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도 출간된 책 <슬로우 데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 생활 주변에 독성물질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 두 명의 캐나다인 저자는 자신의 몸을 독성물질에 노출시키는 인체실험을 통해 그 실태를 고발, 전세계 15개국에서 <슬로우 데스>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채널A 다큐스페셜이 2부작으로 제작한 <내 몸 안의 독>은 숱한 독성물질 중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비스페놀A에 주목했다. 비스페놀A는 페놀과 아세톤으로 만들어진 유기화합물로, 흔하게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플라스틱이 비스페놀A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또 비스페놀A는 에폭시수지의 원료로 통조림 부식 방지를 위한 코팅제로도 쓰인다.
그런데 문제는 비스페놀A가 열이나 산에 약해 용기에 담긴 내용물에 녹아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슬로우 데스> 저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폴리카보네이트 용기에 음식을 데워먹었더니 비스페놀A 농도가 7.5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비스페놀A가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을 비롯한 여러 질병과 밀접히 관련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비스페놀A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비스페놀A에 얼마나 노출돼 있을까. 채널A 다큐스페셜 제작진은 길거리에서 만난 일반인들에게 “비스페놀A를 아느냐”고 물었다. 대부분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에 제작진은 30명의 자원자를 모집, 비스페놀A 수치 검사에 나섰다. 자원자들로부터 아침 첫 소변을 기증 받아 비스페놀A 수치를 분석한 결과, 무려 11명에게서 비스페놀A가 검출됐다. 이 11명의 생활 습관을 조사한 결과, 제작진은 통조림 등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먹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또 제작진이 만난, 하루 세끼 통조림만 먹는다는 청년 윤진아 씨. 그는 설거지가 귀찮아서 그릇에 음식을 덜지 않고 통조림에 담긴 채로 음식을 먹는다. 윤 씨의 아침 첫 소변을 검사한 결과 비스페놀A가 무려 7.34㎍이 나왔다.
채널A 다큐스페셜 제작진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난 산모들은 하나같이 스테인레스 물병을 사용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젖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는 캐나다 정부가 비스페놀A가 함유된 플라스틱 젖병의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
하지만 우리나라 식약청은 비스페놀A에 대해 모순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제작진은 확인했다. 식약청은 지난해 3월 ‘2012년부터 비스페놀A를 함유하는 유아용 젖병의 제조, 수입, 판매를 제한할 계획’이라고 행정예고를 해놓고도, 주의만 한다면 사용해도 된다는 이중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또 식약청은 비스페놀A를 사용한 용기에 대한 용출 기준만 마련하고 있을 뿐, 그 안에 담긴 식품내용물에 대한 허용 기준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식품내용물의 안정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 조리된 식품이 담긴 통조림이 고온에서 살균 과정을 거치는데, 바로 이 때 캔 내부에 코팅돼 있는 비스페놀A가 열에 의해 녹아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급식에서 통조림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실제 학교급식에 자주 이용되는 통조림 제품을 조사한 결과, 많은 제품에서 비스페놀A가 확인됐다. 검출된 양을 10세 어린이가 식품에서 노출되는 양으로 환산하면 한 제품의 1회 제공량만으로도 생식기발암성 영향이 나타나는 기준에 육박한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비스페놀A, 그리고 그 위험성을 5월11일(금) 저녁 7시50분, 채널A 다큐스페셜 <내 몸 안의 독 – 제 1부 비스페놀A를 아십니까>에서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