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호응이 뜨거워 1000구획까지 분양물량을 늘린 한강시민공원 이촌지구 내 한강 텃밭의 30일 모습. 경쟁률이 6 대 1에 가까웠던 이 도시 텃밭에는 4월부터 시민들이 찾아와 직접 땅을 일구고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콘크리트만 가득할 것 같은 서울에 조성된 텃밭이 지난해보다 33만3536m²(약 10만1071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3월 현재 서울시내 텃밭 면적은 62만1472m²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은 서울 면적의 1%인 6.05km²(약 183만3333평)를 텃밭으로 조성해 도시 농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혀왔다.
○ 자투리 땅에도 텃밭 열풍
서울 시내에 늘어난 텃밭은 28개동 아파트 건물에 4424채가 모여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터 24만3553m²(약 7만3803평)보다 넓을 정도다. 전체 텃밭 면적 중 자치구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이 15만8028m²로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해(6만5886m²)의 2.3배다. 이어 올해 처음으로 자치구에서 자투리땅에 조성하는 마을공동체 텃밭이 2만2566m² 늘었다. 그 외에도 △한강공원 텃밭(1만6240m²) △공원형 시범농원(6694m²) 순으로 텃밭이 늘었다. 노들섬 농업공원(논·1650m²)과 은평구 갈현동 농업공원(텃밭·1만6000m²)이 조성되면 서울 시내에서 농사짓는 공간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텃밭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내다 팔 수 있는 상설시장도 만든다. 시는 주 1회 ‘농부의 시장’을 도심에서 열 예정이다. 장소는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서울광장을 검토 중이다.
○ 공동체 회복 위한 열쇠로
박 시장은 도심 속 텃밭 가꾸기로 시민들이 이웃과 함께 여가를 즐기고 친목을 다져 공동체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열린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청책워크숍’에서 박 시장은 “도시농업이 서울시민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농촌의 농업을 살리는 작은 불씨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서울시민의 삶을 훨씬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의 호응도 뜨겁다. 29일 오전 이촌지구 내 한강 텃밭을 분양받은 주민들은 관리 교육을 받기 위해 용산구 용산청소년수련관을 가득 메웠다. 회의실 안 좌석 200개가 모두 찼고 밖에서도 30∼40명이 줄줄이 안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는 500구획을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신청이 쇄도해 1000구획으로 늘렸다. 5751개 단체가 신청해 6 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다. 최한규 한강사업본부 녹지관리과장은 “신청이 마감된 뒤에도 문의 전화가 계속돼 대기자 명단을 만들었다”며 “텃밭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주로 50, 60대가 신청했을 것이란 예상도 빗나갔다. 텃밭 참여자의 절반이 30, 40대였다. 유치원 학부모 모임, 직장 동아리, 일본인 가정, 암환자 환우회 등 구성도 다양했다. 이날 딸의 손을 잡고 참석한 김종현 씨(36)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 교육에도 좋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 자연체험과 향수 vs 비효율성
인구 1000만의 대도시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아이디어가 도시민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국장은 “도시농업은 공동체에 속하기를 원하는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다”며 “텃밭을 가꾸는 일은 아이의 인성 교육과 먹을거리 교육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도시농업이 활성화되면 농부는 물론이고 농업체험지도사, 농자재 기업 등 여러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에 비싼 도심 토지를 농지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비판도 있다. 이경훈 국민대 건축학과 교수는 “서울의 녹지율, 공원면적은 이미 런던의 두 배 수준”이라며 “일종의 녹지 강박증에 빠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의 금싸라기 땅이 공원이 됐지만 크게 쓰임새 없는 공터나 다름없다”며 “세계적인 대도시에서 농업이 대안인지, 무엇이 도시를 도시답게 만드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