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조류’로 에너지 문제 해결
미세조류를 활용한 대규모 바이오 연료 생산
화석 연료의 고갈 및 지구온난화 현상의 증가, 그리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 개발에 전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이 ‘미세조류(microalgae)’가 만들어 내는 바이오 연료로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유타주립대(USU)의 연구진이 바이오 연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옥수수나 대두에 비해 월등한 생산성을 자랑하는 미세조류의 바이오 연료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멀지 않은 시기에 미세조류가 만들어 내는 바이오 연료를 통해 사람들은 차를 몰거나 난방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미세조류 연료 생산 시험 시설 ⓒ USU
바이오 연료 생산에 최적화된 미세조류의 특징
미세조류는 바다나 민물에 서식하는 단세포 광합성 생물로서 흔히 ‘식물 플랑크톤’이라고 불린다. 이들은 지구 전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는 매우 흔한 생물이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의 먹이 사슬 중 가장 아래층을 구성하고 있다.
이처럼 흔한 미세조류가 최근 들어 대체 에너지 개발과 관련하여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미세조류가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이다.
미세조류의 첫 번째 특징으로는 세포 분열로 아주 쉽게 분열하면서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바이오 연료의 주요 원료인 옥수수나 사탕수수가 단 기간에 생산량이 2배씩 증가할 수는 없지만, 단세포인 미세조류는 수온과 영양분 등 주변 환경이 맞기만 하면 빠르게 분열하면서 하루에도 몇 배씩 개체수를 늘릴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미세조류의 경우 일반 식물처럼 줄기나 뿌리 등의 조직이 필요 없기 때문에, 모든 세포가 광합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세포가 광합성을 한다는 말은 바이오매스 생산에 더 유리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같은 면적에서 재배를 할 때 미세조류에서 얻어지는 바이오 연료의 양은 옥수수나 콩과 같은 식물에서 확보하는 바이오 연료보다 훨씬 많아진다.
마지막으로 미세조류의 세 번째의 특징은, 농경지에서 재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회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곡물의 자원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처럼 귀중한 식량을 연료로 바꾸고 있다는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없고, 물속에 있기 때문에 다른 곡물이 자라날 땅을 점유할 필요도 없다.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 조류의 다양한 종류 ⓒ Wikipedia
이처럼 바이오 연료 생산에 있어 최적의 특징을 갖고 있는 미세조류에 대해, 유타주립대 기계공학과의 제프 무디(Jeff Moody) 연구원과 그의 동료들은, 미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아 미세조류의 바이오 연료 가능성을 검토했다.
우선 무디 연구원은 이 대학의 지도 교수인 크리스 맥긴티(Chris McGinty)와 제이슨 퀸(Jason Quinn)의 지원을 받아 지구상에 있는 4천388개 지역으로부터 받은 기상학적 데이터가 적용된 대규모 옥외 미세조류 배양 시설을 설치했다.
그리고 이 배양시설을 활용해 실험을 한 결과 미세조류 바이오 연료의 생산성이 현재 바이오 연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곡물류에 비해서 월등하다는 점을 확인했는데, 연간 1에이커(Acre)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연료의 양은 9천464리터로 옥수수의 182리터나 대두의 68리터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토대로 연구진은 브라질과 캐나다, 그리고 중국 및 미국 등의 불모지에서 미세조류를 배양했을 때의 바이오 연료 생산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이들 국가들의 전체 연료소비에서 30퍼센트 이상을 바이오 연료로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생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무디 연구원은 “이 같은 추정치는 기존의 바이오 연료 생산 기술을 통해 분석된 대체에너지의 생산 비율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기술개발 및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여, 미세조류의 바이오 연료를 보다 실현가능한 대체에너지원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디 연구원은 “미세조류가 만들어 내는 바이오 연료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에 대한 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데 있어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새로운 게임체인저(Game-changer)로서의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기대했다.
미세조류의 바이오 연료 생산에는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
바이오 연료의 생산이라는 관점에서만 놓고 볼 때, 미세조류는 분명히 매력적인 대상이라는 것이 대다수 에너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들은 곡물로 만든 바이오 에탄올은 쉽게 볼 수 있는 반면에, 아직 미세조류로 인한 바이오 연료를 접하기는 어려운 여건임을 지적하면서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단 생산된 미세조류를 바이오 연료로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곡물로 만든 대표적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의 경우 추출과정이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과정 자체에 어려운 작업은 없다. 하지만 미세조류가 만든 원료를 바이오 디젤이나 에탄올로 가공하는 일은 상당한 비용과 에너지가 소요 된다.
따라서 미세조류의 재배 비용이 아무리 저렴하고 생산량을 급속하게 늘릴 수 있다 하더라도, 실제적인 바이오연료 생산 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광생물반응기 ⓒ Wikipedia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지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물론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 기업들이 미세조류가 만들어 내는 바이오연료 개발에 참여를 하고 있는 이유는 워낙 미세조류의 역시 위에서 말한 장점들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도 에너지 전문가들의 또다른 의견이다.
따라서 이들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보면 경제성이나 기술성 면에서 경쟁력 있는 공정만 개발된다면, 미세조류의 바이오연료는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화석연료 에너지 기업들의 부정적 이미지도 바꿔줄 수 있다는 의미로 귀결된다.
현재 미세조류의 바이오 연료는 미국을 중심으로 사파이어에너지(Sapphire Energy)나 솔라자임(Solazyme)과 같은 회사들이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EU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DEMA(Direct Ethanol from MicroAlgae)라는 다국적 미세 조류 바이오 연료 생산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업계의 흐름에 대해 이번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유타주립대의 연구진은 “미세조류는 옥수수나 콩과 같은 다른 전통적인 바이오매스 연료원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많은 양의 바이오 연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하면서 “특히 미세조류는 식용작물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식량 가격의 상승이나 경작지 부족 등의 문제를 유발시키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