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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0-25 07:35
액비 만들기
 글쓴이 : 설경도
작성일 : 12-10-25 07:35 조회 : 5,508  
액비 만들기  
 
 
액비란?
 
액비는 액체비료, 물비료를 뜻한다. 액체 비료의 대표적인 것은 바로 오줌이다. 액비는 농축된 액기스 질소질 거름이라 보면 된다. 그래서 액비는 주로 웃거름(추비)으로 쓴다. 밑거름으로 쓰면 물과 함께 지하로 스며 내려간다.
 
질소는 물에 녹아 암모니아태 질소와 질산태 질소와 이온화되는데 둘다 마이너스 성질을 갖는다. 논에서는 암모니아태 질소로 변하고 밭에서는 질산태 질소로 변한다. 그런데 흙은 마이너스 성질을 갖고 있어 질소질과 성질이 같아 묶어두질 못한다. 그래서 물과 함께 스며내려가는 것이다.

질소는 식물이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생성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사람에게는 발암물질이다. 그런 질소가 지하로 내려가 지하수를 오염시키면 큰 일이므로 질소질 거름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밑거름으로 탄소질 거름을 함께 쓰는 것은 질소를 오래 흙 속에 남게 하기 위해서다. 탄소질의 볏짚이나 섬유질을 함께 넣어주면 미생물이 그것들을 묶어주어 효과가 오래가는 지효성 거름이 되는 것이다. 화학비료는 그런 탄소질이 없어 비가 오면 바로 액화되어 스며들어가니 액비나 다름없다.

화학비료이든 유기질 비료이든 질소질 거름이 과다한 것은 둘다 좋지 않다. 뭐든지 과하면 문제이듯 질소 거름이 과하면 흙이 오염된다. 그나마 유기질 퇴비가 좋은 것은 그 속에 들어간 탄소질 거름이 과다한 질소 거름을 발효시켜주고 또한 효과를 지속시켜주기 때문이다.
 
액비를 웃거름으로 쓰면 작물이 뿌리를 통해 바로 흡수해버린다. 또는 물에 희석하여 엽면시비하면 잎사귀를 통해 직접 흡수한다. 그래서 액비는 일종의 영양 주사를 주는 닝겔과 비슷하다.
 
 
혐기발효와 호기발효
 
액비는 전형적인 혐기발효에 의해 만들어진다. 혐기발효란 말 그대로 공기(산소)를 싫어하는 발효이다. 그래서 핵심은 공기를 차단하여 밀폐시키는 것이다. 반대로 호기발효는 공기를 좋아하는 발효이므로 통기성을 높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저번 호에서 말했던 탄소질 비료란 다르게는 통기성을 높여주는 매질이다.
 
호기발효는 산소가 공급되므로 열도 많이 나고(60도 이상), 발효기간도 빠르다. 또한 고온으로 병원성 세균을 살균할 수 있어 비료의 안전도가 높다. 그러나 온도가 최고조에 오를 때 뒤집어주어 다시 공기를 공급해주어야 퇴비가 썩질 않는다. 호기발효는 온도가 높이 올라가고 기간도 빨라 암모니아 가스의 발생 등으로 공급한 재료에서 만들어지는 거름의 비율은 혐기발효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혐기발효는 밀폐시키기 때문에 산소가 공급되질 않아 발효기간이 길며 온도도 높게 올라가지 않는다. 밀폐시켰기 때문에 가스로 빠져나가는 것이 없어 만들어지는 거름의 비율은 높다. 다만 충분히 숙성시키지 않고 사용하면 유해가스가 발생할 수 있고 질소질 농도가 높아 과잉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액비는 통기성 매질을 넣어주는 게 아니므로 거의 질소질 거름으로만 되어 있어 농축 질소비료인 셈이다.

액비는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혐기발효식품은 바로 김치와 젓갈이다. 뚜껑을 닫아 공기를 차단하지만 용기 안에서도 차곡차곡 꾹꾹 눌러 재료 사이의 공기도 빼내고 저온 상태에서 오래 보관하여 숙성을 시키는 것이 전형적인 혐기발효인 것이다. 혐기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은 김치에서 알 수 있는 유산균이 있고 그 말고 광합성균이 있다.

