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과 방사능 피해 예방은 현미채식으로부터
3월 11일은 전 세계를 경악시킨 일본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가 난 지 만 3년이 되는 날입니다. 2011년 사고 직후 무너지고 불타버린 일본의 모습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처참한 관경으로, 일본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공항은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사고 수습을 위해 발전소 안으로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방사능 누출은 매우 심했고 일본의 원전사고 인근지역에서 나는 호박, 채소, 동물들의 기형사진을 통해서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그 틈에 바다가 오염되기 전에 미리 싸놓으려는 사람들로 소금 값이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방사능 괴담도 덩달아 떠돌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경각심이 점점 약해지고 3년도 채 안 된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엔저 현상을 등에 업고 일본으로 쇼핑 여행하는 부유층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옵니다. 그렇다면 방사능 피해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지금도 사고 핵 연료봉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고 또 사고 당시 발표한 방사능 오염수 유출 방지대책은 2년 넘게 시행되지 않았다고 일본 정부는 이제야 인정했습니다. 다시 말해 핵 연료봉을 식힌 오염수는 그대로 해양으로 고스란히 흘러갔다는 뜻입니다. 작년 말 태평양 건너 미국 서부에서 생산된 피스타치오에서 세슘137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다시 3년 전처럼 극도의 공포감으로 요란을 떨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지나치게 방심하고 핵발전소에 대해 무감각해진다면, 일본의 경우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다음 핵발전 사고는 한국이나 프랑스에서 날 것이라는 경고가 있습니다. 핵발전소의 개수도 문제이지만, 정부의 방사능과 핵발전소에 대한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합니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일본을 본보기로 핵발전소를 축소 내지는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실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용감한(?) 발상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 역시 과거 일본 정부가 그랬듯이 사고 난 나라의 핵발전소 구조는 다르고 안전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경주 방폐장는 방사능이 샐 확률은 100%라고 정부도 인정하고 있지만 보수공사조차 불가능한 상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핵발전소 사고 중 숨기다가 들킨 사고만도 기형아가 출산된 198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653번 일어났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핵 사고가 나면 남한 전체가 고농도 위험지구로 1천 년간 지속된다고 합니다. 핵발전소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의 방사능 양의 천배나 되는 양입니다. 정부의 안일한 발상은 우리 국민의 밥상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세슘안전기준이 일본보다 3배나 높고 일본에서 들여오는 초콜릿, 과자 등 가공식품에 대한 방사능 측정 결과를 내놓지 않고 그냥 적합이란 말로 무마하려고만 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나몰라합니다. 흔히들 핵발전소가 비용 대비 저렴하다고 알려졌지만, 지금 일본과 체르노빌 사고에서 보듯이 후속 비용은 추산 불가라는 진실을 가린 엉터리 계산입니다.
그러나 당장 핵발전소를 멈추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전력대란이 일어나고 국민의 저항이 클 테니까요.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 요행을 기다려야 할까요? 반핵위원장인 김익중 미생물학 교수는 그 대안으로 전기료를 올려 전체 사용량의 약 24%인 난방용 전기 사용을 억제하자고 제안합니다. 화력으로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또다시 전기스토브를 통해 다시 열을 낼 때 에너지 소모가 매우 커 실제 열효율은 10%도 안된다고 합니다. 기름 난방 등 직접 화석연료로 열을 얻는다면 에너지 낭비를 많이 줄일 수 있으니 참 좋은 대안입니다. 우리나라 핵발전으로 생산된 양은 32%이니 난방용 전기 이외의 전기를 조금 더 절약하면 지금이라도 핵발전소를 중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OECD 평균의 67%밖에 안 되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개선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을 시행한다면 적어도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사용할 때까지는 더 이상 짖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안은 편리성에 길들여진 국민들이 받아들이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제 줄지 알 수 없는 세월동안 요행만 바라고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고 다방면에서 유용한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육식의 비율을 낮추고 채식을 권장하는 방향입니다. 2002~2011년 농림어업 분야 전력 사용량은 연평균 8.1% 빠르게 증가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축산업 규모화와 건조기 등의 보급 확대 때문입니다. 이중 축산업의 경우 농림어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50.4%를 소비할 정도로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업종입니다. 물론 국내 전체 소비전력 중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직접 비중이 매우 적습니다. 그러나 채식으로 전환은 에너지 전략의 연쇄 효과가 뒤따릅니다. 지구 온난화의 대표 물질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의 주요 유발 업종인 축산업이 축소되면 이상 기후로 인한 냉난방 사용 증가를 크게 줄여줍니다. 축산 사료 생산을 위한 토지를 얻기 위해 울창한 산림들이 크게 훼손되는데, 플라타너스 나무 1그루가 1시간 동안 흡수하는 열은 에어컨 6대가 1시간 동안 식히는 열기에 맞먹고, 선풍기 800대의 냉방효과에 해당하며, 나무 한 그루가 없애버리는 이산화탄소는 무려 수kg이나 됩니다. 또한 공장식 축산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발생도 줄고 이들 질병의 예방과 전염병 대책 과정 중에 발생되는 낭비요소와 토양오염을 줄입니다. 채식 비율이 늘어 농업 비중이 커지면 담수 효과도 커져 홍수 조절도 용이해지고 식량 안보도 획기적으로 구축됩니다. 이제는 누구나 인정하듯 축산 소비의 증가는 국민 건강과 환경의 악화와 밀접합니다. 따라서 육식 소비를 줄이는 국민운동은 전력 소모를 줄여 탈핵으로 나아가는 강력한 지원군이자 동시에 국민 건강 증진을 통한 국민건강보험료의 낭비와 환경 파괴를 크게 줄여주는 등 다양한 이점이 있습니다.
더구나 현미밥채식은 방사능에 의한 인체 피해를 크게 막아줍니다. 2차 대전 중 일본의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이 폭발한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의 많은 환자들이 방사선 피폭으로 죽어갔지만, 불과 1.8킬로미터의 거리에 있던 나가사키의 성 프란시스코 병원만은 의사 선생님 이하 직원, 환자 거의 모두가 방사선 피해로부터 살아남았습니다. 이 병원의 내과의사 다쓰이치로 아키즈키(秋月辰一郞)는 피폭자임에도 불구하고 89세까지 장수하였습니다. 그는 환자와 직원들에게 현미밥, 된장국, 미역 다시마 등의 해조류, 호박, 간장 그리고 천일염으로 현미채식을 강력히 추진했습니다. 훗날 이들 채식에는 방사능과 독소 배출을 빠르게 해준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어 체르노빌 원전 사고 시 된장 등이 유럽으로 대량 수출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채식의 힘이었습니다. 방사능 괴담이 돌때마다 불안에 움츠러들겠습니까? 아니면 지금 바로 현미밥 채식을 통해 방사능 피해를 막고 미래 후손에게 핵발전소 없는 아름다운 강산을 물려줄 희망을 스스로 만들어가겠습니까? 보잘것없어(?) 보이는 일상의 선택, 현미채식은 여러분의 가정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큰 획이 될 것입니다.
강정 임동규(생명채식하고 곶감 농사짓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2014년 3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