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태주]미래는 물전쟁 시대… ‘물의 날’을 ‘물 안보의 날’로
2012년 03월 30일
과거가 영토전쟁 시대라면 이제는 자원전쟁 시대라 할 수 있다. 특히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귀 광물인 희토류는 자원을 넘어 무기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는 글로벌 이슈가 됐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희토류 생산을 핵심 국가과제로 삼고 있다. 2010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 분쟁을 벌일 때 대일 수출금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이 세계를 상대로 자원의 힘을 외교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 각국이 자원외교에 치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요즘은 물을 사먹는 게 보편화됐다. 거의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10년 전만 하더라도 물은 공짜라는 생각이 보편적이었다. 지금은 물값이 기름값보다 더 비싸다. 중동 등 일부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500mL 생수 한 병 값이 500∼700원이다. 1L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세금을 제외한 기름값보다 더 비싸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심각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돼 물 부족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2050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용 수자원 대비 물 수요 비율이 40%를 넘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이 40%를 초과하면 ‘심각한(severe)’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가 여기에 속한 유일한 나라라는 것이다. 벨기에와 스페인은 30% 안팎으로 ‘보통 수준’의 물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스위스 헝가리 덴마크 등은 이 비율이 10% 미만이어서 ‘물 스트레스가 없는’ 국가로 분류됐다.
OECD는 제조업과 전력, 가계의 수요 증가로 2050년 전 세계의 물 수요가 2000년에 비해 55%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심각한 물 스트레스 지역의 인구가 2000년 16억 명에서 2050년에는 39억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심각한 물 스트레스에 직면할 인구의 4분의 3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즉 브릭스(BRICs) 주민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물도 각국이 수출과 수입을 하는 자원으로 급부상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몇 년 전 미국 서부지역의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보도하면서 물의 소유 및 활용에 있어 국가 간 분쟁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물 부족에 따른 물의 가치 상승으로 앞으로 물이 국제시장에서 원유처럼 거래될 날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물은 생명과 직결되기에 어떤 자원보다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물 환경 분야 학자나 전문가 사이에서만 쓰이는 ‘물 안보’라는 용어가 ‘식량 안보’와 함께 우리의 일상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국가 물 안보를 ‘모든 국민의 건강한 삶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좋은 물의 지속적이고 풍부한 공급 및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사회와 환경의 보호’로 정의한다면 물 확보는 국가의 중요 과제 중 하나가 돼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시행 중인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수자원 확보 및 국가 물 안보라는 한층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이제부터라도 물의 날을 ‘물 안보의 날’로 새겨야 하지 않을까.
박태주 부산대 교수 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