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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7-13 19:06
[Why] 삼성여고생들이 화요일마다 '행복 텃밭' 가는 이유?
 글쓴이 : 설경도
작성일 : 14-07-13 19:06 조회 : 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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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삼성여고생들이 화요일마다 '행복 텃밭' 가는 이유?
공부에 방해된다고? 녹색 꿈 키워 주는 힐링쉼터!
2014-07-12 [07:53:17] | 수정시간: 2014-07-12 [10:23:30] | 1면

 
 
▲ 지난 8일 부산 삼성여고가 운영하는 텃밭의 비닐하우스에서 1학년 10반 학생들이 '힐링도시농업' 윤철호 강사의 1학기 마지막 수업을 들으며 즐겁게 웃고 있다. 1학년 6개 반 학생들은 1학기에 매주 화요일 정규 수업 1시간 동안 텃밭 가꾸기를 배웠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8일 부산 사하구 감천동 삼성여고 정문으로 들어가 운동장 오른쪽으로 난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자 '행복텃밭'이란 팻말이 서 있는 밭이 보였다. 체육복과 밀짚모자 차림에 흙 묻은 목장갑을 끼고 호미까지 든 여학생들의 모양새가 농촌 아낙 같다. 생전 생것으로 먹어 본 적 없을 갓 딴 가지도, 선생님이 가윗날로 슥슥 가시를 털고 건네는 오이도 망설임 없이 덥석 베어 문다. 빗물로 질척한 텃밭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이들은 삼성여고 1학년 10반 학생들.
 
한참 졸음이 쏟아질 5교시 수업시간, 일반고 학생들이 이 시간에 왜 텃밭에 있는 걸까? 이 날은 삼성여고가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힐링도시농업' 수업의 1학기 마지막 날이었다. 한 학기에 6개 반이 매주 화요일 정규 수업시간 중에 반 단위로 1시간씩 이 수업을 듣는다.

창의적 체험활동 '도시농업'
씨 뿌리고 가꾸며 바른 인성 쑥 
잡초 뽑으며 스트레스도 싹~ 
입시에 지친 일상의 쉼표
"일주일 중 유일한 힐링 시간"
 
지난 3월부터 4개월 동안 학생들은 300평 남짓한 텃밭에서 상추부터 고추, 오이, 옥수수, 호박, 가지, 고구마, 감자, 토마토 따위를 심어 기르고 수확했다. 3천여 명의 원예치료사를 길러낸 전문가인 한국원예복지협회 윤철호(61) 사무총장이 강사로 나섰다. 비닐하우스에서 공동 텃밭을 가꾸고, 한 반 중 희망자 10여 명에게는 2인 1조로 3평쯤 되는 개인 노지 텃밭을 줬다.
 
자라오면서 일상에서 흙 밟을 일이 없었던 아이들이다. 퇴비 냄새 나고 벌레 많은 텃밭이 처음부터 좋을 리 없었다. "긴가민가하면서 옵니다. 우리가 이걸 왜 해야 하나 싶은 표정이죠." 윤철호 강사는 그런 아이들과 일주일 안에 싹이 나는 상추 파종부터 시작했다. "신기하거든요. 밭에 올 때마다 금방금방 크는 걸 보면 호기심과 기대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처음에 짜증 났어요. 교실과도 멀어 힘도 들고. 지금은 토요일에도 제 밭 보러 학교에 와요. 일주일간 쑥 자라 있거든요." 정민서(16) 양은 똥 냄새 나서 텃밭이 싫었으나 이젠 밭 옆 닭 축사에서 닭똥을 퍼다가 자기 밭에 뿌린단다. 덕분에 정 양의 텃밭 열매들은 굵기부터 달랐다. 그는 "여기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백지혜(16) 양은 텃밭 수업이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비가 오면 귀찮았는데 지금은 '내 밭 토마토가 잘 자라겠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아요. 시험기간에도 와 보고, 쉬는 시간에도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 밭을 찾았다가 청소시간에 늦은 적도 있어요." 백 양이 제일 좋아하는 작업은 토마토 줄기와 줄기 사이에 자라는 곁순을 뽑는 일이다.
 
 
정 양과 한 조로 텃밭을 가꾼 오종녕(16) 양은 자기가 심은 해바라기가 크게 자라면서 다른 작물에 갈 햇빛을 가리는 바람에 속을 태웠다. "민서는 뽑자고 하고, 전 그냥 두자고 하다가 결국 하나만 뽑았거든요. 남겨둔 해바라기에서 지금은 꽃이 피었는데 뿌듯해요." 오 양이 수확한 상추를 집에 가져가자 엄마는 아주 맛있다며 좋아했단다.
 
윤 강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일회성 텃밭 교육을 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입시 위주로 운영되는 일반고에서 정규 수업 과정에 텃밭수업을 포함시킨 것은 아마 전국에서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여고는 지난해 1학기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 힐링도시농업 수업을 진행 중이다. 일반고는 이 시간을 보통 자습이나 국·영·수 보충수업으로 쓴다.
 
텃밭뿐 아니라 수경재배 동아리도 있다. 지난해 2학기에 빈 교실에 1천 포기 규모 수경재배시설을 넣어 '삼성힐링팜'을 만들었다. 1~3학년 학년별 12명이 동아리에 가입해 일주일에 한 시간씩 상추, 쑥갓, 치커리, 청경채, 셀러리 등을 파종하고 키웠다. 권장현 교사가 지난 2월 수경재배 전문교육을 받은 뒤 동아리 활동을 함께했다. 권 교사는 "학생 누구나 언제든 와서 식물이 자라는 걸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공부에 방해될 것이란 우려보다도 입시에 지친 학생들이 텃밭을 가꾸고 작물이 자라는 걸 보면서 얻는 치유효과가 더 크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이 학교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텃밭뿐 아니라 연극, 합창, 행복교육 등으로 채우는 것도 이 때문. 1학년 학생들이 적은 도시농업과 힐링팜 활동기록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도 '힐링'이다.
 
"6시 30분에 일어나 밤 9시 30분에 귀가하는 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국·영·수, 국·영·수…. 계속되는 수업에 지칠 때쯤 텃밭에 올라가 햇살을 맞고 흙 만지는 시간이 처음에는 귀찮게 느껴졌지만, 농사를 지어 보면서 열심히 흘린 땀방울과 결실은 비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시현 양) "잡초를 뽑는 일이 제일 좋았다. 힘들긴 하지만 호미로 땅을 퍽퍽 찍고 잡초를 손으로 있는 힘껏 쑥 뽑을 때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기분이다."(조영은 양)
 
"일주일 중 유일한 힐링시간이었다"는 학생들의 말은 삼성여고가 힐링도시농업과 삼성힐링팜 수업을 계속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윤 강사는 "식물 가꾸기가 사회정서적 발달이나 친구와의 협업, 미적·인지기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고 소개했다.
 
자긍심(Pride), 인내심(Patience), 지속성(Persistence), 기술훈련(Practice), 계획성(Programming)을 일컫는 '5P'도 교육원예의 효과로 꼽힌다. 삼성학관 강성봉 이사장은 "현대는 학교에서 모든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교육과정에서 도시 아이들이 느낄 수 없는 경험을 주고 싶어 도시농업 수업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입시 때문에 혹사 당하고 있는 학생들이 흙을 만지고 식물이 자라는 걸 보면서 숨통을 틀 수 있다면 오히려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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