸는 움직임에 동요하고 공명할 것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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