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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16 17:37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손상, 무분별한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경고
 글쓴이 : 이의철
작성일 : 11-11-16 17:37 조회 : 4,371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손상, 무분별한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경고


대전선병원 산업의학센터
과장 이의철


지난 11월 11일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 살균제 동물흡입실험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미 환자대조군 연구 및 환례군심층조사 연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의 원인이라는 것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었지만, 이번 동물흡입실험 결과는 이런 의심을 사실로 확인시켜 주었다.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는 동물흡입실험 결과 사진만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흡입군의 폐는 3배 가까이 심하게 부어있고(그림1), 폐 조직은 염증소견이 확연히 관찰된다. 그것도 지난 봄 ‘원인미상 폐손상’ 환자의 폐 조직소견과 일치하는 세기관지 주변 염증 및 세기관지 내 상피세포 탈락, 초기 섬유화 소견이다(그림2,3).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실험 쥐의 폐가 끔찍하게 부어있고, 폐 조직도 심하게 염증반응을 보인 것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앞으로 우리들이 알게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로 인한 심각한 문제들이 더 많이 발생하고, 그동안 원인미상으로 알려져 왔던 많은 질환들이 알고 보면 우리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해 아무 걱정 없이 사용해왔던 화학물질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림 1. 실험동물의 폐 사진 비교


그림 2. PGH(염화 올리고 2-에톡시에틸 구아니디니움) 주성분 가습기 살균제 흡입 쥐의 폐 조직반응(정상 쥐, 정상인, 환자의 폐 조직사진 비교)


그림 3. PHMG(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 인산염) 주성분 가습기 살균제 흡입 쥐의 폐 조직반응 사진(정상 쥐, 정상인, 환자의 폐 조직사진 비교)


이번에 문제가 된 물질들은 모두 피부 및 경구 섭취 시 독성이 약하면서도 살균력이 뛰어나 인체에 무해하다고 판매업자들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던 제품들이다. 그런데 이들 물질들이 독성이 약하다는 것은 피부에 닿거나 먹었을 경우의 독성실험 결과일 뿐이었다. 이들 성분을 흡입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독성실험이 진행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판매업자들은 마치 흡입을 해도 안전한 것처럼 광고를 해왔던 것이다.

정부 당국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가습기 사용 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 호흡기를 통해 노출될 수 있음에도, 이 가습기 살균제를 차량 및 일반적인 세정제로 취급하여 안전관리를 해왔던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정확한 용도는 가습기를 세정 및 살균하는 것이다. 칼이나 도마, 의료기구를 세정하고 살균하듯이. 이러한 가습기 살균제를 본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사용한다면 이렇게 사용했어야 할 것이다.

가습기를 사용하다가 물통 및 가습기 자체에 물때나 곰팡이, 세균 등이 번식할 것이 걱정될 때 주기적으로 가습기에 가습기 살균제를 처리하여 살균한다. 단, 이때는 화학물질을 사용해 살균하는 것이기 때문에 살균제를 넣어서 가습기를 가동할 때에는 살균제가 섞여있는 수증기에 될 수 있으면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이렇게 살균제를 섞었던 물이 가습기에서 다 빠져나간 후 다시 사람이 있는 곳에서 가습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남아있는 살균제 성분이 없도록 최소 물통을 2회 정도 헹궈서 버리고, 진동자 및 수증기가 통과하는 가습기의 부분에 남아있는 살균제 성분을 수증기로 씻어내기 위해서 1~2회 정도 역시 사람이 노출되지 않게 한 후 가동해야 했을 것이다. 1~2회 헹구는 것도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냥 대략적이 추측일 뿐이다. 물통 및 가습기를 몇 회 물이나 수증기로 헹궈야 하는지는 살균제 판매업가 실험을 통해 적정한 횟수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땠는가? 판매업자가 안내하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법은 물 1.5~3L에 살균제 10ml를 섞어서 가습기를 사용하라는 것이 다였다.

해당 업체 입장에선 난감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가 비단 가습기 살균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가습기 살균제 및 기타 화학물질 사용과 관련하여 이렇다 할 규정을 제시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자 및 판매업자는 피부 접촉 및 경구 섭취 시 독성이 약하다는 독성실험 결과만으로 흡입 시에도 인체에 무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여태까지 이런 문제가 없었던 것도 업체와 정부의 핑계가 될 수 없다. 소비자와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제조 및 판매업체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런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알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초유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시민들은 화학물질 사용에 대해, 특히 호흡기 노출이 가능한 화학물질 사용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제조 및 판매업체 그리고 정부당국이 보다 세심한 관리를 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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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호 11-11-17 00:40
 
잘 읽었습니다. 침묵의 봄이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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