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과 자원 보고, 남극이 위험하다
[톡!톡! 과학콘서트-과학기술, 미래를 말하다]“환경의 역습, 과학기술의 역할”
2012년 03월 07일
부산대학교에서 강연 중인 김진만 PD(왼쪽)와 강성호 연구원. 강연장을 가득 메운 부산대 학생들 “생물 자원 약탈로 시작한 남극 탐험은 이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남극의 극한 환경은 새로운 과학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은 비밀을 안고 있다. 그러나 사소한 변화라도 굉장히 남극 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언제나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
김진만 MBC PD는 강성호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극지기후연구부 책임연구원과 함께 7일 오후 부산대 학생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과학토크콘서트 ‘과학기술, 미래를 말하다’에서 ‘순백의 원시대륙 남극의 위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PD는 환경 어드벤처 다큐멘터리인 ‘아마존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을 연출한 바 있으며 강 연구원은 남극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 23차 대장을 역임했다.
남극을 현장에서 지켜본 두 전문가는 이 날 콘서트에서 “사람이 손이 닿으면서 남극 생태계가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며 “과학적이고, 국가 협력이 수반된 남극연구를 통해 대책을 마련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김 PD는 “남극 생태파괴는 1904년 포경기지가 세워진 후 시작됐다”며 “남극 사우스조지아 섬에는 쥐가 생기는 등 급속도로 환경 파괴가 이어졌다”며 “연구 목적이라는 명분으로 필요 이상으로 고래를 많이 잡는 나라도 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남극은 1959년 남극에서는 연구만을 진행하다는 남극 조약 이후로 연구 목적을 제외하고는 고래같은 남극 생물체를 잡는 것이 금지되었다”고 말했다. “국가간에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극 생물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강연자는 무분별한 인간의 남극 진출 때문에 환경파괴가 한층 심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남극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접근방식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 연구원은 “인간의 무분별한 진출 뿐만 아니라 전지구적인 환경 변화가 남극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연구를 하는 것이 바로 과학자가 해야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김 PD는 “2004년에는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펭귄 1500마리가 떼죽음 당하기도 하는 등 인간의 손길이 닿으면서 남극은 점점 위험에 처하고 있다”며 “실제로 ‘남극의 눈물’ 촬영 당시에도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던 지역에서 또다시 펭귄이 죽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그러나 남극에 사는 생물을 관찰하거나, 생태를 연구하는 기초 연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남극과 같은 극한 환경이나 그 곳에 사는 생물에 대한 기초 연구는 앞으로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 연구원은 남극 바다에 사는 미세 조류가 낮은 온도에도 얼지 않는 특징을 이용해 냉동 혈액 보존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김 PD는 “남극은 목숨을 걸어야 할만큼 위험한 장소지만 누구나 가고 싶은 매력적인 곳”이라며 “남극에 대해 알아가야 할 것이 많은 만큼 언제나 남극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사소한 부분에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중들은 남극 현지 소식을 들으며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가는 생명이 있다는 것도 놀랍다”, “멀게만 느껴졌던 남극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콘서트에 참석한 부산대 해양학과에 신아영 학생은 “고래 포경이나 남극 환경파괴처럼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강연이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미래를 말하다’ 콘서트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과학대중화 프로그램이다. 다음 콘서트는 14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다. 인공 씨감자를 개발한 유명 과학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혁 원장이 나서 ‘미래 식량 부족 해법을 찾아서’란 주제로 강연한다.
부산=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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