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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2-06 14:14
‘건강한 노화’의 길을 밝히다
 글쓴이 : 설경도
작성일 : 14-12-06 14:14 조회 : 703  
   http://www.sciencetimes.co.kr/?p=131013&cat=130&post_type=news [857]
‘건강한 노화’의 길을 밝히다
 
[인터뷰] 남홍길 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교수
 
췌장(이자)에 있는 내분비조직인 췌도. 인슐린과 글루카곤 등의 호르몬을 분비해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췌도는, 세포가 집단을 이루며 섬(島) 모양으로 췌장 내 소기관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췌도의 노화와 기능저하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진행된 바 있지만, 주로 베타세포에만 집중돼 있어 그 기전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에 의해 췌도 노화와 기능저하에 대한 새로운 기전이 밝혀져 주목을 받고 있다. 남홍길 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교수팀이 그웨덴 연구진과 공동으로 췌도의 노화와 기능 저하의 새로운 원인을 규명한 것이다.
 
췌도 기능저하, 췌도 내 혈관염증 및 섬유화와 관련
 
남홍길 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교수 ⓒ 남홍길
남홍길 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교수 ⓒ 남홍길
 
남홍길 펠로우 연구팀은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 조절을 담당하는 췌도가 노화되고 기능이 저하되는 이유가 췌도 내 혈관염증 및 섬유화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췌도의 고유 기능인 혈당 감지와 베타세포의 인슐린 발현 및 분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저희 연구팀은 췌도의 노화가 진행되더라도 인슐린을 발현·분비하는 베타세포의 기능은 감소하지 않고,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로 인한 혈관장애로 인해 인슐린의 내분비 혈관으로의 분비가 원활하지 못해 췌도의 기능이 상실 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당뇨병에 걸린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젊은 쥐의 췌도에 비해 늙은 쥐의 췌도에서 혈관 염증 지표 단백질 유전자들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죠.”
 
남홍길 교수팀은 혈관 섬유화 지표인 라미닌 단백질의 함량도 노화된 쥐의 췌도 혈관에 현저하게 증가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라미닌이란 당단백질 중 하나로 생체 모든 조직에서 구조적 뼈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세포 분화와 이주, 부착 뿐 아니라 표현형과 조직의 생존에 있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췌도 노화가 진행되더라도 베타세포의 기능은 감소하지 않지만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로 인해 혈관 장애가 발생하고 인슐린의 내분비 혈관으로의 분비가 원활하지 못함으로 인해 신체의 당 부하가 증가하고 혈당 항상성이 파괴돼 당뇨병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을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새롭게 제시했다.
 
사실 췌도와 관련된 연구는 학계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높은 관심사항이다. 췌도의 기능저하는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존에도 췌도의 노화와 기능저하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연구가 베타세포에 집중돼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 연구팀은 새로운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늙은 쥐의 노화된 췌도를 당뇨병이 유발된 젊은 쥐의 홍채에 이식하는 ‘췌도홍채이식술’을 진행했죠. 이를 통해 이식된 노화 췌도에 새로운 모세혈관이 생성되면서 당뇨병에 걸렸던 젊은 쥐의 혈당 조절 능력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남홍길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늙은 쥐의 노화된 췌도 속에 존재하는 베타세포의 저하돼 있던 기능이 젊은 쥐의 홍채에 이식되면서 새로운 모세혈관의 생성에 힘입어 그 기능이 활성화 됐기 때문이다. 종국에는 당뇨병에 걸렸던 이식 받은 젊은 쥐의 혈당 조절 능력을 회복시켜주게 된 것을 의미한다. 즉, 늙은 쥐의 노화된 췌도 속에 있는 베타세포는 왕성한 모세혈관만 있었더라면 여전히 그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는 췌도의 노화가 진행되더라도 인슐린을 만들어 분비하는 베타세포의 기능은 감소하지 않지만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로 인해 인슐린이 필요한 조직으로의 전달이 지연돼 신체의 당부하가 증가하고, 혈당 항상성이 파괴되어 당뇨병이 유발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존 이론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본질부터 연구
 
젊은 쥐의 췌도(좌)와 늙은 쥐의 췌도(우)에서 혈관 섬유화 지표인 라미닌(Laminin) 단백질의 함량을 비교한 면역형광현미경 사진 ⓒ DGIST
젊은 쥐의 췌도(좌)와 늙은 쥐의 췌도(우)에서 혈관 섬유화 지표인 라미닌(Laminin) 단백질의 함량을 비교한 면역형광현미경 사진 ⓒ DGIST
 
