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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 아궁이 검댕…심혈관 질환 일으킨다
안영인 기자
입력 : 2014.09.02 09:14|수정 : 2014.09.02 09:42
아궁이 뿐 아니라 부엌 전체가 시커먼 그을음으로 도배가 되어 있던 시절이 있었다. 70년대까지도 시골은 그랬다. 난방하고 음식을 조리하는데 나무나 가을걷이 후 남은 볏짚, 콩대 같은 것을 땠기 때문이다. 나무나 풀, 석탄, 석유 같은 연료가 탈 때 완전히 연소하지 않으면 그을음이 나온다. 이 그을음이 검댕 즉, 블랙카본(BC, Black Carbon)이다.
한국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는 것을 보기 쉽지 않지만 중국과 인도의 시골에서는 여전히 난방이나 음식을 조리할 때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경우가 많다. 중국 전체 가정 가운데 절반 정도는 아직도 아궁이를 이용하고 있다. 수억이나 되는 가정이 지금도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전 세계 검댕 배출량의 25~35%는 중국과 인도에서 배출된다. 아래 그림은 2004~2005년 아시아지역의 검댕 오염 분포를 나타낸 것이다(자료: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UCSD)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 그림 설명 :2004~2005년 아시아 지역 검댕 오염도, 자료: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
검댕은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흡수해 열을 지구에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검댕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인간이 배출하는 물질 가운데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가장 강력할 정도로 엄청나다. 다행인 것은 배출된 검댕이 대기 중에 머무는 기간이 기껏해야 몇 주 정도로 짧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이나 인도의 아궁이에서 배출되는 검댕만 줄여도 짧은 기간에 지구온난화 속도를 눈에 띄게 늦출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검댕이 심장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Baumgarter et al, 2014). 캐나다 맥길(McGill)대학교 연구팀이 중국 윈난성[雲南城] 시골에서 난방이나 음식을 조리할 때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여성 280명에게 검댕을 비롯한 초미세먼지(PM2.5)를 포집할 수 있는 장치가 부착된 특수 옷을 입혀 실험했다. 280명 모두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여성이다.
연구팀은 포집한 미세먼지 뿐 아니라 여성의 혈압과 신체활동 정도, 체질량지수(BMI), 기존 질병, 고속도로로부터의 거리 등도 함께 측정해 분석했다.
분석결과 중국 시골 여성들이 노출되는 초미세먼지 농도는 여름철에는 평균 55㎍/㎥, 난방을 하는 겨울철에는 평균 117㎍/㎥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이 10㎍/㎥점을 감안하면 5배에서 최고 10배가 넘는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포집한 전체 초미세먼지 가운데 검댕은 연평균 5.2㎍/㎥정도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이 여성들의 건강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특이하게도 혈압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서 검댕에 자주 노출되는 이들 여성의 최고혈압은 검댕 농도가 1㎍/㎥ 늘어날 때마다 평균 4.3mmHg씩 높아졌다. 50대 이상은 특히 40대 이하 젊은 층에 비해 같은 양의 검댕에 노출되더라도 혈압이 상승하는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났다. 노인층일수록 검댕이 심장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특히 검댕이 혈압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함께 포집한 다른 미세먼지보다 2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참조, Baumgarter et al, 2014).
 <그림 설명 : 노출 오염물질 1㎍/㎥ 증가 시 최고혈압 상승 정도 >
아궁이에서 배출되는 검댕 말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검댕 또한 적지 않다. 연구팀이 고속도로 부근(208미터 이내)에 살고 있는 여성을 조사한 결과 아궁이에서 배출되는 검댕과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검댕에 동시에 노출되는 여성의 경우 검댕이 1㎍/㎥ 늘어날 때마다 최고혈압은 6.2mmHg씩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여성의 혈압 상승폭보다 3배나 큰 것이다.
검댕이 혈압을 상승시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논문에서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만 검댕처럼 불완전연소 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가 완전연소 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보다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 등에 미치는 독성이 강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검댕이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건강에 해로운 물질을 대식세포나 상피세포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가정의 아궁이나 석탄을 때는 화력 발전소, 급증하고 있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검댕은 혈압을 상승시켜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지독한 스모그를 일으키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중국에서 발생한 검댕이 중국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바람이 중국에서 한반도로 불어올 때면 검댕도 한반도로 넘어온다. 검댕으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는 일이 단지 중국 시골 여성들만의 일이 아닌 것이다.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아시아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중국은 반드시 검댕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참고문헌>
* Baumgartner, J., Y. Zhang, J.-J. Schauer, W. Huang, Y. Wang and Ezzati, 2014: Highway proximity and black carbon from cookstoves as a risk factor for higher blood pressure in rural China.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10.1073/pnas.131717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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