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에 빠진 아이들
2015-01-21 [22:28:46] | 수정시간: 2015-01-21 [22:46:10] | 1면
김 모(16·중3) 양은 두 달 전부터 손이 심하게 떨리고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이 잦아졌다. 이유 없이 초조하다 갑자기 우울감이 몰려들어 밤잠을 이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알게 된 김 양의 증상은 카페인 중독. 잠을 줄여가며 특목고를 준비하느라 매일 5잔 이상 마신 커피가 원인이었다.
커피를 통해 카페인을 남용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특히, 청소년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면서 생겨난 카페 문화가 카페인 과다 섭취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청소년은 중독 증세까지 보이고 있어 정확한 실태조사와 카페인 오·남용에 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후죽순 커피전문점 청소년 제한 없이 출입
친구 만나고 공부하고… 학생들 '카페 문화' 유행 하루 3~4잔 마시기 예사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커피전문점은 2012년 4만 2천458개에서 2013년 4만 8천121개로 13.3% 늘었고, 매출액은 3조 2천779억 원에서 3조 6천443억 원으로 11.2% 증가했다. 커피전문점 수가 매년 10% 이상 고성장하는 추세여서 올해 1월 현재 전국에 5만 곳이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성업 중일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커피전문점에 청소년이 아무런 제한 없이 드나들고 있다는 점이다. 커피전문점들은 되레 캐러멜마키아토나 라테커피 같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커피로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고등학생 석 모(18) 양은 "요즘 친구들 사이에 카페 문화가 생겨 어지간한 약속은 물론 시험 공부도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라면서 "학교나 독서실의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커피까지 합하면 하루에 적어도 4잔 이상은 마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 청소년들에게 커피는 중요한 카페인 섭취 경로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4~19세 청소년이 카페인을 섭취하는 경로는 탄산음료(50%)가 가장 많았고, 커피(36%)가 그 뒤를 바짝 좇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스턴트커피 1봉에는 약 30~80㎎,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커피에는 약 160~300㎎의 카페인이 포함되어 있다"라면서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의 경우에는 하루 1잔만 마셔도 하루 섭취 허용량(125㎎)을 쉽게 넘어선다"라고 우려했다.
청소년의 커피 섭취가 늘어나면서 카페인 중독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심장협회는 최근 '10살 어린이는 80㎎, 12살은 100㎎을 매일 섭취하면 중독이 될 수 있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카페인은 습관성을 유발하는 중독성 물질인데, 철분과 칼슘의 흡수를 방해해 성장기 청소년에게 특히 해롭다"라면서 "카페인의 과다한 섭취는 우울증이나 불안증과 같은 다양한 정신 증상을 유발하고 담배나 마약 같은 다른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흔하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인의 주당 소비 빈도가 가장 높은 음식은 커피(12.2회)로 하루 약 2잔꼴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돼 2위인 배추김치(11.9회)를 앞질렀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