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해서 수돗물이 먹는 사람이 많아서
페트병에 담긴 300원짜리 생수를 사 먹어도 "유난떤다"며 농담을 하는 독일인들도 있어요.
사실 정말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수돗물의 수질을 믿을만한 경우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해요.
그럴 경우 페트병을 생산하지도, 사용하지도, 재활용하고 또 모아서 폐기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언젠가 플라스틱 폐휴지 더미에서 사는 최빈국 아동들의 사진을 본 이후에
생수를 사먹지 않으리라 다짐도 해보았지만
유럽 수돗물엔 석회가 많이 쌓여있어서 저는 아직까지 조금 찜찜하더라고요.
암튼, 19센트짜리 생수를 사 먹어도 보증금은 25센트가 붙는다는 사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거겠지요?!!
이렇게 생수든 음료수든 사 먹고 나면 바로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리냐고요?
절.대. 그럴 순 없죠.
이걸 갖다 팔고 보증금 돌려받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물을 살 땐 보증금 포함해서 냈기 때문에 결국 미리 냈던 돈을 돌려받는 거지만
왠지 공돈을 버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ㅎㅎ
파티를 가든, 손님 초대를 받든, 공원 그릴파티에 가든
생수병과 음료수병은 모두 큰 봉지에 모아서 주최측이 가져갑니다.
기숙사에서 누군가 페트병을 모아둘 경우에
눈독들이는 사람들도 많고요.
특히 공항이나 기차역에서는 멋모르고 페트병을 그냥 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걸 노리고 페트병만 주워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_-;;
페트병을 모았으면 한가한 시간을 골라서 집 앞 슈퍼로 향합니다.
왠만한 체인점 슈퍼라면 페트병 자동 수집기가 구비되어 있어요.
주로 평일 오전 시간에 가면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서 좋아요.
다행히 오늘도 줄이 별로 길지 않네요.
다들 한 보따리씩 지고 와서 수집기에 집어 넣기 바빠요.
앞에 서계신 아주머니께선 맥주 캔을 한아름 가져오셨어요.
취재를 위해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여쭈었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시던 인심 좋은 분이에요
재활용 마크가 담긴 캔을 넣으면 기계 안의 스캐너가 인식을 해요.
맥주 캔 역시 보증금은 25센트랍니다.
자,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습니다.
처음 이 기계를 이용할 땐 이용법을 잘 몰라서 엄청 버벅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중간에 있는 불은 기계의 준비상태를 나타내는 것이고,
오른쪽 하단에 있는 초록색 버튼은
더 이상 넣을 병이 없고 작업을 완료하고 싶을 때 누르는 버튼입니다.
페트병을 하나씩 천천히 넣으면 스캔하는 동안 "빨간불"이 떴다가
다음 병을 스캔할 준비가 되면 "초록불"로 바뀐답니다.
천천히 넣지 않으면 스캔되지 않고 넘어가서
25센트를 날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해요.
가끔 Pfand (보증금) 마크가 없는 음료수 병이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직원에게 이야기 하면 직원이 알아서 영수증을 끊어다줍니다.
총 56개의 페트병을 넣었고 돌려받을 보증금은 13유로 60이라고 하네요.
이제 이용이 끝났으니 초록색 버튼을 눌러볼까요?
25센트짜리 보증금용 영수증과 15센트 짜리 보증금용 영수증이 각각 나옵니다.
하나만 나오는 줄 알고 놓고 가시는 분도 간혹 있어요.
영수증을 잘 챙겨서 카운터로 가면 오늘의 임무는 끝이에요!
이 영수증은 카운터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도 있고,
장을 본 다음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답니다.
오늘은 특별히 장 볼 것이 없으니 현금으로 돌려받기로 해요.
계산대의 직원 분께 드리자마자
건네주신 Pfand(판트: 보증금) 영수증과 현금 13.60유로.
13.60유로는 한화 2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네요.
빈 병 56개 팔아서 2만원을 받을 수 있다면
놓칠 수 없는 쏠쏠한 수입이지요?
병 보증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 페트병과 캔의 재활용률이 급증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핀란드 등 유럽의 여러 나라가 보증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EU내 보장되어 있는 자유무역제도 때문에
이 보증금 제도가 다른 유럽산 음료수 회사의 독일 수출을 막는다는 이유로
엄청난 논란과 법정 공방이 일기도 했어요.
그 결과 꽤나 복잡한 규정에 따라 몇몇 음료수는
보증금 마크가 없어도 수입되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음료수병엔 보증금 마크가 꾹 새겨져 있답니다.
혹시 독일에 여행오시면, 페트병 버리지 말고 모아서 가까운 슈퍼마켓으로 가세요!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에 걸맞는 즐거운 경험을 하실 수 있을거예요.
환경부 8기 해외기자단
전 채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