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말에도 한파 지속…260명 사망
(제네바 부다페스트 모스크바=연합뉴스) 맹찬형 황정우 유철종 특파원 = 유럽 전역에 강풍과 폭설을 동반한 한파가 강타하면서 주말인 4일 현재 260명이 추위로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한파가 시작된 후 8일 동안 122명이 숨져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동상과 저체온증으로 1천60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숨진 사람들의 상당수는 섭씨 영하 38.1도까지 떨어진 추운 거리에서 노숙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우크라이나의 공항 대부분이 폐쇄됐고 항공과 철도 운행이 지연됐으며, 고속도로는 내리는 눈을 치우기 위한 긴급 제설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차량 통행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기온이 영하 27도까지 떨어진 폴란드에서는 45명이 숨졌고, 루마니아에서도 이날 4명이 추가로 숨져 전체 사망자 수가 28명으로 늘었다.
이밖에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이나, 불가리아, 세르비아, 체코 공화국,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에서 한파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발칸 반도에 위치한 보스니아는 지난 이틀간 1m가 넘는 폭설로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됐고, 수도 사라예보를 비롯해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이 마비됐다.
사라예보 남부에 있는 도로터널에서는 차량들이 폭설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약 30명이 터널 안에서 밤을 보냈고, 사라예보에서 3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려던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대통령들의 귀국길도 막혔다.
몬테네그로 북부 산악지대에서는 마을 전체가 고립돼 어린이 31명을 포함한 120명이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외부로 탈출했다.
독일은 3일 밤 남부 오베르스도르프의 기온이 영하 27도까지 내려가 최근 몇년 사이에 가장 추운 밤을 보냈고, 스위스의 경우 중부 슈바이츠 칸톤(州)의 기온이 영하 34도를 기록하는 등 여러 지역에서 2월 기온으로는 3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좀처럼 눈이 오지 않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는 27년 만에 약 10㎝에 달하는 큰 눈이 쌓인 가운데 인근 치비타베키아 항구에서 눈폭풍에 페리 연락선 한 척이 항구에 좌초해 262명의 승객들이 구조됐다.
수상도시 베네치아는 환초에 둘러싸인 얕은 바다인 초호(礁湖)가 얼어붙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서는 수십 편의 항공편이 결항됐고,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공항 중 하나인 런던 히드로 공항도 5일 예정된 항공편의 약 30%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남부 마르세유에서 북부 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눈이 내렸지만, 서부와 수도 파리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혹한으로 유럽 전역의 난방용 연료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강추위로 몸살을 앓는 국내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서유럽이 필요로 하는 만큼 가스를 추가 공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크루글로프 가스프롬 부회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만나 유럽 국가들과 계약한 대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들이 요구한 추가분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혹한기 가스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일 회원국들의 상호 협력과 비축 시설 개선 덕택에 아직까지 상황이 비상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