남홍길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베타세포 증식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 온 췌도 노화연구에 새로운 기전을 제시할 수 있었다. 앞으로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 원인을 밝히고 역노화 유도법을 찾는 방향으로 연구가 전환될 전망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던 요인으로, 남홍길 교수는 ‘기본’을 꼽았다. 남 교수는 “먼저 기존 이론의 도그마에 빠져 연연하지 않고 과학적 궁리와 추론을 통해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고자했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연구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늙은 쥐의 노화된 췌도를 당뇨병이 유발된 젊은 쥐의 홍채에 이식하는 ‘췌도홍채이식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췌도홍채이식술은 이번 연구의 공동연구진인 베르그렌(Berggren) 박사, 카이세도(Caicedo) 박사 등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연구팀 및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밀러의과대 연구팀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해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연구기법입니다. 특히 베르그렌(Berggren) 박사와는 동물과 식물을 아우르는 생명체 노화의 공통 조절기전, 조직의 노화가 개체 전체의 노화에 미치는 연계성에 대한 이해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함께 과학적 궁리를 해온 오랜 동반자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주신데 대해 고마운 마음이죠.”
 
남홍길 교수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동물과 식물을 아우르는 생명체 노화의 공통 조절기전 연구에 대한 소재를 찾다가 해당 분야를 선택하면서 진행됐다. 남 교수는 “특히 조직의 노화가 개체 전체의 노화에 미치는 연계성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 좋은 연구주제가 되는 것이 췌도의 노화 분야라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이에 대해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밀러의과대,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던 중 연구진은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에서 인슐린을 생성·분비하는 췌도의 크기와 베타세포의 수는 별 차이가 없음(즉, 베타세포의 기능면에서는 아직 왕성할 수 있음을 시사)에도 불구하고,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췌도의 혈당 조절 기능은 점차 저하돼 노령자의 건강한 노화를 방해하는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화가 진행되면서 베타세포가 만들고 분비한 인슐린의 내분비 혈관으로의 분배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라는 가설을 세우게 됐고, 비로소 연구가 시작됐던 것이다.
 
“큰 흥미를 유발하는 실험 데이터들이 지난 3년 5개월의 연구기간 동안 적절한 시기에 잘 이뤄졌다고 봅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오히려 연구결과를 정리한 새로운 이론을 이야기 할 때 어려움이 있던 것 같아요. 기존 이론에 의해 형성된 도그마를 뛰어넘기까지 많은 노력과 설득,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죠. 솔직히 아직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식물의 노화와 수명연구를 주 연구 분야로 하고 있는 연구단에서 동물 노화를 연구하는 것에 대해 일부 의구심을 표하는 의견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명체의 본질, 즉 생명체에서 조직의 노화가 개체 전체의 노화에 미치는 연계성에 대한 이해를 연구한다는 조금 더 큰 시야와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이번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남홍길 교수팀의 이번 연구성과는 당뇨병에서 벗어난 건강한 노화를 성취할 수 있다는 기초과학적 지식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향후 췌도 노화 기전과 역노화에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와 가치가 있다.
앞으로 해당 연구결과가 현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이를 통해 치료의 방향이 바뀌기 까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 여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 되지만,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 발생 기전을 규명하고 이들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의약품을 개발하게 된다면 노화에 따른 당 부하(Glucose Tolerance)에 대처하고 당 항상성(Glucose Homeostasis)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게 남 교수의 설명이었다.
 
“좋은 연구결과를 얻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신진연구자 및 후학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항상 경쟁 속에서 연구하고 있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소신껏 혼을 담아 연구에 임하길 바랍니다. 본인 연구분야의 한계를 과감히 확장해 생명체 생명현상의 이치를 궁리하기 위해 분야 간 융·복합 연구를 통해 좋은 결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 줄 것을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소회와 계획이 있다면 단순히 연구실 단계에서만 그치지 않고, 실제 췌도 내 혈관의 염증과 섬유화 발생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의약품 개발에 까지 도달하여 노화에 따른 당 부하에 대처하고 당 항상성을 유지시켜 소위 ‘건강한 노화’를 실현시키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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