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은 '암 공화국'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암이 사망 원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은 세계 23위 정도로, 최고 수준이 아닙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국가별 암 발생률 통계(2008년 기준)에 따르면 암 발생률 세계 1위 국가는 뜻밖에도 북유럽의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입니다.
인구 구성이 다른 지역 간, 국가 간, 혹은 시기 간의 차이를 보정해 비교하는 연령표준화 암 발생률(ASR)에서 덴마크는 10만명당 321.1명을 기록, 전체 182개 조사대상 국가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ASR은 10만명당 262.4명을 기록했습니다.
암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위생환경과 생활습관입니다. 덴마크는 경제 수준은 물론 위생 측면에서 최고의 환경을 갖춘 나라이지만 고지방 음식 선호 식습관에 따라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암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경제 수준의 향상과 이른바 육류 중심의 서구형 식생활 증가와 함께 계속 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암은 위암과 간암입니다. 발생률이 각각 세계 1위와 9위에 오를 정도로 빈발하기 때문입니다. 위암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박테리아, 간암은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만큼 고지방 음식 섭취를 자제하는 것 못지않게 철저한 위생환경 관리 및 백신접종 등을 통한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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