 
만들기
 
액비는 아주 간단하다. 질소질 거름의 재료와 물, 그것을 담고 보관할 밀폐용기면 된다. 질소질 거름은 축분도 좋고 인분도 좋지만 사용하기 간편한 것으로는 깻묵이 좋다. 재료와 물의 비율은 1대 5 또는 1대 10 정도로 한다. 더 발효가 잘되게 하고 또 거름의 영양분을 다양하게 하는 방법으로는 질소질 거름에다 쌀겨를 섞는 것이다. 쌀겨에는 당분이 있어 숙성을 촉진시켜준다. 비율은 깻묵의 반이나 1/3 정도면 괜찮다.

만들 때 요령은 재료를 포대자루에 담아 끈으로 세게 묶는 것이다. 그냥 재료를 물에다 섞어 버리면 나중에 액만 분리하기도 어렵거니와 잘못하면 구데기가 낀다. 포대자루에 담으면 분리해서 쓰기도 좋고 구데기도 막을 수 있다. 다만 숙성 기간을 좀 더 길게 해야하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보통 1달에서 1달 반 지나면 쓸 수 있는데, 제일 좋은 것은 늦가을에 밭 한 귀퉁이에다 만들어놓고 추운 겨울을 나게 한 다음 따뜻한 봄에 쓰는 것이다. 아니면 이른 봄에 해도 괜찮다.
 
오줌이나 가축 오줌은 따로 받아놓고 마찬가지로 밀폐용기에 담고 그늘진 곳에 보관하면 된다.
 
 
사용법
 
앞에서 말했듯이 액비는 고농축 엑기스이기 때문에 사용상 주의사항을 잘 지켜야 한다. 우선 충분히 숙성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다음으로는 물의 희석배수를 잘 지켜서 뿌려주고, 마지막으로는 원액을 직접 준다면 오줌에 한정해서 곡식에 절대 닿지 않게 한다.

 
희석 비율은 앞의 방법대로 만들어진 액을 원액으로 해서 5배 이상 희석하고 엽면시비를 해 준다. 뿌리에 직접 주는 방법으로는 등에 메는 분무기의 노즐을 빼낸 파이프를 뿌리 옆에다 쿡 박고는 분무를 해주면 된다.

오줌은 아무래도 질소질 거름으로 만든 원액에 비해 농도가 얕으므로 원액 그대로 쓸 수 있으나 그래도 곡식 몸에 닿으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액비는 어디까지나 웃거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뭐든지 기초가 중요하듯이 밑거름이 중요하지 웃거름으로 그걸 보충하려 하면 이미 늦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곡식을 들라면 잎사귀를 먹는 채소류가 적당하다.
 
액비는 고농도 질소질 거름이므로 엽면시비를 하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통 잎사귀의 끝이 노랗게 타들어가면 질소질 거름이 모자란 것이다. 그런데 잎끝이 노랗게 타들어갈 정도면 너무 밑거름이 모자란 것이므로 이를 웃거름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그렇게 심각할 때 웃거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아 잎사귀가 활기가 없어 보이고 자람이 힘차지 않아보일 때 준다. 그러나 마늘이나 양파 같이 뿌리를 목적으로 한 곡식은 그만큼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이런 것들은 더더욱 밑거름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참고로 잎사귀 끝이 하얗게 타들어가는 것이 물이 부족해서이다.
 
필자는 액비를 주로 모종 키울 때 사용한다. 원래는 상토에도 밑거름을 하지만 나는 병해나 가스 피해 때문에 전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종자는 적어도 떡잎을 틔울 만큼의 영양분은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그 이후 웃거름을 약간만 주어도 자라는 데 거의 지장이 없다.

액비의 특별한 사용법 중에는 자연 제초제 대용이 있다. 필자도 아직은 시험해보지는 않았으나, 잡초 씨가 금방 발아해서 밥알 만하게 떡잎을 터뜨렸을 때 진한 원액을 분사기로 뿌려주면 말라 죽는다고 한다.
 
- 안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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