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옥상에 보물이 열렸어요"
권상국 기자 2013-08-27 [11:10:28] | 수정시간: 2013-08-27 [14:29:15] | 부산일보 2면
부산 부산진구 범천2동 주민센터 옥상에서는 올해 고추가 300㎏ 가까이 수확됐다. 지난해 4월 설치된 25평 남짓한 옥상텃밭의 수확물이다.
고추와 함께 수확된 오이와 상추, 방울토마토는 아래층 무료급식소로 보내졌다. 하루 80여 명이 식사를 해결하러 오는 무료급식소에서는 옥상에서 가져온 무농약 채소가 연일 인기다.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 가정 어린이들의 입에서 연신 '맛있다' '고맙습니다'라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새마을부녀회 등 3개 단체가 관리하던 옥상텃밭에 '눈독(?)'을 들이는 이들도 늘었다. 다른 주민단체들의 파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 범천2동 주민센터 측은 옥상텃밭 규모를 늘려 관내 단체 8곳에 파종과 관리 권한을 골고루 나눠줄 계획이다.
부산 도심 옥상텃밭 큰 인기 1천767가구, 107개소 조성 목표치 70개소 크게 상회
市, 내년엔 지상텃밭도 추가 국·공유지 분할, 시민에 분양
범천2동 장종길 동장은 "돌아가며 옥상텃밭을 관리하다 보니 주민 간 화합이나 공동체 의식 형성에 큰 도움이 됐다. 2년간 범천2동을 위해 지력을 다한 옥상텃밭에 올가을에는 거름과 흙을 섞어 새 배양토를 선물하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옥상텃밭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부산의 도심 농업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2014년도 도심 농업 수요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한 달간 각 구·군을 통해 텃밭 조성 신청을 접수받았다. 그 결과 524개소(옥상 419개소, 지상 105개소), 4천972명이 참여의사를 보였다. 이들이 가꾸기를 희망하는 면적은 2만 1천㎡에 달한다. 도심농업을 희망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농업 전문가의 관리 지도와 더불어 사업비의 80%가 지원된다.
앞서 부산시는 올해 도심 농업 추진 사항을 점검한 결과 현재 107개소, 1천767가구가 옥상텃밭을 가꾸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목표치인 70개소, 1천400가구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시민 호응에 힘입어 부산시는 내년부터 기존 옥상텃밭 사업에 지상텃밭을 추가하고, 부산시 직영으로 공영 시민텃밭까지 일궈 3만 5천600㎡ 규모의 도심 농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내년부터 첫선을 보이는 공영 시민텃밭은 국·공유지에 논밭을 만들어 구획별로 분할한 뒤 이를 시민에게 대금을 받고 분양해주는 도심 농업 아이템. 이미 서울시에서 실시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현재 후보지로는 해운대구 좌동 백병원 공터와 연제구 연산동 시청역 공터 등 5곳이 물망에 올라 있다. 이들 대상지에 논밭이 일궈지면 1인당 13.2㎡(4평)까지 시중 주말농장의 절반 가격으로 분할 분양된다.
부산 해운대구 한 주택의 옥상텃밭. 부산일보DB
지난 5월 도시공원법이 개정됨에 따라 오는 11월부터는 근린공원 내에도 농업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 도심농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부산시 해양농수산국 배광효 국장은 "시청 내에서도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하루 10여 통 이상 텃밭 분양을 묻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도심녹지 증가에다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내년 투입 예산을 늘리려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마련해 29일 부산시의회의 도시농업위원회 심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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