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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별미, 묵·양갱·곤약
정성까지 생각한, 이 계절엔 이게 좋아요
이우정 한의사는 음식을 통해 영양소뿐 아니라 마음을 섭취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마음이 우리의 정신을 활성화하니 채식이 옳다는 게 또한 그의 생각입니다. 계절을 따지고 마음까지 생각한, 그의 추천과 처방입니다.
글 / 이우정(두이비안 한의원 원장), 사진 / 오정훈(GEO 스튜디오)
육체의 건강은 영양소로 유지가 되는 게 맞다. 하지만 아무리 음식을 잘 먹어도 그 사람의 정신까지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잘 먹어서 살은 포동포동, 뼈는 튼튼해지지만 사랑받지 못하면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단체로 먹는 밥은 많이 먹어도 배가 잘 부르지 않고, 허전한 듯 느껴지는 이유도 영양소 이외의 무엇이 인간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정성이 정신을 눈뜨게 한다
한방에서는 임신이 잘 안 되는 사람에게 약초 열매를 이용해 약을 짓는다. 임신이 안 되는 것은 열매가 맺히지 않는 것이기에 열매가 맺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매를 쓰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피부병에는 약초의 껍질을 쓴다. 약초의 영양소뿐 아니라 마음을 함께 먹이는 것이 바로 한약이기에.
인간의 DNA 중 10~30%는 육체를 구성하는 정보가 들어 있는 DNA다. 10~30%는 정신세계를 구성하는 DNA고, 50% 정도는 영(靈)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는 DNA라고 한다. 육체는 음식의 영양소로, 정신 영역의 DNA는 영양소가 아니라 정성으로 활성화되는데 이는 우리가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육식이 고단백·고영양식이라는 말은 맞다. 육식을 하면 그 순간 근육에 힘이 불끈 솟고, 건강해지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고기를 먹을 때 우리는 고기의 영양소만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의 마음도 함께 먹는다.
사람의 입맛에 맞춰 사육된 동물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살아 있음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함부로 다뤄지고, 자유 없이 갇혀 자란 원망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지는 않을까. 채식인들은 그러한 사육환경을 알기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먹지 않는다. 영양소는 육체로 가고, 그 영양소에 깃든 동물의 마음은 섭취한 사람 마음의 양분이 된다. 그렇기에 채식인은 땅과 하늘의 은혜를 먹고 자란 곡식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름철 건강 묵찌빠, 묵·곤약·양갱
많은 음식 중에도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여름철 식품이 있다. 무더위를 잊게 해주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충분히 볼 수 있는 묵, 곤약, 양갱 등이 그것이다. 또 이들을 제대로 만들려면 대단한 정성과 기술이 들어가니 마음의 양분을 듬뿍 섭취할 수 있는 음식들이다.
묵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김치 썰고 김을 넣어 버무리면 맛있는 도토리묵이 되고, 탕평채 재료인 녹두로 만든 청포묵, 변비 예방에 좋은 메밀묵, 술 깨는 데 으뜸인 올방개묵, 콩으로 만든 동부묵, 잡채에 넣는 건조묵 등 묵의 종류는 다양하다. 곤약은 해조류인 우뭇가사리의 한천 성분을 고아 만든 것이다. 우뭇가사리 줄기의 세포에는 10~20%의 한천질이 있는데 이것을 삶아 냉각하면 겔(Gel)로 되는 특성이 있다. 이것으로 한천을 만든다. 양갱은 팥으로 만든 단팥묵으로 팥앙금, 한천과 함께 설탕(엿)을 쑤어서 만든 별식으로 팥의 효능을 가진다.
효능을 보자.
도토리묵은 저칼로리 알칼리성 건강식품으로 도토리의 아콘산은 인체 내부의 중금속과 여러 유해물질을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피로 회복 및 숙취에도 효과가 있고 소화기능을 촉진하며 입맛도 돋운다. 또 장과 위를 강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는 강장효과도 있다.
청포묵은 민간에서 피부병 치료에 쓰는데 몸을 맑게 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한약을 먹을 때 약효를 중화시킨다고 하여 금기할 정도로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메밀묵은 혈압을 내리게 하는 루틴이라는 성분이 있어 고혈압 예방에 좋고 혈관벽을 튼튼하게 한다. 또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저칼로리 식품으로 변비·당뇨병·고지혈증·비만증 환자에게 좋다.
곤약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위장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 포만감을 주며, 과식을 방지해주기 때문에 최근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곤약에 함유되어 있는 글루코만난 성분은 소화 흡수가 전혀 되지 않아 장관을 통과하면서 장내 잡균을 중화시켜주고 장을 청소해준다. 또 장을 부드럽게 자극해 변비에도 도움을 준다. 다이어트를 할 때 최대의 적은 변비와 공복감 아니겠는가. 곤약은 이를 해결해주는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이다.
<동의보감>을 보면 팥은 성질이 평하여 차지 않고, 따뜻하지도 않으며, 맛이 달면서 시고, 독이 없는 작물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이뇨작용이 있고, 피로를 회복시키고, 혈액이 맑아지며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데, 이 또한 열량이 적고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를 치료하므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 수밖에.
이 담백한 먹을거리들은 조상의 지혜가 들어 있는 맛난 음식들이다. 무더위에 지친 이때, 이들 음식을 요리해보자. 대신 꼭 집에서 만들고, 여럿이 함께 나누어보자.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그 요리에는 정성이 담길 것이다. 그리하면 이들 음식은 저칼로리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맛있는 별미로, 정성이 그득 들어간 음식으로 일석 삼조의 효과를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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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정은 20년이 넘는 진료 경험을 가진 한방 이비인후과 명의다. 저서로는 <코골이 축농증 수술 절대로 하지마라>, 채식의사회 ‘베지닥터’ 회원들과 공저한 <채식이 답이다>가 있다. 생태공동체에 관심이 많아 최근에는 귀농해 시골에서 진료하며 농사와 자연을 배우고 품고 있다.
이우정 두이비안한의원 원장
전남 고흥군 포두면 상대리 85-3
061 - 832 - 6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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